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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대표하는 교육 도시로 인적 자원이 풍부한 거창. 지역 인재 발굴과 육성을 통해 주민 주도 행복마을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땡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해바라기 모 종을 심는다. 사람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송송 맺힐수록 황량했던 땅은 푸른 모종 으로 생기를 얻는다. 2천평이 넘는 토지를 주민들이 합심해 내놓은 덕분에 거창군 남상면에 위치한 대현마을은 노오란 해바라기 꽃동산을 얻었다. 2015년 거창군에 서 시행한 ‘농촌현장포럼’ 참여를 시작으로 교육과 견학을 통해 ‘함께하는 마을만 들기’ 공모사업에 도전했고, 선정되는 기쁨을 얻은 결과기도 했다. 이후 대현마을 주민들은 경남대학생봉사단의 도움을 받아 마을벽화그리기 사업까지 추진하였 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롭게 조성된 인근 창포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마을 구석구 석에 숨겨진 보물같은 자원들을 활용해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며 소득까지 창출 하고 있다. 어디 대현마을 뿐이겠는가.
남하면에 위치한 양곡마을은 주민 주도로 담장갤러리를 조성하였다. 그저 보 고 지나치는 담장 벽화가 아니다. ‘숨은 그림 찾기’라는 주제의 벽화로 눈을 동그랗 게 크게 뜨고 한참 들여다봐야 숨겨진 그림들을 찾아낼 수 있다. 마을 주민의 제안 으로 벽화 사업이 시작돼 지역 예술작가들의 재능 기부로 색다른 담장 벽화가 완성 되었다. 이처럼 거창의 마을들이 하나둘씩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민들이 변하면서 마을들이 제 본래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 상해 동제 대학에 이어 일본 규슈대에서도 이 변화의 원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거창군을 방문 하기도 했다. 주민 스스로가 마을 속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지금, 그간에 거창군 에는 어떤 소용돌이 바람이 불었는지 알아볼 일이다.
거창군은 마을사업의 통합시스템 체계를 갖추기 위해 흩어져 있던 마을만들기 사업을 5대 핵심사업으로 재분류했다. 그리고 총괄 전담부서도 만들었다. 마을만들기과로 맞춤형 행정지원과 주민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큰 활약을 할 것을 예고했다.
아름다운 풍광과 전통을 자랑하는 거창군에는 유서 깊은 마을이 유독 많다. 하지 만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노령화, 주민공동체 의식 약 화로 마을은 어느덧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거창군은 100여 개의 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을 소생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행정 주도로 마을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주민들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며 행정이 해야 할 일로만 치부해 버 렸다. 거창군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 전문가들을 불러모았다. 수차 례의 행정협의(라운드테이블)가 이뤄지는 가운데 “컨트롤타워가 없어 마을만들기 사업이 특색없이 무작위로 진행되고 있다”, “마을사업만 존재하고 그 안에 사람은 없다. 마을 키우기에 앞서 사람 키우기가 먼저 아니겠느냐!” 등 마을사업의 근본 문제들이 날카롭게 지적되었다. 거창군은 마을사업의 통합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먼저 100여 개로 흩어져 있던 마을만들기 사업을 5대 핵심사업으로 분류시켰다. 5 대 핵심사업이란, ‘로컬푸드’, ‘귀농귀촌’, ‘마을개발’, ‘도농교류’, ‘문화 복지공동체’ 를 뜻한다. 이 5가지의 사업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의 뼈대를 구축하 고 이를 총괄할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마을만들기과’였다. ‘마을만들 기과’는 마을만들기 사업부서(창조산업과, 건설과, 주민자치과, 문화관광과 등) 간의 협업이 어려운 현실적인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마을 사업을 보다 주민 중심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기도 했다. 19명의 정예요원으 로 구성되어진 마을만들기과는, ‘마을만들기 사업부서 간에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 업성과를 제고하고, 각 마을사업 목적에 맞는 맞춤형 행정 지원과 사업 참여 주체 인 주민의 역량과 의지를 고취시켜야 한다!’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으며 그 활약 을 예고했다.
