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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뒷산, 군민의 ‘행복숲’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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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onggwang 전남
      영광군
      • 소관부처산림청
      • 포괄보조사업명산림휴양녹색공간조성
      • 내역사업명숲길조성관리(트레킹길), 도시숲조성(산림공원 조성)
      삶의 질 향상 우수
      3대가
      함께 걷는
      물무산 행복숲
      성공포인트
      • 산림복지 시설이 전무한 영광군에 ‘물무산 행복숲’ 조성
      • 전 연령이 편하게 걷도록 경사와 데크가 없는 순환형 숲길 조성
      •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3개 부서 협력으로 일관성있게 사업 추진
      • 산주 25명의 토지무상사용 동의서를 모두 받아 사업 진행

      평범한 뒷산, 군민의 ‘행복숲’이 되다

      이유는 잘 모른다. 숲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훅 놓이고 시야가 편안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유. 나무가 있고 산들바람이 있고 흙냄새가 있는 숲. 인간이 그곳 어딘가에서 도래했을 것 같은 친숙함과 무상함이 서려 있는 곳이 숲이다. 그래서 숲에 다가가고 숲을 당기고 숲을 만드는 게 인간이다. 영광군에서도 숲에 다가가 숲을 만들었다. 군민들 모두가 이 행복숲을 오래 기다렸다. 오래 이어질 숲이 될 영광군의 물무산 행복숲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광군은 예로부터 쌀·소금·눈이 많기로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렸다. 서해바다와 넓은 염전을 끼고 있어 영광굴비라는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진미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산림’이었다. 영광군의 산림면적은 군 전체면적의 44%인 19,800ha로 전국의 산림면적 64%, 전라남도 산림면적인 58%에 비교해 크게 못 미친다. 길고 깊은 골이 형성된 겹산이 없어 사계절 내내 물이 흐르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계곡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숲과 계곡이 주는 상쾌함을 마시고 무더운 날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 경험은 남의 일이었다. 전국 어디에나 쉽게 볼 수 있는 산림 욕장은 물론 자연휴양림·치유의 숲 등 산림복지시설이 전무한 현실이 군민들에게는 늘 아쉬움이었다.

      산림복지를 희망했지만 관광객들이 구름떼처럼 찾아와 즐기고 가는 관광형 시설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소소하지만 동네 주민들이 훌쩍나와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곳, 군민들이 마음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작은 숲길만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추진된 사업이 ‘3代가 함께 걷는 물무산 행복숲’ 조성사업이다.

      물무산 행복숲으로 산림복지 불균형 해소

      군민의 40.6%인 21,960명이 물무산이 솟아난 영광읍에 거주한다. 물무산의 높이는 해발 256m로 누구든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영광읍 시가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다. 경관이 빼어나진 않지만 일상 속 걷기 문화를 희망한다면 물무산보다 최적의 장소가 있을 수 없었다.

      영광군에 산림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많은 군민들이 고령화 됐다는 점도 들 수 있다. 2019년 4월말 기준으로 영광군의 주민등록 인구수는 54,040명(남 26,914명 / 여 27,126명)이며, 세대수는 26,490세대다. 이중 65세이상 인구는 15,068명으로 군 전체 인구의 27.9%를 차지할 만큼 영광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노인인구에 특화된 맞춤형 걷기 장소가 필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3代가 함께 걷는 물무산 행복숲! 사업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복숲 조성사업은 처음부터 노인들도, 청년들도, 아이들도 숲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숲속 둘레길 10km, 유아숲체험원, 어린이 물놀이장 2개소, 편백명상원 2개소, 소나무숲예 술원 1개소, 가족명상원 1개소, 질퍽질퍽한 맨발황톳길 2km등 주제별로 요소별로 구성하여 각 주제원마다 숲길의 풍성함을 담아 놓았다. 특히 숲속 둘레길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산 중턱에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순환형으로 개설했으며, 계단·경사·데크없이 폭 2.5m의 숲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른에게는 마냥 좋은 자연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숲이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잊지 않았다.

      “도시의 공원을 숲으로 가져오면 안되잖아요. 야생과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했습니다. 숲길 주변도 온전히 자연 상태로 보존하되 지루하지 않도록 일정 거리에 주제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영광군청 산림공원과 박정현 과장의 설명이다. 행복숲은 경사가 없어 옛길을 걷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숲길인데다 조금만 올라도 영광읍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렇게 ‘물무산 행복숲’이 조성되면서 전남 도내 22개 시군 중 산림복지시설이 전혀 없었던 영광군도 비로소 산림복지 균형발전에 기여한 시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물무산 행복숲 조감도

      모두의 승낙과 환호 속에 시작된 사업

      ‘물무산 행복숲 조성 사업’을 최초로 기획한 박정현 과장의 이력에는 눈에 띄는 지점이 있다. 도청에서 근무하던 그가 2015년 7월 31일자로 다시 영광군에 전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남도청 산림부서에 근무하면서 자신의 고향인 영광군에 산림복지시설이 하나도 없는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림복지시설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고, 도청에서 영광군청으로 전출을 신청한 것이다.

