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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기술이전 사업은 아무리 훌륭한 연구 성과가 있어도 현실화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니체의 유명한 말이다.
미국 스타트업의 최대장점은 최신 연구 성과가 사업아이디어로 바로 전환될 수 있 는 환경에 있다.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사업으로 연결되어 어마어마한 수익창출로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가 능성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이라면 아마도 대전광역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전에 있는 정부출연연구소만 23개이며 카이스트를 포함하여 6개 대학이 위치하 고 있다. 거주하고 있는 박사의 수만 만 3천여 명이며 석사 또한 만 천여 명이 넘는 다. 지방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국내 최고라는 점, 최첨단 기술 관련 기업을 다수 보 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전시 안에서의 기술 관리는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좌우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연구 성과가 기업의 수익 창출 과 연결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대전시의 ‘기술장벽대응 맞춤형 기술유통 및 보호지원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전은 대전의 환경에 맞는 방식을 연구해야 했 다. 그리고 그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 했다. 대전시는 행동하기로 했고, 똑똑하게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 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무슨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제대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좋은 지역사업이란 이런 것일 테다. 적은 사업비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내는 사업, 지역사회에 전환점을 던져주는 사업,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주는 사업……. 이들 사업들은 모두 지역 환경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가능하다는 공 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는 좋은 결과 도출도 불가 능하다. 대전시의 ‘기술장벽대응 맞춤형 기술유통 및 보호지원사업’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훌륭한 사업의 미덕을 하나 보여주고 있다. 평소의 꾸준한 노력과 부지 런함이 결국 사업의 승패를 결정짓게 된다는 진리이다.
대전시엔 훌륭한 산학인력이 있었지만, 폐쇄적인 연구소 문화 탓에 훌륭한 성 과가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에는 국비가 투입되는 경우 가 많기 때문에 인적으로나 물적으로나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기업의 경 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특성상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능력 이 필요했지만, 먹고 살기에 급급한 중소기업들의 정보력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에 서 그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대전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업과 연구 두 축으로 돌아가는 대전시 산업 생태에서는 고질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대전시 산업 환경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들여다보면 연구비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는 기업도, 힘들게 이룬 연구 성과가 묻히는 것을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대학 연구소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세월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가장 이상적인 답은 이 둘을 연결해주는 매칭서비스였다. 그러나 서로에게 맞 는 짝을 찾아주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어떤 기업을 어느 연구와 연결해 줄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 많은 기업 과 연구기관의 성격과 내용을 다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전시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지식재산센터였다. 기술을 상용화 하는 데 있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특허권 획득이기 때문에, 기술이전과 특허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대전시는 ‘특허허브도시’, ‘지식재산 전문도시’를 시의 우선적인 가치로 두며 센터의 업무를 지원했으며, 특히 특허관련 사 업전반을 센터에 일원화시켜 업무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지식 재산센터 또한 주특기인 특허관련 장점을 최대한 살려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대전시의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자신만 의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온 대전지식재산센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 래 특허청과 협업하여 특허관련 일을 주로 담당하던 지식재산센터는 특허관련 상 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 기업 생태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식재산센터의 주요업무는 공공기관에서 발굴된 우 수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기술 이전에서는 기업과 연구기관의 매칭 을 위해 무엇보다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 를 위해서는 기술이전기관과 수혜기업 모두에 대한 적절한 파악이 우선적으로 이 루어져야 했다.
2003년 개소이후 특허관련 노하우를 오랜 시간 묵묵히 축적해 온 지식재산 센터의 내공이 기술이전사업과 만나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 전지식센터의 경우, 특허 업무를 진행하며 쌓아온 경험이 있었기에 사업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곧 대전시가 중소기업, 연구기관과 오 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의미했다. 지식재산센터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들 그 리고 연구기관과의 다양한 소통창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물색했다. 특히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매진하는 탓에 대외활동이 적은 연구소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 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식재산센터는 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원 담당자들이 주 축인 기술이전협의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이들의 수요를 파악해 나갔다.
