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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농촌마을이 생태문화장터의 마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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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포인트 -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한 마을 환경 개선 및 주민 역량 강화 - 주변 환경을 이용한 생태 프로그램 개발 - 마을공동 작업공간 향림골 창조센터 조성 - 적정기술 학습 및 친환경 장터인 숲틈시장 운영 
    • Suncheon 전남
      순천시
      • 소관부처국토교통부
      • 포괄보조사업명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 사업
      • 내역사업명지역역량강화
      균형발전 및 사회적 가치 우수
      생태창조체험의
      메카, 유유낙락
      향림골 만들기
      성공포인트
      •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한 마을 환경 개선 및 주민 역량 강화
      • 주변 환경을 이용한 생태 프로그램 개발
      • 마을공동 작업공간 향림골 창조센터 조성
      • 적정기술 학습 및 친환경 장터인 숲틈시장 운영

      도심 속 농촌마을이 생태문화장터의 마당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화제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 고향 농촌 마을에 내려와 직접 기른 농작물을 먹으며 건강한 삶을 되찾는다는 이야기. 이 영화 같은 모습을 꿈꾸는 마을이 있다. 바로 전남 순천의 향림골. 도심 속 농촌마을을 생태 체험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원대한 포부를 들어보자.

      전라남도 순천시 삼산동 4통, 이런 행정구역 명칭보다는 향림골이 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향림골이라는 이름처럼 이 마을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위치해있다. 석현천을 따라 도로가 놓여 있고 이 도로를 중심으로 약 5km정도 길게 늘어선 형태로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골짜기 마을이라니 꽤 외진 곳에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순천 도심으로부터 차를 타면 5분,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니 그렇게 외진 곳도 아니다.

      고개를 둘러보면 산림이 우거져있고, 조비골에서 흘러나온 계곡물이 모인 석현저수지도 있다. 산과 계곡과 저수지, 게다가 도심에 가까운 위치까지. 언뜻 보면 꽤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주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마을 주민은 70-80년대를 마을의 전성기로 꼽는다. 70년대 마을이 유원지로 지정이 되면서 순천 최초로 산장이 들어왔다. 덕분에 오가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향림골의 별명은 ‘순천 소풍 1번지’, 누구나 찾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다 90년에 이르러 침체기를 맞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여느 시골 마을이 그렇듯, 70-80년대를 거치며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마을의 활력이 줄어들었다. 순천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신도심으로 사람이 몰려들자 원도심에 가까운 향림골은 원도심과 더불어 긴 침체기를 맞았다.

      도심 속 농촌마을, 향림골은 이처럼 원도심의 문제와 농촌의 문제를 동시에 앓았다. 한때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산장도 점점 줄어들고, 90년대 말에는 유원지에서 해제되기까지 했다. 사람과 활력은 줄어드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을의 변화는 주민의 손으로

      “항상 패배의식과 고소고발 민원이 끊이지 않는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향림골 임영곤 사무국장의 말이다. 침체기를 겪으면서 패배의식을 느꼈다는 것은 알겠는데 고소고발과 민원이 끊이지 않던 마을 이라니. 그래도 시골인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과장해서 말하는 건 아닐까?

      임국장은 이것이 마을의 특징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 말한다. 농촌 마을인 터라 허가 없이 세워진 농장과 주택이 많았다. 태반이 불법 건축물인 셈. 실상은 이렇지만 이미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수지와 계곡이 범람하면 토사가 쌓이곤 했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된 측량없이 농지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를 두고 다투는 일도 부지기수였단다. 순천의 원도심과 가까운 까닭에 60년대에는 도시 빈민들이 흘러들어왔는데 이들과 기존 주민과의 갈등도 있었 다. 땅을 사서 새로 들어온 주민도 이런 갈등에 휘말렸다.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도 못하는데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들의 역량도 부족했다. 이런 이유로 민원은 물론이거니와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는 마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3년간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마을의 비전을 발견했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까닭이다. 주민간의 갈등도 줄었으며 덕분에 마을의 유입인구도 늘었다. 한 때는 눈도 곱게 떠야 하는 고약한 동네로 악명이 높았는데 이제는 좀 살고 싶은 동네로 바뀌었다. 임 국장은 이것이 주민들의 힘겨운 노력의 결과라 말한다.

