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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수도’ 보성이 차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차에 문화와 교육을 덧입혀 단순한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보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차’다. 드넓은 계단식 차밭은 보성을 대표하는 경치다. 그 광활한 푸른 물결은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의 놀라운 경관 31선’에 뽑히기도 했다. 보성은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져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만 나는 곳이다. 따뜻하고 안개가 많은데, 이 안개가 뜨거운 햇살로부터 찻잎을 보호 해준다. 바다는 땅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차 재배에 있어 천혜의 자연 환경 이라고 할 수 있다. 보성에서 생산되는 차의 품질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 제유기인증, 군수품질인증제, 친환경 재배 감시원 등 품질 관리 또한 엄격하게 이 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성에서 생산되는 차의 양이 전국 차 생산량의 43%나 된 다고 하니, 그야말로 ‘녹차 수도’라 불릴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눈부신 신록 속에는 숨겨진 아픔이 존재했다. 농촌의 고령화 현상 으로 농민들이 차밭을 관리하는 데에 갈수록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주름진 손으로 여린 찻잎을 하나하나 따는 것은 나이 든 농민들에게 버거운 일이 었다. 차 재배 면적을 확대하기는커녕, 기존 차밭을 관리하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커피의 강세 또한 영향을 미쳤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커 피의 입지에 밀려, 차 소비량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대중들은 차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예법을 따라 우려마시는 과정이 ‘거추장스럽다’는 이유에서 다. 이러한 차 소비 감소는 생산 농가의 소득 감소로 직결됐다. 농가들은 점점 소 규모로 차를 생산하게 되었고, 급기야 일부는 차농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커피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도 몸집이 작고 고령화된 차농가에서 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부 재배 농가에서는 커피에 홍차를 섞어 판매하기도 했 다니, 그 절박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보성군과 차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뜻을 모았다. 차를 재 배하는 1차 산업에 교육과 문화를 더한 융·복합 산업 육성을 시작한 것이다.
보성은 어떻게 기존의 차 산업을 문화와 결합된 융·복합 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됐을까. 이는 숱한 시행착오와 경험,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고 한다. 그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9월, 보성은 ‘한국차박물관’을 개관한다. 이곳은 올바른 차 문화를 정 립하고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차에 관한 이론 들을 소개하고 직접 차를 만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차’ 전문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이 문을 연 뒤, 운영 활성화를 위해 보성은 ‘찾아 오고가는 다례교 육’ 사업을 시작한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1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 를 대상으로 하여 대대적인 차 문화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차 문화를 알림과 동시 에 아이들의 정서와 인성을 함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었다. 그렇게 2년에 걸쳐 사업이 무사히 마무리되었지만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보성은 이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차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우선 다채롭고 심화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됐다. 소규모 강사 진이 2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전국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차에 대한 이해와 차 맛보기 등 기초적인 과정 위주로만 진행됐던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 련하고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대중 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2년 동안 강의를 진행하며 ‘차’라는 것 이 대중들에게는 먼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차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고, 심지어 녹차와 홍차가 서로 다른 원료로 만들어졌을 것 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전 연령층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교육 과 동시에 홍보도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의식 변화는 차 생산농가에서도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차 생산지답게 보성에는 ‘차’에 관한 여러 단체들이 존재한다. 차 생산 농가 589명으로 구성된 보 성차생산자조합과 전라남도 산하 기관인 차산업연구소, 보향차인회, 다향고등학 교 등 10개의 차인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차인단체가 시간과 노력 을 들였음에도 농가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뿐이었다. 차 재배를 생업으로 삼 는 만큼, 차에 있어서는 그들 모두가 베테랑이었다. 자신들이 생산한 차에 자부심 과 고집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오랜 기다림에도 차 소비는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는 생산자가 의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농가들이 생겨났다. 본 인이 고집하는 차 산업과 차 문화가 아닌,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야 할 필요성을 느 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로 재배·생산·판매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 는 차 공급 시장 속에서 독자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이었다. 이에 각각의 전문분야 뿐만 아니라 서로의 기능을 상생·보완하여 활동하 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 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성군과 차 재배농가들은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랜 침체기를 경험하며 각자 느낀 점 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의논하며 해결책을 만들어나갔다. 그 중 모두가 시급 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역시 ‘신제품 개발’이었다. 보성이 새로운 차 문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차가 아닌 전 연령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보성만의 특별한 ‘차’가 꼭 필요했다. 이외에도 차별화된 차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인력 을 양성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에듀 마케팅을 통한 차의 대중화’ 사업의 시 작이었다.
