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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대한 인천시의 앞선 인식이 남동공단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소수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디자인센터가 그 중심에 있다.
미국의 트렌드 전문가 페이스 팝콘은 유행과 트렌드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시적 유행이란 시작은 화려하지만 곧 쓰러져버리는 것으로써, 순식간에 돈을 벌고 도망가기 위한 민첩한 속임수와 같다. 하지만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도록 이끄는 원 동력이다. 트렌드는 바위처럼 꿋꿋하다. 그리고 평균 10년 이상 지속된다.” 애플사의 심 플한 디자인이 트렌드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곧 문화인 시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좋은 디자인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이 오늘날의 시장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는 영세기업은 이러한 시장 환경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위험을 담보해야만 한다.
십 년 전만해도 인천시 대부분의 영세제조업체는 모험보다는 도태를 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인천시는 지난 12년간 남동공단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디자인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천시내에 디자인 시장이 활성화되어야했고, 시장형성을 위 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했다. 십 년, 길게 는 이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비전이었다. 그러나 인천시는 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꾸준하게 사업을 진행시켰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렇게 인천시에 디자인 시장이 형성되었다.
인천시가 디자인개발 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한 것은 2004년도이다. 이후 10년이 넘 는 시간동안 꾸준히 사업이 커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2005년 제정한 ‘인천광역시 산업디자인 육성 및 지원 조례’의 영향이 컸다. 디자인 사업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까지 보인 지자체도 처음이었지만 디자인산업에 대한 조례 제정 또한 처음 있는 일 이었다. 디자인 개발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 인천시라 해도 모험이 아닐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지가 확고했다. 제조업이 26.6%로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는 지역 특수성도 있었지만 낙후된 공단을 연상시키는 지역 이 미지 개선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구분 | 전문회사수 | 수행건수 |
---|---|---|
2004 | 10 | 19 |
2005 | 15 | 20 |
2006 | 20 | 27 |
2007 | 22 | 24 |
2008 | 40 | 23 |
2009 | 55 | 45 |
2010 | 87 | 42 |
2011 | 90 | 50 |
2012 | 104 | 69 |
2013 | 115 | 80 |
2014 | 130 | 80 |
2015 | 159 | 82 |
사실 인천시의 디자인에 대한 갈증은 항상 존재해 왔다. 인천시 제조업체 대부 분이 서울에 있는 업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천 제조업의 자생은 불가능했다. 인천시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했다. 2006 년 채용된 소수의 전문 인력들은 2007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사업의 방향성을 설 정하였다. 한동안은 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위기를 겪기 도 했지만 다행히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는 국비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는 지방비와 국비가 5:5로 투입되었다. 그렇게 12년간 사업 규모가 16배 가량 꾸 준히 성장했다. 이런저런 환경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사업 초기 에 사업의 전체적인 플랜을 꼼꼼하게 구축하고 이를 조례로 지정하여 보호한 덕이 컸 다. 디자인에 대한 인천시의 변함없는 지지 또한 사업지속의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인천시의 디자인 시장은 지난 12년 노력이 이뤄낸 값진 결과이다.
세월을 버티는 동안 디자인개발팀은 디자인지원단을 구성하여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사업초기에 작은 규모의 조직으로 주로 행정적 기반을 쌓았던 팀은 이제 김광희 단장을 필두로 한 디자인지원단으로 확장되었다. 디자인지원단은 이완석 팀장이 지휘하는 디자인지원팀과 인윤영 팀장이 리드하는 서비스디자인팀으로 구 성되어 있다. 이 중 테크노파크에 위치한 서비스디자인팀은 기술 운영에 관련된 자 문을 담당하고 있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디자인지원팀은 디자인에 대한 자문을 담 당한다. 전체적으로 시의 행정이 단단히 중심을 잡아주고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홍보와 수출 동력을 보강하여 영세기업이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보강하였다.