      그는 전입한지 한달만에 머릿속에만 있던 행복숲 사업을 구체화하고 실행 기획안으로 만들어 도청을 찾았다. 잘된 기획안은 빛을 보게 마련인지라 군과 도청의 공감대를 금방 얻어낼 수 있었다. 그는 자체예산으로 기본계획부터 수립했다. 물무산을 수십 번 찾아가 답사를 하고, 전남 순천 봉화산 둘레길, 전남 화순 둘레길,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 등 여러 선진지를 탐방했다. 주말에도 쉬기는커녕 현장을 누비며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갔다.

      박정현 과장

      우선은 땅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물무산은 군유림과 사유지로 나뉘어있다. 행복숲 사업 대상지 211ha 중 군유림 52ha를 제외한 159ha는 사유지다. 전체 면적의 75.4%를 차지하는 사유지에 숲길을 만들기 위해선 총 25명의 산주들로부터 토지무상사용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산주의 동의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다들 산주들이 동의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저는 된다고 생각했어요. 산주들에게 우편물을 하나하나 보냈습니다. 고향인 영광군에 숲길이 생긴다고 하니 많은 산주들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동의를 해주셨죠. 마지막 한분이 동의를 해주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그 분의 아버지가 마침 군청 공무원이셨고, 그 점을 들어 설득을 하니 결국 동의를 해주셨어요.”

      박정현 과장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고, 시도해 보지 않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산이 방치되는 것보다 군에 의해 보호되고 활용될 수 있다면 산주들에게는 더 좋은 일이었다.

      여러 문중 회장과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나서준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영순 비룡양로원 이사장, 한희천·한철호 청주한씨 삼재 공파 문중 회장이 앞장서서 동의를 해주었고 김준성 영광군수, 정용재 영광군산림조합장이 동의서를 받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다. 이렇게 동의를 해준 모든 산주들의 이름과 공사관계자들의 면면이 물무산 입구 준공 표지석에 새겨져 있다.

      입구안내판

      영광군의 예산부서에서는 물무산 행복숲 조성 사업을 군의 역점시책으로 정하고, 국비 지원에 따른 군비와 별도로 19억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라남도 관계공무원을 물무산 행복숲 공사 현장에 초청해, 사업 진행상황 및 기대효과를 설명했고 이듬해에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실시설계 용역은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인 숲길조성 및 산림공원 사업비 그리고 군 자체예산을 합쳐서 사용했고 발주 또한 한 건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3개 예산을 하나로 묶어 발주함으로써 4천 여만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물무산 행복숲 조성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전라남도와 영광군이 뜻을 모으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확보·집행할 수 있도록 부서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진 덕분이다.

      2018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권역 내에 있는 청운초등학교가 공사에 돌입하여, 여름방학기간 동안 방과 후 교실을 열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진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섰다. 사정을 알게된 두월천노을권역은 아이들과 함께 마을 한켠에 숲놀이터를 꾸미고, 그곳에서 숲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간혹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나무에 그네도 매달고 거미줄 놀이터도 만들며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는 곧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졌다. 권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진행한 아이템이 ‘두월천 생태숲놀이터’라는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숲길이 언제 열리나요?”

      물무산 행복숲이 말그대로 ‘행복숲’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답을 찾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군민을 위한 행복숲이 되어야 하는 만큼 주인공은 영광군 군민이 되어야 했다. 군은 지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행복숲 실시설계 용역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와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네 차례 개최했다. 숲길의 가치와 조성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거쳤다. 본격적으로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을 투입했던 2017년 보다 한해 이른 2016년에 미리 숲길 1km를 개설한 것이다. 1km 구간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과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내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역민들은 누구보다도 물무산 행복숲 조성 사업을 환영했다. 심지어 주민들은 숲길 공사를 진행하는 중장비의 뒤를 따라 다니며 “이렇게 좋은 길을 언제 개통하느냐?”고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숲길 개통 날짜를 애타게 기다리는 풍경은 담당 공무원들과 작업 인부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힘이 됐다. 또한 10km의 숲길 중 4km를 개설했을 때, 이미 완공된 일부 구간을 개방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또 다시 수렴했다. 일부 개통된 구간을 직접 보고 걸은 주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주민들은 행복숲이 ‘3대가 함께 걷는다’라는 주제가 있는 만큼, 3명이 걸어도 충분하도록 숲길의 폭을 당초 2m에서 2.5m로 확장하길 원했다. 또한, 숲길을 걷다가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를 4개소 추가하고, 이정표와 화장실 CCTV를 더 많이 확보하기를 요구했다. 영광군은 행복숲을 자주 찾을 주민들의 의견을 선제적으로 수렴하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행복숲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행복숲 내 유아숲체험장은 주민들의 정성과 오랜 시간 입구안내판이 쌓여 더욱 의미를 지닌 곳이다. 박정현 과장이 도청으로 이동하기 전 영광군청에서 근무하던 2003년이었다. 현재 유아숲체험장이 있는 곳은 당시만 해도 나무가 많지 않았다. 박정현 과장은 군민 200여명에게 1인 당 2만 5천원씩을 기부받아 그 자리에 나무 200여 그루를 심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작은 묘목이었던 나무들이 쑥쑥 자라 하늘을 시원하게 가려주는 어른 나무가 돼있었다. 이전보다 더 울창하고 좋은 숲이 된 물무산. 어느 숲이든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숲의 생동감은 사라진다. 영광군의 아이들은 15년전 어른들이 심은 나무숲속에 폭 안겨 물무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행복숲길을 걷는 여행자

