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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히포크라테스의 잠언집에 나오는 글귀다. 세종시 연동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인 장욱진 화백의 생가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4년이 지난 지금, 지역소멸의 위험 단계에 접어든 연동면이 장욱진 화백의 유산과 함께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미술특화마을로서 지역도, 주민도, 예술도 제각각의 선명함을 부여하도록 마을을 재창조하고 있는 연동문화발전소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2012년 국가균형발전의 목적으로 세종시가 출범했다. 현재는 행정수도로서 39만여 명에 이르는 중형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세종시 도심권을 제외한 읍면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연동면은 1965년에 인구가 12,016명이었으나 2024년 현재 3천여 명 안팎의 인구가 거주 중인 상황이다. 소멸위험지수 0.18로 세종시 내 지역별 전체인구 비율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때 경부선 내판역이 자리해 엄청난 유동 인구를 자랑했던 세종시 연동면은 2005년 모든 여객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무인 역사가 되면서 활력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40여 년간 연동면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연동면사무소가 2019년엔 복합커뮤니티센터로 신축 및 이전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거점이 사라졌다. 김장철엔 약속이라도 한 듯 다 함께 모여 김장하던 공간,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땐 너도나도 모여 북적였던 연동면사무소. 마을을 명동거리처럼 만들어준 공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후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했던 연동면사무소를 잇는 진입로를 중심으로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세종시는 연동면이 배출한 걸출한 한국 추상화의 거장 장욱진 화백을 지역 소생의 핵심으로 봤다. 연동면에는 장욱진의 생가를 비롯한 탑비(묘소), 6.25 피난시절 처소 등 관련 문화유산이 산재하고, 그가 남긴 다수의 작품 배경이 되는 곳이다.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될 가능성 가득한 공간이었다. 일단 비어 있던 옛 연동면사무소를 2019년에 문체부 유휴공간 문화재생 기본연구 지원사업 공모에 신청하여 사업대상지로 선정 받았다. 세종시 문화유산과 장욱진기념관건립TF팀에서 직접 총괄기획자와 연구원을 채용해 사업추진체를 구성하고 사업을 추진한 이 사업은 당장 1~2년에 판가름 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준비했다. 사업총괄은 장욱진기념관건립TF팀장이 하고, 행정과 건축업무 등은 주무관이 담당했다. 또한 총괄기획자와 연구원은 연동면 현장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사업추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역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기능을 잃고 사용이 중지되었던 연동면사무소는 2023년 12월 비로소 ‘연동문화발전소’로 개관했다. 1층은 전시와 체험·교육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2층은 예술인들이 머물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조성됐다. 본관 좌측과 우측엔 각각 어린이 미술·교육·놀이를 위한 예술놀이터와 지역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목공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공실이 자리했다. 비로소 지역의 문화 가치를 높이는 예술활동 및 지역 활성화를 위한 거점공간이 완성됐다.
연동문화발전소 공간 구성구분 | 면적(㎡) | 공간 구성 |
---|---|---|
연동문화발전소(본관) | 238 | (1층) 전시실(다목적 공간), 사무실, 화장실 238 |
(2층) 작업실(5실), 공용주방, 휴게실, 화장실(샤워실) | ||
예술놀이터 | 77.91 | 어린이체험실, 커뮤니티실 |
공동작업장 | 208.65 | 목공실, 미디어실, 화장실 |
외부 화장실 | 21.6 | 화장실(장애인 화장실 포함) |
“그냥 찜질방이나 목욕탕을 지어주면 안 되겠소?” 지역예술인, 기획자, 주민들이 모인 첫 원탁회의 때 주민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연동면의 주민들에게 ‘예술’은 한없이 낯선 세계였다. 인구소멸지역이자 문화소외지역인 연동면과 예술의 궁합은 상상만으로도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보였다. 풍부한 자원이 있다고 해서 주민들 삶에 예술을 억지로 녹일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와 예술의 접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이 원탁회의는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3년을 진행했다. 그러자 마을의 살림이 하나둘씩 연동문화발전소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청소용역 외주를 구할 때 마을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하자는 의견을 낸 것도 주민이고, 목공실에서 공동 쓰레기통을 만들어 보자고 건의한 것도 주민이었다. 원탁회의에서 발전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기업’을 준비 중인 주민들도 생겼다. 살림부터 실용적인 창작까지, 주민들의 생각과 손에서 연동문화발전소는 조금씩 완성되었고 예술은 주민들 일상에 비로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연동문화발전소가 완성되기 전인 2021년에는 연동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지역의 유무형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 구술 등 기록화 작업을 추진했다. 이어서 리모델링 공사가 들어가기 전인 2022년에는 연동면사무소라는 공간이 가진 정체성과 기능을 실험하는 예술창작 및 체험프로그램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구 연동면사무소에서 버려진 집기들을 활용하여 만든 놀이기구를 어린이들에게 경험케 하여 코로나19로 경직된 몸을 움직이도록 돕는 예술놀이 ‘오락가락 운동회’와 예술 키트를 가지고 연동면의 곳곳을 탐방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무용, 연극, 가야금연주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인 ‘프로젝트 낭만여행: 연동면’ 등이 진행됐다. 총 2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세종시민이 연동면을 찾아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리모델링이 완성된 후인 2023년 연동문화발전소에서는 정식 개소 전 시민들이 시설을 함께 사용하고 느낄 수 있도록 시범운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커뮤니티 아트, 목공 프로그램,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어린이 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400여 명의 참여자들이 호응했다. 