특히 2010년 남동공단에 뿌리를 내린 디자인지원팀은 지난 6년간 남동공단의 디자인 문화를 새로이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630㎡로 건물의 한층만을 사용하 고 있으며 직원도 10명뿐이지만, 디자인센터는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디자인 전공자들이지만 세부전공은 사업디자인, 시각디자인 등 다양하다. 이러한 팀 의 구성은 전체적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반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고 다각도 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이 되었다. 특히 같은 제조업이라 할지라도 회사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 달라 컨설팅에 효과적이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꾸준히 문의가 늘 어 최근 몇 년간 디자인센터가 컨설팅을 맡은 제조업체는 연간 450개가 넘는다.
이렇게 쌓인 신뢰 덕분에 연초에 열리는 ‘디자인지원사업박람회’에도 매년 200~250명 이상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박람회는 크게 디자인 및 시제품 개발 로 섹션이 분류된다. 세부적으로는 디자인 분야를 제품, 포장, 시각, 멀티미디어 4 분야로 구성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성격에 맞게 투자가 보장되어 알찬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디자인지원사업박람회’는 인천지역에서 추진하는 지 역사업설명회 중에서는 가장 큰 호응도를 보이고 있다.
디자인개발지원에 선발된 기업들은 연간 최대 세 개의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지원 대상 선정부터 꼼꼼하게 가능성을 체크하지만, 과제의 수행역량을 끌어올리 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의 역할이다. 인천시의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히 디자 인 전문가 양성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사업 수혜자인 제조업체 또한 원한다면 디 자인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를 통해 체계적으로 구축된 사업이지만, 전문 가에 의지하거나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양분화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인천시 디자인 교육의 미덕이다. 제품 디자인은 디자이너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기보다 는 기술이나 경험과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한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 획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10개 과제로 시작된 사업은 이제 10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80~90개 의 과제를 진행하다보면 여전히 참여기업과 주관기관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 하지만 인천시는 추가적으로 전문가의 자문과 해당사업의 전용 운영규정을 참고 하여 객관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협조적 이던 업체들의 태도도 180도 달라졌다. 사실 사업 초기엔 보수적인 업체들의 인식 을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들어가는 창작물임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주변의 성공사례 가 늘어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칼날을 생산하던 납품업체는 디자인개발과제를 통 해 자기 브랜드를 만든 뒤 기업규모를 10배 가까이 성장시키기도 했고, 한 가습기 생 산업체는 제품디자인을 바꾼 뒤 대기업을 제치고 판매량 국내 1위로 우뚝 섰다. 처음 에는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디자인 개발을 설득하기도 했던 센터였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디자인에 대한 열린 인식을 기반으로 인천시 기업 문화가 자연 스럽게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의 변화는 열의로 증명되었다. 지난 3년간 디자 인 개발 사업의 지원을 통해 진행된 268개 과제 중 실패사례는 단 세 개뿐이었다.
작년 한 해 디자인 지원센터의 방문객은 만 4,000명 정도이다. 6년 전 처음 센터가 생겼을 때의 1,600여명에 비하면 거의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다. 이러한 성장 에 머물지 않기 위해 디자인센터에서는 월 단위로 통계를 내어 방문객 수요를 분석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과제 수행 과정 중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지만 최근 방문객 중에는 사업 관계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고 한다.
먼 곳에서 일부러 디자인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은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기 위 해 디자인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지원센터 내에 있는 디자인도서 라이브 러리는 크게 두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서 라이브러리와 소재 라이브러리 가 그것이다. 도서 라이브러리에는 디자인 전문서적 약 4,000권과 디자인 잡지 150 여종이 구비되어 있으며 잡지의 경우 해외잡지가 80%이다.
