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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양군은 인구절벽 위기인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심각한 소멸위기 지역이다. 섬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2020년 소멸고위험도시로 분류된 이후 군내 인구 유입과 정착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살고 싶은 도시는 결국 기존 주민의 행복한 삶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영양군의 도전은 고요한 집집마다 빨간 우체통을 설치하고, 단단한 지붕 아래 담장도 알록달록 색을 입히며 시작됐다.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산해2리. 마을급식소가 있어 다가올 농번기가 기대된다는 주민들을 만났다.
경상북도 영양은 감춰진 보물 같은 지역이다. 태백산맥을 지붕 삼아 차가운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을 품고 있으며, 경북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아 깨끗한 공기 아래 반딧불이와 쏟아지는 별들을 마주할 수 있는 밤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도 산해2리는 산을 사이에 두고 후평마을과 봉감마을 두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 마을로, 봉감마을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보 제187호 오층모전석탑이 자리해 있다. 후평마을은 국도31호선을 끼고 있어 어느 지역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나며 석보, 안동, 청송, 영양 시내로 이어지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한편으로는 산해2리 역시 꾸준히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아온 지역이기도 하다. 마을을 이루는 인구는 대부분 고령으로 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었으나, 직접 개선에 나서기에는 여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버려진 빈집과 임대 주택, 자가 주택이 공존하고 있어 정비 수요 조사 자체가 어려운데다, 봉감마을의 경우 국보를 중심으로 분포하여 문화재 관리법 상 인근 주택의 정비 또한 까다로웠다.
기약 없는 쇠락이 이어지던 산해2리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 것은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개조 공모사업(새뜰마을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부터다.
사업 선정 당시 산해2리에는 30년 이상 노후주택이 72%, 슬레이트 주택이 65%에 달할 정도로 주거 환경이 취약했으며, 노후한 담장과 옹벽,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야간 환경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당장이라도 붕괴 위험이 높은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야외 재래식 화장실 역시 악취와 해충에 쉽게 노출되어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100명 남짓한 마을을 잇는 구심점이 없다는 사실 또한, 인구 소멸의 원인으로 꼽혔다. 마을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공동체 활동에 제약이 있고, 국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상징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향후 관광자원으로의 발전이나 마을 정체성 확립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으로 농경지를 기반으로 농업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쉼터가 마련되지 않아 마을 공동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먼저 마을 추진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추진위원회가 사업의 중심이 되어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영양군 지역개발과에서도 행정적 지원을 맡았다. 그러나 모든 주민이 적극적으로 개선 사업을 반기지는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빈집의 경우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았고, 임대주택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의견차이로 자부담을 기피하여 오히려 참여를 거부는 주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하는 경계와 불신이 컸다. 오랜 시간 쇠락한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이었기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적었던 탓이다. 또 마을 환경개선이 꼭 필요한지, 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지 저마다 원하는 바가 달랐기에 추진위원회는 가가호호 직접 발로 뛰며 소통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2020년 10월 27일에 1차 추진회의를 시작으로, 2023년 12월 28일 최종 준공검사 보고까지 약 1,150일이 소요되었으며 그중 2년이 끈질긴 설득과 협의로 채워졌다.
2022년 2월, 건축토목공사 착공계를 제출하고 주민 의사를 최우선 기준으로 주택의 노후 개선이 시작됐다. 특히 빈집은 준공 년도에 관계없이 마을 전체의 경관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석면이 노출되어 주민 안전에 위험을 가하는 경우 철거 대상으로 검토되었다. 빈집, 창고가 철거한 자리에는 마을 경관 개선 및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부지 정리와 토공작업이 진행되었으며, 유휴지는 작은 텃밭, 쉬어 가는 벤치 등을 조성하여 마을 공동공간으로 활용했다.
당초 기본계획 당시 빈집정비사업은 14가구로 설계되었으나, 실시설계를 거치며 건물 소유주와 임차인의 의견 차이 등을 이유로 주택 정비는 10가구에 그쳤다. 슬레이트 지붕 개량 역시 의사를 밝힌 가구에 대해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 마을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본 지붕틀 구조를 유지하여 동일한 재료와 색상을 정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담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75.8%로 높은 비율을 가진 노후주택수리 역시 고령인구가 많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세대가 두드러진 상황을 고려하여 취약계층 6개 가구를 우선적으로 정비하여 생활여건을 개선하였으며, 가구별 요청사항에 따라 현관과 장판, 창호, 도배, 지붕방수 작업을 진행했다.