공무원, 현장활동가, 연구기관이 함께하는 행정협의가 13차례 진행되는 사이 ‘거창군 자립형 마을만들기 실천 전략’을 위한 방안으로 선진지 견학도 꾸준히 이 어졌다. 로컬푸드 1번지로 꼽히는 완주에서는 완주군의 마을만들기 활동 사례와 로컬푸드 운영 시 행정의 역할과 민간조직의 협업운영 사례를, 주민 역량강화로 단 계별 마을만들기의 노하우를 가진 진안군에서는 마을만들기 과정과 그 과정 속 행 정의 역할 등이 거창군식 마을만들기 사업에 많은 영감과 힌트가 되었다.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마 을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농사만 짓던 사람 입장에서는 이처럼 갑 갑한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군에서 지원을 해줄 테니 마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막막했다. 군에서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마을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또 그 사정들을 다 파악한다 한들 행정이 모두 이끌고 나가기엔 분명 버거운 일이었다. 완주와 진안의 마을만들기 사업의 주요 성 공요인으로 분석되는 중간지원조직 육성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었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 운영은 초기 많은 예산이 수반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 았다. 거창군은 초기 투자 비용과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타지자체 사례를 심층 분석하며 중간지원조직 설립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 간지원조직 설립을 위한 ‘마을만들기 정책자문단’이 구성되었다.
마을만들기 정책자문단은 월 1회 정기회의를 통해 중간지원조직 설립방향 외에도 거창군 맞춤형 마을만들기 전략과 주민 역량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 가운데,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설명회를 통해 적절한 중간지원조직을 찾는 한편, 중간지원조직 설립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알려 지역민의 참여 분위기도 조 성해보자는 것이었다.
‘찾아가는 설명회’는 행정-정책자문단-전문위원이 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해 진행 됐다. 행정은 설명회 대상 협의를, 정책자문단은 민간단체 참여 안내와 독려를 그리고 전 문위원들은 설명회 자료 및 전문 분야 질의 응답을 준비했다. 2015년 5월과 6월 사이 14 개 단체(사회적기업지원센터, 사회적기업협의체, 자원봉사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귀농귀촌연합회, 여성일하기지원본부, YMCA 등), 80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설명회’ 가 개최됐다. 이후에는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위한 ‘공론화 포럼’도 열었다. ‘찾아가는 설명회’가 관내 운영중인 중간지원조직과 시민 단체를 주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면, ‘공론화 포럼’은 주민이 타깃이었다. 7월말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을만들기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 다. 40명의 주민이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의 참여 의사를 밝히며 참여 신청서를 제출 한 것이다.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위한 ‘찾아가는 설명회’와 ‘공론화 포럼’이 연이어 진행됨에 따 라 중간지원조직의 형태와 역할에 대한 심층적이고 집중적인 논의도 이루어졌다. ‘찾아 가는 설명회’와 ‘공론화 포럼’ 참석으로 이미 중간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들을 중심으 로 ‘집중 아이디어 회의’를 펼친 것이다. 다섯 차례 진행된 회의 속에서 다른 농촌지역에 비 해 거창군에는 지역활동가와 단체가 많다는 점이 강점으로 받아들여져, ‘협의체형’의 중 간지원조직 설립이 추진되었다. 그동안 마을만들기에 동참했던 관련 단체와 지역활동 가,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만들기협의회’가 이렇게 해서 시범 조직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거창군의 ‘마을만들기협의회’는 지역 내 기존 민간 조직을 주축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자생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거창군에는 행정과 주민이 제 기량을 펼치도록 오작교 역할을 하는 ‘마을만들 기협의회’가 있다면, 마을 주민이 마을사업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그 이름도 거 창한, ‘거창한 마을대학’이 있다. 입학 조건은 마을에 대한 열정과 끈기면 된다. 2013년까지 자체 예산으로 진행됐던 ‘리더아카데미’가 2014년 포괄보조사업 지 원으로 ‘거창한 마을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해 마을 리더를 양성해 나가고 있다. 교육은 거창군 특성에 맞춰진 4단계 프로그램(역량강화 리더교육, 마을공동체 창업교육, 마을운영자교육, 지역 CEO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과정을 수료한 인원만 162명이 넘고, 2015년에만 32개 마을에서 64명이 수료했 다.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마을만들기 사업이 지역을 살리는 중 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마을을 대표하는 마을 리더로서 앞으로 작지만 큰 역할 을 해내겠다”며 교육에 대한 만족감과 리더로서 제몫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 냈다. 지금까지 거창한 마을대학을 수료한 총 75개 마을 중에 90%에 해당하는68개 마을은 연계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성과까지 보였다.