연동문화발전소를 기점으로 장욱진 생가, 내판역, 송용리 일대를 모두 활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연스럽게 주민들 삶에 예술이 천천히 스며들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예술이 별건가, 창작으로서 나를 표현하고,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연동면을 채우면 그게 예술이지’ 하는 마음이 주민들 사이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처음엔 공공의 자금을 투입해 예술인 작업실을 조성하는 데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들이 긍정적으로 돌아선 건 2022년에도 시범운영 프로그램인 ‘연동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동네에 젊은 예술인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호기심도 활력도 높아졌다. ‘오락가락 운동회’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젊은 작가 두 명에겐 마을회관을 며칠 동안 내어주며 숙박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장 큰 호응을 얻는 프로그램은 ‘찾아가는 연동방문미술사’였다. ‘쌍선힐링쎈타’로 활동하는 김안선, 허은선 예술가가 주민들의 집과 가게를 가가호호 방문해 함께 미술품을 제작하는 1:1 맞춤 주민참여 예술서비스였다. “내가 무슨 그림이야.” 하던 주민들이 각자의 고민을 풀어놓고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가지니 걱정과 응어리를 해소하고, 붓질로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후 “잠이 안 와 고민인데 그림을 그리면 좋더라”하는 주민 의견을 수용해 ‘연동잠이보약당’이라는 연계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잠잠토크, 아트필로우 워크숍, 잠이솔솔 체조 등을 하며 주민들이 직접 문화예술 창작활동에 참여하고, 개인적인 고민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문화적 감수성을 고취한 계기가 됐다. 3년 전엔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던 주민이 “올해는 래퍼로 변하고 싶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여 연동면사무소 직원들과 예술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예술 프로그램들이 주민들을 주체적으로 만들자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목표 22건 대비 159% 초과한 39건으로 늘었다. 현재는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링크가 열리면 5분 만에 모집이 종료되고, 역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요구할 정도의 인기를 구가 중이다. 2023년에 조사한 주민 만족도는 90.9점으로 연동문화발전소가 다시 구 연동면사무소를 대신하고도 남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동문화발전소는 주민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꾸준히 기록했다. 그리고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한 과정을 매번 결과물과 기록 등으로 남겨 주민들과 공유했다. 옆집 할머니가 잠이 안 와 그린 그림도, 앞집 할아버지가 인터뷰한 연동면의 역사 영상도,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삼촌이 만든 마을 지도도 연동문화발전소 1층에서 전시됐다. 또한 예전엔 그저 ‘장부잣집에서 태어난 화가’로 인식되었던 장욱진 화백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우리 동네에는 어떤 둘레길이 있는지, 옆집 나무사장님의 고민은 무엇인지와 더불어 스스로 인지하는 활동의 소회 시간을 마련한 셈이다. 마을 안으로는 주민들이 문화적으로 하나가 되고, 밖으로는 살아보고 싶은 문화 마을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연동문화발전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직접 머물면서 창작을 할 수 있는 레지던스를 조성하고 운영할 준비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연동면에 머물고 방문하면서 가까이는 주민들의 문화 함양이 올라가고, 멀리는 잠재적인 생활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또한 작가들이 머물면서 창작한 작품들을 홍보해 작가와 지역 모두 상생하고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미래를 꿈꿔본다. 현재 공사 중인 ‘장욱진생가기념관’은 장욱진 화백의 생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건립이 완료되는 2026년에는 장욱진 화백이 남긴 193점의 유품과 작품이 고향인 연동면으로 돌아와 전시될 예정이다. 장욱진생가기념관이 개관되면서 연동면은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감성 체험마을, 내판역 미술마을 조성’을 비전으로 장욱진 콘텐츠 및 연동문화발전소, 마을 둘레길과 연계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어느새 연동면에선 ‘낯섦은 짧고 주민들의 예술은 깊고 길다’로 바뀌었다. 주민들이 말하는 연동문화발전소는 ‘자랑’이자 ‘놀이터’이고, ‘창작소’이자 ‘미래’다. 예술에 대한 낯섦을 극복하고 어느새 일상을 재창조한 주민들의 연동문화발전소가 더욱 단단하고 긴 수명을 자랑할 수 있길 기대한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
세종시엔 축구장 90개 정도의 면적에 국내외 식물 2천 4백여 종, 160만 본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이 있다. 국내 최대 식물전시 유리온실인 사계절온실과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되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세종특별자치시 도심 어디에서나 5~10분 거리로 접근이 용이해 도심 속 녹색문화 체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 044-521-0001
인쇄기부터 교과서 변천사까지
1948년에 설립된 ㈜대한교과서가 설립한 교과서의, 교과서를 위한, 교과서에 의한 박물관이다. 교과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데 개화기 이전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의 변천사, 세계의 교과서, 교과서 제작 과정, 인쇄기기까지 한국 교과서 역사를 총망라했다. 어른들에겐 추억을, 어린이들에겐 교과서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간.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청연로 492-14 / 044-861-3141
행정수도에서 만나는 대통령 기록문화
2016년 1월 14일 개관한 대통령기록관은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으로 역대 대통령의 기록을 수집하고 분류하며 평가, 보존, 폐기 등의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 전시관의 외형은 국새보관함을 형상화한 큐브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소개부터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가구와 집무실 재현 공간, 그리고 의전차량까지 다양한 면면을 만날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다솜로 250 / 044-211-2000
천 개의 장독에 담긴 전통
운주산 자락에 자리 잡은 뒤웅박고을은 전통 장류와 문화가 어우러진 전통장류테마공원이다. 지역민에게 전통 장류 문화를 소개하고 교육하며 휴식공간을 제공함과 더불어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종전통장류박물관도 조성해 두었다. 한국 전통장류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 자연과 건강이 어우러진 신개념 테마파크로 자리한다.
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 배일길 90-43 / 1588-0093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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