담장 정비 | 노후주택 정비 | 가로등 설치 | 재래식 화장실 정비 | 빈집 정비 | 슬레이트 지붕 개량 |
---|---|---|---|---|---|
97.3점 | 93.8점 | 92.7점 | 91.6점 | 86.8점 | 85.4점 |
설득은 긴 시간이었으나 변화는 바로 찾아왔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시행 후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주민 만족도가 89.8점으로 매우 만족을 보인 것이다. 담장 정비 및 노후주택 정비, 가로등 설치 등 각 세부 항복에서도 평균을 웃도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타지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의 가족들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시급한 마을 정비를 마치고 나자 경관 개선 사업으로 담장 곳곳이 알록달록 색을 입기 시작했다. 후평마을에는 색색의 블록을 조합해 만든 담장이, 봉감마을에는 국보와의 어울림을 고려한 전통담장이 자리를 잡았다. 담장 위에는 오층모전석탑 모향이 올라간 우체통도 설치됐다.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마을 국보가 주민의 일상에 스며들자 자부심 역시 커져갔다. 마을 주요 구간에는 빨간 비상소화장치도 설치됐다. 이전에도 마을 내 상수도와 연결되어 있는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었지만, 응급상황 시 주민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비상소화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계획 당시 계획되었던 소화장치 3개소와 58가구에 개별 소화기 배치는 주민의 의견 수용과 협의를 거쳐 과다한 예산이라고 판단, 축소하여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사업을 진행해나갔다.
새롭게 변화한 산해2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바로 마을공동작업장이다. 누구나 멀리서도 보고 찾아올 수 있도록 빨간 지붕을 가진 이곳은 방치된 마을창고를 철거한 자리에 탄생했다. 거대한 오층모전석탑 모형을 이웃한 공동작업장에는 이제 찾아가는 문화복지교육이 이루어진다. 주민 요구와 필요에 기반하여 실시한 수요조사를 통해 목공예수업과 한지공예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역주민이 원하는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산해2리의 특산물인 고추, 사과, 산나물, 버섯 등의 채취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봄부터 여름, 가을에는 마을 주민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급식소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주민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공간의 구획부터 주방 구성까지 그 쓰임을 세심하게 고려해 설계되었기에 앞으로 그 쓰임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던 산해2리는 어느덧 개선된 마을 경관을 견학하러 온 버스들로 북적인다. 여전히 진행 중인 마을 안길 공사와 마을 표지판 설치 등이 현재로서는 시급한 과제지만, 앞으로는 인구 유입을 위한 노력에도 온 마을이 함께 힘을 모으고자 한다. 오층모전석탑 관광객을 위한 상품 개발, 지역 특산물과의 연계 또한 지자체와 마을주민이 생각을 맞대고 있다.
높은 산과 호수, 계곡 사이에 국보를 품고 있는 신비로운 마을, 산해2리의 도전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그 중심에는 변화를 겪으며 새롭게 활력을 얻은 주민들의 용기와 힘이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이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마을에 주민들은 또 어떤 색과 이야기를 입히게 될까? 사람과 이야기로 더욱 풍성해질 산해2리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산해2리 주거환경 변화주택정비 | 마을소통공간 | 가로등 설치 | 화장실 정비 | 화재비상시설 |
---|---|---|---|---|
43가구 | 1개소 | 22개소 | 10가구 | 3개소 |
신라의 숨결을 담은 장중한 건축미
통일신라 초기의 모전석탑으로 안정감과 위풍당당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벽돌모양으로 가공한 석재를 사용해 지었다. 특히 목탑, 전탑, 석탑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잇는 귀중한 자료로, 봉감마을에 있기 때문에 봉감탑이라고도 불린다. 평평한 자연석 기단위에 2단의 탑신 받침을 쌓고 탑신은 수성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놓았다. 탑신 하반부에는 화강암으로 섬세하게 조각한 문주와 미석이 있는 불상을 모시는 감실이 있다. 모전석탑 계열 가운데서도 우수한 탑으로 장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1977년 8월 22일 국보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영양군 입암면 산해1길 41 / 054-680-6422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한눈에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양군이 운영하는 시민천문대이다.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 특구 내에 위치한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함께 자연에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천체관측장소이다. 주간에는 태양망원경을 이용하여 흑점과 홍염을 관측할 수 있으며 야간에는 행성, 성운, 성단, 은하, 달 관측이 가능하다. 406.4㎜ 관측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주의 탄생과 천문학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 054-680-5326
영양에서 가장 깨끗한 하늘을 만나다
국제밤하늘협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지정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밤하늘 질 측정기 등급기준 하늘 밝기 측정값이 탁월하고 투명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은하수나 유성 등 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육안 관측이 가능한 지역이다. 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자연생태관리사업소에서 천문대 관람과 천체관측, 만들기 체험, 별빛걷기, 별빛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야외에서 음악을 들으며 쏟아지는 별들을 만끽할 수 있다. 또 반딧불이 특구에서는 반딧불이와 밤하늘의 별이 어울려 아름다운 밤풍경을 볼 수 있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227 / 054-680-5326
전통문화와 문학의 향기가 넘치는 언덕
‘언덕 위 마을’이란 이름의 두들마을은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에 자리한 자그마한 마을이다. 마을 옆 둔덕에는 조선시대 석계 이시영 선생의 서당인 석천서당과 석계고택이 남아있으며, 음식디미방체험관, 정부인 장씨 유적비와 예절관, 음식디미방 교육관, 전시관, 광산문학연구소, 북카페 등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길암 이현일과 밀암 이재 등이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계승 발전시켜 후학에게 널리 전하였고 항일 시인인 이병각과 이병철, 소설가 이문열을 배출한 문학의 마을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98 / 054-680-6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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