      향림골 울력단은 매년 5~6회 정도 자체적으로 풀베기 작업을 한다. 그깟 풀베기가 마을 공동체에 무슨 도움이 되랴 싶지만 농촌 마을에서 풀베기란 매우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계절마다 어찌나 풀이 잘 자라는지 쑥쑥 자라는 풀을 내버려두면 길이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1년에 두 차례 풀베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결국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 이고 직접 나섰다. 이처럼 향림골 마을 울력단은 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일을 해결한다. ‘울력단’의 어원인 ‘울력하다’는 동사에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일을 도모한다는 뜻이 있다. 함께 힘을 합쳐 마을 환경을 가꾸는 데서 마을 공동체의 활동이 시작된다.

      향림골 울력단을 비롯한 마을 주민의 봉사활동은 그밖에도 다양하다. 가로수를 비롯해 주민들의 집에 있는 노거수의 가지를 치기도 하고 마을 정화의 날을 마련해 직접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이렇게 주변 환경을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주민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졌다.

      2015년에는 ‘한 평 정원 디자인전’에 참여했다. 참여의사를 밝혔을 때 시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시골 쓰레기장에 무슨 정원이냐는 말이었다. 실제로 한 평 정원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은 곳은 마을 구석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곳이었다.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사업을 신청했고 당당히 사업을 따냈다. 총 300만원의 사업비에 주민들이 자부담으로 900만원을 더했다. 99명의 주민이 함께 땀을 흘렸다. 그렇게 쓰레기장은 멋진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정원의 크기도 늘어 한 평이 아니라 15평이나 되었다. 그 결과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임 국장은 이때 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쓰레기를 치우고 땀 흘려 정원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지나가면서 물이라도 한잔 건네고, 응원의 말을 보태기도 하면서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기까지 했다. 이렇게 ‘한 평 정원’은 마을 공동체 사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①②한 평 정원
      ③④울력단

      놀고, 먹고, 쉬고, 즐기니

      “항꾼에~! 놀고, 먹고, 쉬고, 즐기는 향림골 얼쑤!”

      향림골 주민이 외치는 구호이다. 여기서 ‘항꾼에’라는 말은 ‘함께 한다’는 지역 방언이다.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을 만들자는 향림골의 정신을 담았다. 이 구호에 걸맞게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 많다. 마을 주민의 다양한 재능을 모아 ‘향림골 주민화합 한마당’이라는 마을 축제를 만들었다. 매년치러 벌써 4회가 되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은데는 리더 그룹의 노력이 컸다. 발품을 파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는 만큼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법.

      “어둑어둑 해지면 멧돼지가 나와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여기는 그런 동네입니다. 그런데도 통장님께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동네 순찰을 돌아요. 가로등 꺼진 데는 있는지 이런걸 보면서. 이렇게 하면서 주민 신뢰를 얻으셨지요.”

      찾아가는 반상회도 주민의 마음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 이사 온 주민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먹을 것을 나누며 마을살이에 대해 도움을 주었다. 매달 한번씩 모여 마을 주민이 함께 먹거리를 나누는 자리도 만들었다. 마을 사업을 나누고, 소소하게 매달 생일 잔치도 벌였다. 그렇게 꾸준히 모임을 진행하다보니 이제는 마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이 40명까지 늘었다.

      모여서 먹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나누는 회의를 끊임없이 진행했다. 한편 앞서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다양한 활동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마을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향림골 창조센터 전/후

      주민이 움직이니 시에서도 도움을 주었다. 특히 다양한 교육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주민들간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시민협력센터와 시민소통과는 맞춤형 강사를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고비 때마다 시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마다 생업이 있고, 일상이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시간을 쪼개 참여해야 하는데 각종 사업에 관련한 문서까지 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향림골 리더 그룹 중에는 온갖 제안서와 페이퍼 작업에 능한 서승완 재무국장이 있다. 향림골로 온지 십년 남짓 된 서 국장은 자신의 생업보다는 마을사업에 필요한 작업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마을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함께 한터라 고충보다는 보람이 크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한다. 현재는 시에서 파견한 청년인턴이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마을 매니저 장성혜 PD는 마을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큰 도움 을 주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기존 주민들만 있었다면 수많은 프로그램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을 매니저는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년활동가와 마을 주민간 소통 문제도 있었고 작은 오해가 갈등이 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을 리더들이 나서 갈등을 해소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마을 리더의 헌신, 시의 도움, 청년 활동가들의 에너지. 이 삼박자가 잘 갖추어진 까닭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마을공동 작업공간인 ‘향림골 창조센터’를 만들었고 201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숲틈시장’이라는 친환경 장터를 열 수 있었다.