2015년 | 2016년 | 2017년 |
---|---|---|
■ 차 연관제품 개발 - 대상 : 블랜딩티,액상차 - 수량 : 23종 50백만원 ■ 전문가 양성 - 2개 과정 47백만원 ■ 주민 차·문화 교육 운영 - 2개 과정 35백만원 ■ 교육장 조성 : 50백만원 | ■ 차 연관제품 개발 및 BI 개발 - 대상 : 티푸드 - 수량 : 6종 85백만원 ■ 개발제품 홍보 및 판로확보 - 대상 : 블랜딩티, 액상차 - 수량 : 12종 100백만원 ■ 차 전문가(자격증) 양성 - 5개 과정 85백만원 ■ 찾아가는 다례교육 - 10개기관,단체 350명 35백만원 ■ 차밭 활성화 프로젝트 - 대상 : 10개소 180백만원 | ■ 제품 홍보 및 판로확보 - 대상 : 블렌딩티, 티푸드 - 수량 : 8종 177백만원 ■ 차 전문가 양성과정 - 5개 과정 200명 120백만원 ■ 찾아가는 다례교육 : 15개 기관·단체 750명 30백만원 ■ 차밭 활성화 프로젝트 - 대상 : 15개소 222백만원 |
보성은 그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얻었던 값진 경험들을 이번 사업에 녹여내고자 했 다. 이에 맞춰 사업은 크게 ‘제품 개발’과 ‘에듀 마케팅’이라는 두 갈래로 나뉘어졌 다. 제품 개발은 음용이 쉽고 트렌디한 차 상품을 출시해 차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에듀 마케팅은 교육을 통해 차 문화를 전파하고 차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사업 기간은 총 3년으로, 작년부터 시작해 다 가오는 2017년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총 예산은 1,216백만원으로 2015년에는 182 백만원이 투입됐다.
사업의 큰 줄기 중 하나가 ‘제품 개발’이었던 만큼, 작년에는 차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전라남도 도립 차산업연구소와 협 업하여 전통 녹차를 벗어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녹차 재배농가, 지역주민, 보 성군 녹차사업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회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 과 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랜 불황기를 겪은 탓에 차 재배 농가들은 새로운 사업과 변화에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차를 베이스로 여러 농작물을 혼합한 ‘블렌 딩 차’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농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꼭 차에 여타 농산물을 섞어야만 하냐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제 다 농가의 반발이 심했다. 평생 직접 차를 만들어 왔고 만든 차에 대한 자부심이 높 은 그들에게 있어, 차에 무언가를 섞는다는 것은 반발감을 일으키는 요소였다. 제 다 농가는 “다른 것을 섞어 만든 걸 차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편, 일부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차를 판매하면 보성의 차 가격 전체가 저가 시장으 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은 장래 보성의 차 산업에 있어 꼭 필요한 사안이었다. 돌 파구를 찾아야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보성군과 차 생산 농가 대표, 차인대표, 차문화단체 대표들이 세계시장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함께 다양한 차 산업이 발달한 일본, 차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큰 베트남, 소비량이 높은 카자흐 스탄과 러시아, 차 최대 생산국인 중국 등을 둘러보았다. 이를 통해 보성은 세계 차 시장의 흐름과 보성차가 직면한 과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이 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도 찾아낼 수 있었다. 세계의 차 시장을 두 눈으로 직접 확 인한 농민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차에 보성의 우수 농산물과 꽃, 산야초 등을 섞 어 블렌딩 차를 만드는 농가가 늘어났으며, 이제껏 고수해왔던 제다법과는 다른 다양한 제다법을 배우길 희망하는 농민도 증가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보성군 은 본 사업을 통해 블렌딩 차 제다, 홍차 제다, 황차 제다 등 다양한 제다법 교육을 실시했다.