한편, 거창군은 주민 교육 뿐 아니라 마을사업 참여 유도를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거창한 마을박람회’를 매년 개최하여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과 사 업의 성과를 홍보하도록 하고, 토론과 발표대회도 함께 진행하여 마을 간에 정 보 공유가 이뤄지게끔 하고 있다. 또한 매 분기별로 ‘거창한 마을이야기’란 이름 의 소식지도 발행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활동과 성과를 비롯해 각 마을의 주요 소식과 기고문 등이 12페이지 분량의 소식지에 실린다. 이는 마을만들기 관계자 등에 유포되는 동시에 온라인에도 게시되어 누구나 거창군 마을만들기 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소식지는 사회적기업협의체를 중심으로 15명의 주민이 편집동아리를 운영하여 제작하고 있다. 이때 마을만들기과와 정책자문 단은 소식지의 기획과 자문을 맡아 편집동아리 소속 주민들이 취재와 편집이 가 능토록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거창군은 ‘마을만들기 안내 팸 플릿’과 ‘마을만들기 사례집” 등도 제작하고 있다.
계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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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0 | 129 | 289 | 330 | 397 | 558 | 499 | 493 | 741 | 894 |
거창군 마을사업이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 플랫폼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홍보 책자 등을 통해 마을사업에서 비전을 본 청년들 스스로가 ‘청년 잡지’를 만들기 위한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이들은 잡 지 출간 외에도 마을 여행사로의 성장까지 도모하고 있어 농촌 청년들의 역할 롤 모델이 될 전망이다. 거창군에 있어서도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들이 농촌 에서 일자리를 얻는 청년 취농시대가 거창군에서 열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거창에는 농사를 짓는 청년, 지역 언론협동조합에 서 취재를 담당하는 청년, 도시에서 설치예술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 등 등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컨퍼런스와 네트워크를 기획하고 있다. 농업 생 산물에 또다른 가치를 부여하여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역할도 그들의 몫이다. 청 년들의 이러한 활발한 활동은 청소년들까지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이 마을사업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현재 거창군은 귀농귀촌인이 매년 증가하여 2007년 이후 현 재까지 4,330명이 전입했다. 이것은 관내 2개 면의 인구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 만큼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 거창군에 모여들며 마을을 새롭게 발전시 켜 나가고 있다. 이는 지역 내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마을사업으로 연계시킨 행정 의 현명한 판단의 결과기도 하다.
예부터 만들어져 있는 마을을 ‘마을만들기’라는 명칭으로 사업을 추진시켜 나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간 마을이 마을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 하지 못했던 탓에 있지 않을까? 거창군은 단순히 주거지로서의 마을이 아닌, 공 동체 마을로서 존재하게 하여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주민이 마을 주체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서 비스를 제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고, 거창식 맞춤형 마을만들기 체계를 완성 했다. 단계별로 자신들 상황에 맞는 역량강화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함께 꿈꾸 고 함께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현재 거창군은 귀농귀촌인이 매년 증가하여 2007년 이후 현재까지 4,330명이 전입했다. 이것은 관내 2개 면의 인구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만큼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 거창군에 모여들며 마을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거창군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이 때문에 들돌(몸의 단련을 위하여 들었다 놓았다 하는 돌)에 비유된다. 주민 스스로 들이나 산에서 둥글둥글한 돌 몇 개를 주워와 굴려도 보고 들어도 보면서 자신의 체격과 조건에 가장 잘 맞는 돌을 고 르도록 한 것이다. 행정은 선택되어진 돌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조 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자 거창군은 주 민들의 역량강화에만 힘쓴 게 아니라 지자체 담당자의 전문성 향상에도 노력해 왔다. 그 일례로 마을만들기과의 정원남 주무관은 2015년에는 농어촌퍼실리테이터 자격증을 취득했고 올해는 농어촌개발컨설던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필기 와 실기 시험에 이어 면접 등을 통과해야 따낼 수 있는 까다롭고 어려운 자격증 이었지만 수개월 간 공부와 씨름하며 자격증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정 주무관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만한 보람은 있다고 말한다. 퍼실리테이션 기법(회의나 교육에 참석한 이들이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 도록 도와주는 일)을 활용한 덕분에 회의 진행 시 주민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 렴할 수 있었고, 각 마을 주민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컸다는 것이다.
행정과 주민이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역량을 키워나가는 사이 올해 3개 의 마을이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2017년에는 8개 마을로 사업이 확대 추진될 예정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주민 만족도 도 향상됐다. 체험 방문객도 증가하여 2015년에만 3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 했다. 거창군 맞춤형 마을만들기 지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타지자체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타지자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견학을 나섰던 거창군이었 다. 그런데 이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모범 지자체로 성장했다. 그래서 거창군은 더 노력한다. 자만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기 위해. 거창군은 곧 소멸할 농촌이 아닌, 새 롭게 도약하는 농촌의 모습을 그리며 농촌마을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2015년 |
---|---|---|---|---|
121,093 | 25,500 | 28,500 | 33,100 | 33,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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