      적정기술과 생태학습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조비길 135. 마을 중간에 작은 건물을 세웠다. ‘향림골 창조센터’ 라는 이름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이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마을의 활동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데 큰 의의가 있었다. 주민들은 이 공동 작업공간의 건축이 숙원 사업이었다 말한다. 때문에 주민들도 직접 땀을 흘려 여러 가지를 도왔다. 주민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하나씩 모든 것을 챙겼다. 덕분에 빠듯한 사업비에도 제법 멋진 공간이 탄생했다.

      “잔디만 하더라도 책정된 사업비로는 1/3밖에 깔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 포크레인 부르고 중장비 쓰는 돈을 줄여 잔디를 더 사기로 했습니다. 주민 15명이 힘을 모아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하루를 들여 잔디를 깔았어요. 국비든 시비든 헛되이 쓰지 않겠다. 이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지요.”

      당당하게 마련한 공간인 만큼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공동체 텃밭을 만들기도 하고, 어린이 생태 캠프를 열기도 했다. 함께 땀 흘려 감자를 심고 거두어보았다. 거둔 감자를 그 자리에서 함께 쪄먹어 보기도 했다. 이때 적정기술을 배워 만든 화덕이 크게 활약했다.

      적정기술이란 공동체의 문화, 환경을 고려하여 만든 기술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기름으로 움직이는 농기구, 가스를 때는 보일러 등은 적정기술이라 할 수 없다. 언젠가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전혀 쓸모없는 고철덩어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 맞는 기술이란 무엇일까? 적정기술은 에너지 고갈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석유 연료는 그만큼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우리네 환경에 어울릴 뿐만 아니라 환경을 덜 해치는 기술은 없을까?

      적정기술을 응용한 화덕은 연료를 덜 쓰면서도 에너지 효율은 높아 다양한 용도로 쓰임이 가능하다. 여기에 닭을 잡아 닭요리를 해먹기도 하고, 주변에서 재로를 채취해 피자를 만들어 먹어보기도 했다. 주변의 환경을 적극 활용하고 그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것,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다양한 실험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변에 자라는 풀과 약초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마을 주면의 식생 상황을 연구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공동체 텃밭을 만들었다. 공동체 텃밭이라는 이름처럼 그저 물리적인 공간을 분양하는 사업과는 차별점을 두었다. 공동체 텃밭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텃밭 사용 설명회를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어떤 작물을 어떻게 심고 가꾸어야 하는지를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작물을 심기로 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일구는 텃밭이라는 뜻에서 공동체 텃밭이기도 하지만, 텃밭의 작물도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도 공동체 텃밭이라 할 수 있다. 향림골 주민들은 이렇게 함께 학습하고 꾸민 텃밭을 디자인 텃밭이라 부른다.

      적정기술 학습과 다양한 활동, 디자인 텃밭 사업 등은 자연스럽게 생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숲틈시장’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장터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공동체 텃밭처럼 숲틈 시장도 자유롭게 셀러를 모으는 그런 장터와는 전혀 달랐다. 숲틈 시장 판매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 자신이 왜 물건을 파는지, 분명한 주제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을 매니저는 이런 내용으로 셀러들을 한명 씩 인터뷰하면서 숲틈시장을 준비했다.

      숲틈시장

      친환경 생태 장터답게 여느 장터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특징이 있었다. 빨대는 갈대 빨대를 사용했으며 구매자는 장바구니를 활용 해야 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먹거리를 판매할 때에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1회용품 식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식기 렌탈시스템을 도입했다.

      적정기술 학습과 다양한 활동, 디자인 텃밭 사업 등은 자연스럽게 생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숲틈시장’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장터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공동체 텃밭처럼 숲틈 시장도 자유롭게 셀러를 모으는 그런 장터와는 전혀 달랐다. 숲틈 시장 판매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편하지만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 단순한 판매를 넘어 자신이 왜 물건을 파는지, 분명한 주제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을 매니저는 이런 내용으로 셀러들을 한명 씩 인터뷰하면서 숲틈시장을 준비했다.