이러한 농민들의 변화로 인해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었다. 모두가 서슴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직접 블렌딩 차를 만들어 보고 마시며 의견을 나누 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맛’이 중요했던 만큼, 누구나 선호할 만한 맛을 구현하고자 수많은 시음을 거쳤다. 끊임없이 회의와 토론, 시음회를 열었고 그 결 과, 보성의 독자적인 블렌딩 차와 액상차가 탄생했다. 새로 개발된 블렌딩 차는 녹차 베이스 10종, 홍차 베이스 10종으로 찻잎에 오미자, 강황, 블루베리, 울금, 생강 등 여러 농산물을 혼합해 만들어졌다. 액상차로는 녹차에 블루베리, 오미자, 매실 을 배합한 세 종류가 있다. 차에 혼합되는 재료로는 보성군 관내와 인접한 시·군 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주로 사용했다. 보성의 트레이드마크인 차와 지역 내외의 특산물이 융합해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 게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차들은 아직까지는 보성 관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맛과 기 능 모두를 충족시키는 차를 만들어냈지만, 내용물만큼 포장도 중요하다는 것이 보성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성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패키지와 상 품 네이밍을 결정하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열고 있다. 향후에는 새로 개발된 블렌 딩 차 20종과 액상차 3종에 대해 최종 패키지와 네이밍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시음 행사를 개최하고 유통·생산·마케팅 업체를 모 집해 전국 판매를 위한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서 제품 개발만큼 중요했던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교육’이다. 보성은 차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한국차박물관이 개관하기 이전부터 다례교육과 차 예절 교육을 차인단체 위주로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차 마시는 법을 알리는 정도의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것은 차 문화 전파에 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이 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성은 먼저 지역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집중 했다. 오랫동안 차 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었던 만큼, 이미 보성에는 수많은 차 전문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새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 차 전문가들이 교육 강사로 활약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차 문화 전파에 일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우선 차 산업 종사자들 33명을 대상으로 ‘차, 인문학을 만나다’ 수업을 진행 했다. 도자기, 음악, 명상 등을 통해 좀 더 폭 넓고 새롭게 차를 바라보는 열린 시각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을 비롯한 차 산업 종사자들은 자신들 이 아는 차가 차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에는 ‘차 문화란 무엇 인가?’를 주제로 현장 스님과 함께 다도철학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차와 인문학 이 결합된 교육 과정을 수료하며 차인들은 “차를 통해 사람을 보고, 사람을 통해 차를 보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보다 더 깊이 있고 광활한 ‘차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이렇게 눈 뜬 차의 세계를 대내외에 알리고자, ‘차 문화 체 험 강사 양성 과정’도 신설됐다. 이 과정은 다양한 차 관련 교육을 대상이나 장소 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강사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 다. 이를 위해 교육 분야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의 계획안 작성, 스피치 교육, 교육 재 료 개발 등 다양한 실습과 함께 팀별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등 다소 ‘타이트’한 교육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차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 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원광디지털대학교와 MOU를 맺어 여러 자격증을 취 득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정도 운영됐다. 차 제다사, 차 품평사, 티 소믈리에, 티파티 플래너 등 다양한 차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을 통해 총 43명의 차 문화 체험 강사, 차 문화 교육전문강사가 배출됐으며, 이들은 현재 한 국차박물관, 문화센터, 학교, 관공서, 관광지 등에서 전문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차 산업 종사자뿐만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과정도 운영되었다. 지역 주민 과 함께 배우며 즐기는 차 관련 문화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1인 1다기 만들기 체험, 천연염색, 다례교육 심화과정, 차 문화 예절 지도사 양성과정 등 다채로운 수업이 진행됐으며 총 231명이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차에 대한 새로운 면들을 부각시킨 다양한 교육 덕택일까. 보성의 주민들은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보성차에 대한 새로운 면들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는 차 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다고 하여 자발적으로 지도자 양성 과정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교육을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누구보다도 차를 재배하는 농민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고령이니 만큼, 함께 사업을 기획하 고 추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협의점을 찾는 데만도 긴 시간이 소요됐 다. 차만 재배할 테니 제품 개발과 판매, 유통은 행정 기관에서 도맡아 주길 바라는 농민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차 재배 농가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 생 마주해온 차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는 차 재배 농민들이 사 업 주체로서 활동하고, 자신의 특기 분야를 살려 강사로 활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들이 앞장서서 차 문화를 선도하도록 만들겠다’는 보성의 포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앞으로도 보성은 주민들이 차 문화를 이끄는 자발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꾸준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할 계획이다.