기업의 참여를 끌어올리는 일도 숙제였다. 중앙사이트, 민간사이트 등을 활 용하여 서로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 보는 등의 시도를 해 보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에게 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해결의 열쇠가 된 것은 지난 10년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였 다. 특허관련 업무를 하며 꾸준히 쌓아온 기업에 대한 자료들이 센터의 주요한 능 력이 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는 사실 대단한 사업 시스템은 아니었다. 사업 담당자인 민재욱 대리가 꾸준히 기록해온 엑셀파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특 허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대전시 기업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으로 매일 일기처럼 써 내려간 데이터베이스가 대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될지는 그 역시 몰랐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첨단화 되어도 결국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 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자신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업도, 연구소 도 센터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매칭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일 년에 두 번씩 열리는 비즈니스 상담회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 누다보니 매칭률도 올라갔다. 센터에 대한 신뢰는 곧 센터를 통해 소개받게 된 파 트너에 대한 신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센터는 기업에 기술 컨설팅을 입히기 시작했다. 전문성이 부족해 혼자서만 끙끙 앓던 문제를 전문가로부터 들으니 기업입장에서는 의사를 만 난 것처럼 시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분명히 알게 되어도 이를 치료할 돈 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일부 국비지원을 받긴 했지만 사업비용은 제한되어 있었고 대부분 기술이전 시 발생하는 지원비용 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업의 사업화 자금 마련을 위해 지식재산센터가 선택한 것은 기술을 담보 로 대출을 실시하는 은행권과의 교류였다. 마침 은행에서도 기업 대출의 벽이 낮아 진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류를 타고 지식재산센터는 특허를 담보로 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과 협력했다. 특허권을 담보하여 일반적으로 받는 수수료 보 다 낮은 이자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투입한 금액의 20배 이상을 기업지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10년부터 6년간 총 223개 중· 소벤처기업들이 사업화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들 기업들의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91% 정도였지만,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칸막이 식 지원은 시장 적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15 년부터는 분야를 더욱 세분화 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더욱 유연하게 개편하였 다. 그 결과 사업목표대비 실적도 우수하게 나타났다.
세부사업 | 사업주요내용 | 목표 달성률 | 달성률 세부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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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기술이전 지원사업 | 우수기술 도입을 통한 시장진출 | 총 22개사 지원, 목표대비 122% 초과달성 | 지원기업 평균매출 310억 원 (전년대비 25% 증가) |
특허기술이전지원사업우수기술 도입을 통한 시장진출 총 22개사 지원, 목표대비 122% 초과달성 고용창출 81명 (전년대비 376% 증가) | |||
지원기업 평균매출 53억 원 (전년대비 3% 증가) | |||
특허이전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 이전기술 사업화지원 | 총 7개사 지원, 목표대비 100% | 특허이전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이전기술 사업화지원총 7개사 지원, 목표대비 100%고용창출 11명 (전년대비 1100% 증가, 신규채용) |
특허기술 가치평가 연계 보증 지원사업 | 특허기반 기술지원 | 총 8개사 지원으로 목표대비 100% 달성 | 지원기업 평균 매출 150억 원 (전년대비 63% 증가) 특허기술 가치평가 연계 보증지원사업 특허기반 기술지원총 8개사 지원으로 목표대비 100% 달성 고용창출 21명 (전년대비 320% 증가) |
2013년도 사업에 참여한 화장품원료회사 I사는 1억 7백만 원의 사업자금을 투자받아 2억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경우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예년대비 333%가 상승했다.
