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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혁신으로 청소년 미래설계의 새 지평을 열다

    조회수 665

    운영자 조기선정으로 사업 지속성 강화 / 청소년과 설계자간의 언어를 통역하여 세심하게 공간 기획 / 공교육과의 연계를 통한 청소년 진로 찾기 체험 제공 / 다양한 시민들의 문화 소통 거점으로의 활용
    • gwangju 광주광역시
      • 소관부처여성가족부
      • 포괄보조사업명청소년시설확충
      • 내역사업명청소년복합문화센터건립
      연계협력 우수
      행정혁신으로
      청소년 미래설계의
      새 지평을 열다
      성공포인트
      • 운영자 조기선정으로 사업 지속성 강화
      • 청소년과 설계자간의 언어를 통역하여 세심하게 공간 기획
      • 공교육과의 연계를 통한 청소년 진로 찾기 체험 제공
      • 다양한 시민들의 문화 소통 거점으로의 활용

      ‘사람’과 ‘삶’으로 지은 청소년센터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삶의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자 한다

      1층 로비 조형물

      최신 유행하는 브랜드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젊은 거리 충장로. 이 곳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는 특별한 사연 이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10월 29일, 일본인 학생 몇몇이 길 에서 조선인 여학생들을 희롱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를 목격한 조 선인남학생들과 일본인 남학생들 간의 다툼은 패싸움으로 번졌고, 이는 일본경찰들의 조선인 학생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이 어진다. 학생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전국적인 운동으로 퍼져나간 다. 이것이 바로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3대 항일 운동 중의 하나로 꼽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이다.

      해방 후 1967년, 이러한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전국민모금 운동이 일어난다. 옛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은 이때의 기금으 로 건립되었다. 건립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곳은 광주시 학생들의 도서관이자, 전시공연공간이며, 놀이터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이곳 을 지나지 않은 광주학생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당시 학생들에게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은 의미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 건물이 노후화되고 위치상 외지 방문객의 차량접근 문제가 제기되 어 다른곳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이곳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학생회관은 화려한 거리 한 가운데 덩그러니 방치되면서 천 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학생 회관에서 청소년센터로

      유령건물처럼 남아있던 학생회관 건물을 두고 오랜 시간 논쟁이 지 속되었다. 하지만 특별한 진전은 없었다. 지난한 논의 과정에서 한 때는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건물 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되 살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건물을 지켜냈다. 결정적인 전환의 계기는 옛 전남도청 부지에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이 들어서고, 구도심 일대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곳으 로 재생하는 사업이었다. 광주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있는 역사 적 장소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기획 과정에서 그 중심에 있는 학생회관 건물 또한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건물의 활 용 방향을 고심하던 광주시는 지역 청소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보다 자유롭고 주 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진로 공간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으게 된 다. 마침내 오랜 침묵 속에 있던 건물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다시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될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물려주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어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행정상으로 시간도, 예산도, 더 많이 소요되는 비효율의 장벽을 넘어야만 했다. 실리를 추구하면 훨씬 쉬울 일을,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치에 매여 어 렵게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해타산 에 급급했다면 그토록 고민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사업의 의미가 남달랐던 만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 루어지게 되었다. 사업 참여자들의 목표는 간결하면서도 확고했다.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다시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될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물려주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어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사업을 이끈 ‘어른’들

      박형주 센터장

      청소년 사업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인 박형주 센터장 은 광주시 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최고의 청소년 센터를 짓고자 했다

      삶디자인센터에는 이렇듯 초기부터 사업을 이끌어온 ‘어른’들이 있 다. 청소년 사업 분야에서만 1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인 박 형주 센터장은 광주시 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최고의 청소년 센터를 짓고자 했다. 그를 비롯하여 광주광역시 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김 성훈 소장, 광주광역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이민철 센터장, 전 남대학교의 정경운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이 사업초기부터 센터를 보듬어왔다. 시공 완료 후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기 존 청소년 사업의 틀을 깨고, 사업초기에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 로 진행된 것이다.

      초기 운영자 선정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첫째는 다 양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청소년 및 주민의견이 조화롭게 센터에 반 영될 수 있게 한 것이고, 둘째는 이렇게 조율된 의견이 센터 곳곳에 스며들어 공간의 활용도와 지속성을 높이게 한 것이다. 빠른 길보 단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뒤따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단단 한 길을 찾는 일이 중요했다.