‘에듀 마케팅을 통한 차의 대중화’ 사업은 하드웨어가 중심이 아니다. 신제품 개발 과 체계화 된 교육 과정 진행, 전문 강사 양성 등 모두 소프트웨어가 주가 되는 사 업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여 ‘공간’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회의, 강사 양성을 위한 교육 진행 모두가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봇재’다.
봇재는 향후 보성의 관광산업과 차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복합문화공 간으로, 지난 2015년 11월 20일에 개관했다. 보성의 역사, 문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종합관광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그린다향, 그린마켓 등 을 운영하여 보성에서 수확되는 차와 특산물을 선보이고 있으며 에코 파빌리온에 서는 보성의 생태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봇재는 보성이 차에 관한 사업들을 진행하며 느꼈던 보완점들을 집약해서 탄 생한 건물이다. 그동안 차 문화를 선보이고 판매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적이 고 세련된 공간의 존재가 늘 아쉬웠던 것이다. 봇재가 건립되면서 이번 사업 또한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 개발한 블렌딩 차와 액상차를 시음해볼 수 있 고, 한쪽에서는 시제품을 홍보·판매하고 있어 별도의 수익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에듀 마케팅 교육 또한 봇재에서 진행된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양성된 전문가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보성 차문화를 홍보하는 등, 소프트 웨어 위주의 본 사업이 봇재라는 공간을 만나 한층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봇재는 이 사업 뿐만 아니라 보성의 차 산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 는 컨트롤타워로서 활약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동안 보성은 꾸준히 차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10년의 침체기는 오히려 군과 농가, 주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냈다. 이제 보성은 오랜 시간 동안 차를 재배해온 경험, 기술 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함까지 갖추게 됐다. 그 런 의미에서 이번 사업은 녹차 수도의 ‘제2막’을 여는 포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농민들도 사업을 진행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차 생산 농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다례 교육 수준에서 머물러 있던 차 관련 교육 과 정도 더욱 다양하고 심화될 수 있었다. 모두의 절실함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이 사업에서 누구보다 분주했던 숨은 주역들이 있다. 바로 보성 군청의 직원 들이다. 보성군청이 ‘새로운 보성차’에 대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에 농가들은 마음 놓고 차 재배와 제품 개발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 덕택일까. 최근 보성은 중국에 320억 원 상당의 녹차 분말을 수출하고, 미국 등 5개국에 2억6천만 원 상당의 녹차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 남과 차 문화 교류 활동도 개시하게 됐다. 또한 가공 제품 개발로 원료인 녹차 수 요가 증가하여, 녹차 생엽 수매 또한 전년 대비 104톤이 늘어났다. 차 산업에 대하 여 다각도에서 접근한 보성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분 | 2014년 | 2015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
농가수 | 98 | 153 | 61 | 123 | 122 |
수량 | 128.3 | 178.8 | 53 | 133.8 | 238 |
금액 | 103 | 132 | 52 | 158 | 190 |
차를 문화, 산업, 교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키려는 보성의 시도는 이 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작년에 추진한 사업들은 모두 씨앗을 뿌린 것에 불과하 다. 향후 보성은 특색 있는 티푸드를 개발하고, 개발된 차 제품들에 대한 홍보 및 판 로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차 관련 교육 기관·단체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양성된 전문가가 공공단체 및 기업체 등을 방문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계 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한국차박물관과 봇재 주변에 있는 소규모 다원들에 포토존, 간판, 휴게공간 등을 설치하여 스토리가 있는 다원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씨를 뿌렸으니, 이제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산더미 같다. 그러나 걱 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인내할 줄 알기 때문이다. 100g의 찻잎이 나오기 위해서는 삼만 육천 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그런 차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만큼, 보성 사람들은 기다림의 미덕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차 ‘붐’이 일어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하게 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이 미 10년의 기다림을 버틴 그들이기 때문에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저 멀리 남쪽에 서부터 ‘차 바람’이 불어올 그날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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