I사는 2013년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적정기술을 발견하여 기술이 전을 완료하였고, 2014년 1차 기술이전 완료 후 이전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마케팅 지원을 받았다. 2014년 말 제품 출시 후, 제품군 확대를 위한 신제품 개발계획을 수 립한 뒤 신제품에 적용할 적정기술 발굴을 다시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2015년 제주 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유한 기술이 발굴되어 이를 토대로 제품개발을 완료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사업의 1차 지원 단계에서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창업기업 의 약점을 보완하는 사업화 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력제품의 콘셉트에 맞는 적용가능 기술을 발굴하고 기술이전이 지원된다. 또한 이전에 완료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시제품개발 및 디자인개발 등을 후속 지원한다. 이는 기업의 주력제품 을 구축해 시장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이다. 반면 2차 지원은 주력제품의 기능 강화에 집중한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적용기술을 발굴하고 기술이전을 지원하 는 것이다. I사는 주력상품에 피부보호, 피부진정효과를 가진 기술과 콜라겐을 생성 해 세포를 재생하는 기술을 결합시켜 아토피 개선 화장품으로 특색을 강화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이 국내시장에서만 유통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선 안 되 었다. 지식재산센터의 특허 보호는 기업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가장 빛났다. 센터 는 IP 해외분쟁컨설팅 부분을 통해 기업의 특허가 해외시장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 록 하였다. 특허중심의 중소벤처기업이 대부분인 대전의 경우에는 특히 신기술개 발 또는 개량기술 개발을 위한 R&D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외부의 우수한 특 허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은 한 번 특허에 문제가 생기면 해외수 출의 발판이 무너질 정도로 타격이 컸다.
삼성, 애플의 특허 공방에서 보듯 사업이 확장될수록 특허가 가지는 지식재 산권의 역할은 이미 공공연한 이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 시 특허 침해에 대비할 수 있는 자체적인 대응 능력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 다. 지식재산센터에서는 기업들이 특허기술유통, IP분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중소기업에게 해외시장은 기회이자 희망이다. 장기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선진적인 특허관리가 요구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대전지식재산센 터의 노력으로 수혜기업들은 해외시장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고,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 앞서 언급된 I사의 경우도 이러한 센터의 지원, 그리고 인도기술비즈니 스 상담회, 수출중소기업 IP역량강화 지원 사업 등에 연계 참여하며 해외진출의 발 판을 다질 수 있었다.
특허관련 사업은 크게 창출, 활용, 보호 세 단계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창출에 머물러 있지만, 대전은 마지막 단계인 ‘보호’로 나아가기 위해 활용부분의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단계이다. 대전시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는 비단 대전시 만의 것이 아니다. ‘특허허브도시’로서 대전시가 보여줄 모습이 우리나라 기술유통 사업의 롤 모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시 역량의 비밀은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센터는 기관과 기업을 연결 해 주는 매칭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였지만, 그 밑바탕에는 센터의 본업 인 특허지원을 활용한 커다란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것은 특허를 중심으로 뭉친 여러 기관들이었다. 이는 기술이전 대상인 대전시 내의 공 공기관과, 기업 그리고 타 지자체 소속의 공공기관부터 아웃소싱 업체까지 다양하 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네트워크체계는 결국 상호간의 믿음과 역량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화학작용이야말로 결국 기업생태를 변화시키는 힘일 것이다.
구분 | 2014년 | 2015년 | 2016년 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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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 3,387 천달러 | 6,873 천달러 | 10,560 천달러 |
증가율 | - | 102.92% | 53.64% |
비 고 | - | 2014년 대비 증가율 수출액정산 결과와 차이 발생 가능 | 2015년 대비 증가율 예상 수출액 기준 |
대전지식재산센터는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전시라는 산업 환 경을 정화시키는 박테리아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이것은 또한 특허권이 산업 생 태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훌륭한 기술이 개발되고, 그 기술이 활용되어 중소기업을 살리고, 개발된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순환 고리가 원활히 돌아가는 환경이 바로 건강한 기업생태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세월과 신 뢰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어쩌면 대전시가 지난 십 년간 쌓아 온 노하우란 결국 맡은 자리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며 꾸준히 행동하는, 기본에 충실한 행동일 지도 모른다.
맑은 호수에서 아름다운 꽃이 핀다. 아름다운 기업생태가 만들어진다면, 미 래의 대표적 창업국가가 우리나라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의욕적인 연 구, 뛰어난 기술, 가능성 있는 기업. 훌륭한 재료는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발굴되 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미래는 결국 만들어나가는 자의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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