      디자인텃밭

      반응은 대성공이었다. 전국적 생태 네트워크에서 여러 활동가가 셀러로 참여했으며 주민들도 함께 생태 시장의 셀러로 참여했다. 생태시장을 준비하면서는 300~400명 정도 참여 인원을 생각했다. 그러나 세 차례 숲틈시장을 열면서, 회당 최대 약 1500명이 방문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예상치도 못한 문제를 겪기도 했다. 행사 진행을 돕는 경찰들도 크게 혼란을 느낄 정도였다. 생태 시장의 대성공은 주민들의 의식을 바꿔놓는 계기 가 되기도 했다. 생태적으로 키운 농작물이 생태 시장을 통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는 생태 시장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생태’ 개념을 둘러싸고 젊은 생태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는 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행사준비에 앞서 주민이 잡초를 없앤다며 제초제를 쓴 일이 크게 논란이 되었다. 한편 GMO 식용유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생태적 시장을 위해 GMO 상품을 전면 금지 하기로 했다. ‘생태’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빚은 갈등이었는데 함께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생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향림골은 앞으로 생태마을의 모습을 더 발전 시켜갈 생각이다. 주민들은 생태, 체험, 힐링을 열쇳말로 삼아 10년뒤 마을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나아가 이것이 마을의 자립과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시속 농촌, 라반 지역의 재발견

      “저희 마을 생각은 이렇습니다. 순천 원도심이 가깝지 않습니까?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보면 저희 마을이 이슈가 되고 명소가 되면 저절로 원도심이 활성화될 것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승완 재무국장의 말이다. 실제로 순천 역시 여느 지방도시들처럼 원도심의 인구감소와 상권 위축을 고민하고 있다. 원도심은 신도심에 비해 낙후된 상태로 머물러 있다. 과연 향림골의 변신은 순천 원도심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1915년 미국의 농촌사회학자 갈핀(CJ Galpin)은 라반 (Rurba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농촌을 뜻하는 루럴(Rural)과 도시를 뜻하는 어반(Urban)을 합친 말이다. 도시적인 삶과 농촌적인 삶이 서로 뒤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사람과 농촌 사람이 서로 뒤섞여 생활하는 공간을 일컫는다. 갈핀은 이런 라반지역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주목했다. 도시 사람이 농촌으로 이주하면서, 서로 다른 생활양식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지나친 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갈핀은 갈등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이면에 있는 또 다른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곳 라반지역에서 도시적 생활과 농촌적 생활이 융합된 새로운 삶의 양식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갈핀의 전망이었다.

      향림골은 갈핀의 라반 개념에 부합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순천 원도심 곁에 위치해있지만 이곳에는 자연적인 경관과 농촌적 생활양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도심속 농촌마을이라는 기묘한 표현이 향림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향림골은 깊은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농촌이 쇠락하면서 향림골의 침체기가 시작되었고, 순천 원도심이 낙후되면서 향림골의 침체기는 한층 깊어졌다. 그러나 갈핀의 전망처럼 향림골과 같은 라반지역은, 농촌과 도시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농촌과 도시의 장점을 함께 잘 살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이캠프

      최근 도시마다 도시재생이라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한때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주하면서 마구 팽창하던 도시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도시에도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명확한 해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성장과 발전만을 이야기했을 뿐 그 방향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찰이 없었다. 따라서 최근 도시재생은 삶의 질을 화두로 삼고 있다. 개발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삶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삶이 도시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 안에서는 그 가능성을 찾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림골과 같은 라반지역은 충분히 도시재생에도 깊은 영감을 줄 수 있다 하겠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화제가 된 것은 도시적인 삶에 피로를 느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귀농·귀촌이 답이냐 하면 쉽게 동의하기가 힘들다. 주거지와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삶이 모두 가능하다면 어떨까? 도시에 살며, 도시적 생활양식을 유지하면서도 가까운 농촌에서 공동체와 생태적 삶을 배운다면? 공동체적 생태적 삶을 배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 도시와 접한, 향림골처럼 도시속에 위치한 농촌에도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향림골 주민들의 도전과 실험이 순천시는 물론, 도시적인 삶과 농촌적인 삶을 고민하는 곳곳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행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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