도서 추천은 매년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 교수들에게 자문을 받아 이루어 진다. 교수들이 보내 온 리스트 중에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거나 센터 성격에 맞지 않는 도서는 꼼꼼하게 걸러져 꼭 필요한 책만 구매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라 면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여 모두가 볼 수 있게 한다. 때문에 전문서적의 경우 국 내에 몇 군데 구비되어 있지 않은 희귀서적이 많다. 책 한 권에 몇 백 만원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재 라이브러리는 국내 소재를 테마로 특화시켰다. 국내 소재만으로 800여 종의 소재를 구비해 놓았는데, 국내 소재에 있어서는 전국적으로 유일한 공간이 다. 소재가 아이디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서, 멀리 지방에서도 이곳 남동공단을 찾는다. 멀리 지방에서 도 이곳 남동공단을 찾는 이유이다. 두 개의 라이브러리에 필요한 자료 구매와 관 리에 들어가는 비용만 매년 1억 원 이상이지만 매년 라이브러리 구축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제대로 된 정보 없이는 뛰어난 아이디어 생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디자인센터의 기조는 라이브러리뿐 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디자인센터에서는 6개월마다 디자인 트렌드 를 조사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센터 방문객들의 요구사항은 매달 엑셀파일로 정 리되어 다음 분기에 디자인센터의 운영방침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현실적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센터의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스튜디오 이다. 디자인센터 내에 있는 스튜디오는 2D 스튜디오와 3D 스튜디오로 나뉜다. 최 근에 생긴 3D 스튜디오에서는 360° 제품 촬영이 가능한 특수 장비가 갖추어져있 다. 3D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제품의 경우 홈페이지 마우스 클릭만으로 360°로 제 품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고가의 장비이긴 하지만 해외 수출 등에 꼭 필 요하기 때문에 구입을 결정했다.
두 개의 스튜디오는 주로 제품 홍보에 활용된다. 홍보는 디자인개발사업의 중요 한 부분이다. 뛰어난 디자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홍보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다른 업체에 아이디어를 뺏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센터 안에 굳이 스튜디오를 만든 까닭은 대부분의 인천 제조업체에서 홍보비용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 이다. 강남에 있는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제품 사진을 찍는 데만 시간당 몇 십 만원이 들 어가는데, 영세제조업체에서 그만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디자인 사업 초기에 발생했던 문제, 서울의 디자인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자생력을 갖지 못했던 상황이 홍보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디자인 센터가 다시 발 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센터 안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전 문 사진작가를 채용하고 기자재 또한 여느 유명 스튜디오 못지않게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센터 스튜디오의 높은 수준은 곧 입소문을 탔다.
2010년 처음 스튜디오를 열었을 때 65건 밖에 되지 않던 이용 건수는 5년 만에 1,440건으로 늘어났다. 예약 건수가 대폭 늘어난 탓에 한 달 정도 대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정도다. 사용료는 2D 스튜디오의 경우 시간당 2만 2천 원이 며 3D 스튜디오의 경우엔 제품 당 2만 2천 원을 받고 있는데, 굳이 요금을 매긴 이유 는 예약 후 이용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문사진작가가 최고의 장비로 촬영하는 까닭에 이곳을 통해 얻은 결과물들은 여느 스튜디오 못지않 다. 때문에 인천시의 많은 기업들이 이곳 스튜디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는 지난 12년간 디자인개발을 중심으로 제품컨설팅부터 해외수출에 이르기 까지, 기업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어느 회사든지 공평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디자인지원단의 이러한 노력은 인천시 제조업체와 디자인업체들의 역량을 발전시켰다. 이 모든 성과는 디자인지원팀과 서비스디자인 팀, 그리고 인천시의 훌륭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 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지원단의 오른팔을 담당한 디자 인지원팀의 역할이 컸다면, 이제는 디자인지원단의 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테 크노파크의 서비스디자인팀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이제 디자인은 시각적인 영역을 넘어 기술을 아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 디자인개발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적용하는 예가 빈번해지 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엔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여러 가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자인센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연구기관과 함께 대안 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서비스디자인팀은 국민대학교와 ‘뇌파분석 연구를 통한소비자 인식을 분석’을 시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인천시 디자인육성사업은 디자인 과 공학을 연계하여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워나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더 스마트 하게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어떤 기업이라 도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천시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이다.
현재 6,000개 정도인 남동공단의 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정글 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부 족한 자금과 적은 인력으로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지만, 유행을 앞지르는 트렌드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곳에 튀어나오는 법이다. 좋은 정책이 이를 가능하게 이끌어 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인천시의 디자인육성사업은 인천시의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업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고민이 있었기에 인천시는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과감히 지원할 수 있었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천시만의 독특한 디자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 다. 인천시가 전형적인 공단의 이미지를 훨훨 벗어던지고 국제적인 디자인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까? 현재보다는 미래에 그 답이 있는 듯하다. 인천시의 디자인 문화 는 이제 막 시작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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