      군수님도, 군민들도, 하늘도 도왔다!

      2017년, 물무산 행복숲 부지에 첫 삽을 뜨며 영광군 군민들이 오래 기다렸던 행복숲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모두의 기대 속에서 공사를 시작했지만 야속하게도 공사를 진행하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다. 먼저 물무산 행복숲 일대에 관정을 여덟 군데나 착정해도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유아숲체험장에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에서 놀 수 있는 물놀이터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물무산 너머에 관정을 뚫어 물을 유아숲체험장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택했다. 겨울철 공사를 진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2018년 겨울에는 무려 다섯번이나 폭설이 내려 숲길공사를 중단하거나 눈을 치우고 공사를 강행해야만 했다.

      조성 현장

      물무산 전체가 불에 타버릴 뻔한 대형 위기도 찾아왔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8년 11월 30일 5시 10분, 감독자와 인부들이 데크 공사를 마치고 모두 퇴근한 시각에 산불이 났다. 하마터면 물무산 행복숲이 잿더미가 될 뻔 했지만 천만다행하게도 인근의 대나무숲이 점점 번지던 불씨가 더는 확산되기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 사이 전직원이 화재현장에 출동해 초기에 산불을 진화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화재진화 대처도 신속했지만 ‘산신령이 도왔다’라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천운이 따른 사건이었다.

      잔디밭조성 현장

      물무산 행복숲 완공으로 향하는 길에는 어려움이 또 하나 더 있었다. 행복숲 옆에 대규모 양계장을 세우겠다며 민간 사업자가 영광군에 허가 신청을 낸 것은 최대 위기라고 불릴 만큼 큰 장벽이 었다. 양계장이나 축사같은 시설이 들어설 경우 배설물로 인한 불쾌한 냄새가 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행복숲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군민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양계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 모두가 ‘양계장을 반대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영광군에서도 군민 모두가 사랑하는 물무산 행복숲을 지키기 위해 양계장 건립 허가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허가 담당공무원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등 여러 애로를 겪었다.

      공사 현장이 매우 크고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서 현장감독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기도 했다. 10km에 달하는 숲속 둘레길 곳곳이 행복숲 사업장에 해당돼, 감독을 한 번 하려면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 걸렸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감독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숲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큰 나무를 베어내야 하는데 실수로 40년 이상 수령의 나무를 베어내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박정현 과장은 길을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파내야 해야 했지만 “훼손하더라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마음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물무산 행복숲 코스 소개

      • 숲속둘레길(10km) : 경사와 데크가 없는 숲길로 산중턱에 개설되어 피톤치드가 많다.
      • 유아숲체험장(2.5ha) : 유아놀이시설, 물놀이장, 족욕장이 있고 숲해설가가 배치돼있다.
      • 편백명상원 : 1991년에 식재한 편백 3,500여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평상에서 산림욕과 명상을 즐길 수 있다.
      • 질퍽질퍽 맨발황톳길(2km) : 전국 최초 질퍽한 맨발 황톳길로 발마사지, 혈액순환개선, 불면증 해소 효과가 있다.
      • 소나무숲 예술원(2ha) : 노송 아래 맥문동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어 8, 9월에 보라빛 꽃물결을 이룬다.
      • 가족명상원 : 물무산 행복숲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소통공간 및 하늘공원이 있다.

      12만 명이 찾은 치유의 숲

      2018년 3월 21일, 물무산 행복숲이 개장한 날은 때아닌 눈이 내려 숲을 하얗게 덮어 개장식 참석자들이 설경에 매료되었다. 영광군 주민들과 담당 공무원, 군수까지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염원했던 물무산 행복숲이 사람들의 발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행복숲’이란 이름처럼 평범한 동네 뒷산이었던 물무산에는 우리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이 가득찼다.

      반려견이 사고를 당해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자 동물용 휠체어에 반려견을 태우고 숲길 산책을 나온 주민도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를 누구보다 갑갑해할 반려견에게 행복숲은 마음껏 뛰어 놀았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었을 테다. 중풍으로 신체 왼쪽이 마비된 환자, 암수술 후 매일 숲길을 찾는 환자는 행복숲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한 부부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숲길을 걸었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매일 산을 찾는 주민들도 많다.

      어린이집 원생들과 유치원생들은 숲 해설가와 함께 유아숲 체험장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 다니고, 여름철에는 지하 18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로 채운 물놀이장에서 유아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이 암반수는 먹는 물 기준 47개의 검사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깨끗한 물이다. 영광중학교 육상부 선수들은 행복숲 숲길을 10km씩 달리며 건강한 신체를 만든다. 편백명상원에 들어 서면 3,500여 그루의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사람이 찾지 않았던 2ha의 노송 군락지는 소나무숲 예술원이 됐다. 매해 8~9월이면 보랏빛 맥문동이 벨벳 카펫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100평 잔디밭에 조성한 가족명상원에서 잠시 쉬며 명상에 빠질 수 도 있고 2km에 달하는 질퍽질퍽 맨발황톳길에선 발바닥에 닿는 황토의 푸근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그뿐일까. 물무산 행복 텃밭에는 새빨갛고 싱싱한 고추가 주렁주렁 열린다. 개장 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를 동안 무려 12만명이 행복숲을 다녀갔다. 군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물무산 행복숲이 생김으로써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저마다의 고민을 치유하고 그만큼 알찬 결실을 맺는 숲. 물무산 행복숲은 모두의 숲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물무산 행복숲은 고령인구가 많은 영광군에 건강한 일상을 선물하고 있다. 숲길을 걷는 것은 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 중 1위가 혈관질환이라는 말도 있다. 영광군 보건소에서는 물무산 행복숲을 무대로 ‘1530(일주 일에 5회 30분 이상) 건강걷기’ 행사를 매년 추진하면서,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고장을 만들고 있다. 행복숲의 3개 코스는 최대 2시간 10분이 소요되는 길이로 어느 코스로 걷든 1만보 이상 걷는 것이 가능하다. 경사가 없으니 몇 시간을 걸어도 등산할 때처럼 힘들지 않다.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자연스럽게

      물무산 행복숲이 산림복지시설이 전혀 없는 영광군에 종합산림복 지숲으로 자리하면서, 이제껏 영광군 군민들은 누릴 수 없었던 산림복지 불균형을 해소한 점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3代가 함께 걷는 물무산 행복숲’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유아숲체험장과 물놀이장, 청소년과 육상선수들에게 적합한 달리기 코스, 중장년을 위한 산책로, 노년층에게 특화된 경사 없는 흙길 제공 등 모든 연령층을 위한 행복숲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아숲체험장에는 숲 해설사 1명과 기간제 근로자 3명을 배치해 고용 창출도 이뤄냈다.

      물무산 행복숲은 군민들에게 쾌적한 숲길을 선사한 것뿐만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도 이어졌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어느 곳이든 산속에 평균 20여동 가량의 집을 만들어 숙박을 제공 한다. 그러나 영광군은 군이 숙박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숙박시설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민간업체가 나타나 물무산 행복숲을 기반으로 힐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맨발황톳길 입구에 한옥으로 된 힐링센터 5동을 건축하고 있는 것이다.

      영광군 군민들이 누구나 편안하게 찾는 물무산 행복숲은 인접한 광주 시민들까지 찾는 숲으로 인지도를 더해가고 있다. 물무산은 군민들의 생활권과 잇닿아있어 걸어서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 이용객을 배려해 총 3군데의 주차장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황톳길 입구 주차장(160대 주차 가능)을 비롯 2019년 9월까지 21억원을 들여 대형버스를 비롯한 152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현재 토지매입 과정을 거치고있다.

      여든 살이 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섯 살배기 손주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걷는 ‘3代가 함께 걷는 숲’,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 마음을 치유하는 숲. 물무산 행복숲은 영광군 군민들의 삶과 보폭을 맞추며 그렇게 곁을 내주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행복숲이 만들어진 지금, 영광군은 다음 꿈을 꾼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걸었던 다섯 살 손주가 훗날 푸근한 노인이 되어 자신의 손주와 다시 물무산 행복숲을 걷는 길이 되기를. 미래세대를 위해 나무 하나, 돌 하나, 폭신한 흙 한 줌을 소중히 여기며 숲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그런 꿈 말이다.

      편백명상원
      맨발황톳길
      물무산 유아숲체험원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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