      어깨가 무거웠던 만큼 사업단은 초기부터 차분히 터를 닦아나 갔다. 공간설계를 위한 전문가 회의만 10회, 프로그램 시범운행에 대 한 특강만 6회 진행되었다. 설계과정에 들어간 뒤에도 끊임없는 연구가 이어졌다. 상상포럼, 개발워크숍, 모범사례지 방문 등으로 광주 청소년센터만의 특이점을 발굴하려 애썼다. 모든 의견들과 시행착 오들은 보고서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이후 참고자료로 쓰이게 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까닭은 오히려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고했 기 때문이었다. 광주시는 사업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주안점을 가 지고 있었다. 첫째는 역사성을 계승하는 것, 둘째는 실수요자인 청 소년들의 삶과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으 로 오늘의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 하는 독 특한 정취를 가진 공간이 될 수 있었다. 건물전체를 부수는 대신 신 축에 가까운 리모델링 방식을 택함으로써 군데군데 옛 건물의 자취 를 남겨뒀다. 콘크리트 표면을 연마하는 60년대 공법을 사용한 바닥 과 최근 유행하는 열린 천장과 창을 넓게 튼 공간의 혼재는 걷는 이 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4층 바 닥에 그려져 있는 ‘땅따먹기 게임’은 2000년 이후 생인 청소년들이 직접 그려 놓은 것이다. 평소엔 휴대폰 게임을 즐길 아이들이 분필 을 손에 쥐고 땅따먹기 게임의 숫자를 적었을 모습은 낯설지만 흥미 롭다. 이러한 건물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1층에 놓여 있는 오래된 피아노이다. 학생회관 시절부터 1층 로비 한쪽에 놓여있던 피아노는 이제는 낡았지만, 여전히 예전의 낭만을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옛 계단을 걷고, 옛 악기를 연주하고, 추억의 게임을 하며 아이 들은 공간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들을 배우며, 알아갈 것이다.


      1층 로비 피아노
      삶디의 벽면

      운영자와 설계자의 언어를 통역하다

      광주시는 센터 설계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의 주인인 청소년들이라는 생각을 고수해오고 있다. 2014년 안전점검실시 단 계에서부터 이미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2월에 열린 청소년 간담회를 시작으로 3월에서 4월 동안 설문조사가 진행 되었고, 이후 전문가들과 청년활동가들의 의견과 시민 공청회를 거 쳐 8월에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사업추진 과정

      출처 : 광주광역시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며, 설계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만 했던 시기도 있었다. 설계자와 운영자가 선정된 후 2015년부터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지만 서로의 의견을 세밀하게 조율하여 반영하려 던 시도는 6개월간이나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똑같은 한국말이지만, 설계자들과 청소년활동가들 사이엔 생각보다 큰 언어사용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사용 하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사업의 속도도 더뎌 졌지만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였다. 광주 시는 결국 둘 사이를 조정하기 위한 묘안을 생각해 냈다. 바로 청소년 활동 영역의 언어와 전문가인 설계자의 언어를 ‘통역’하는 것 이었다.

      서울시 하자센터 등 청소년 센터에서의 업무경력을 가지고 있 는 박형주 센터장은 청소년을 위한 창의적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청소년전문가였다. 박형주 센터장 이 청소년계의 요구를 설계와 건축의 언어로 바꿔서 전달하기 시작하 자 설계자들도 비로소 청소년과 청년지도자들의 깊은 의미를 알고 고 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사업진행 경험이 많은 박정철 주무관은 청 소년들의 요구와 운영자의 운영방향을 설계에 반영시킬 수 있는 행정 적 해법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다. 어려운 말들, 날것이던 말들이 부드 럽게 다듬어지며 사업은 전환을 맞게 되었다. 통역관들이 서로의 상황 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초반의 삐걱거림은 서로를 이해하는 동력이 되어갔고 사업진행도 매끄러워졌다. 박형주 센터장은 이러한 통역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심으로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고 회상한다.

      “주어진 환경과 경험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차이는 발생할 수밖 에 없어요. 불협화음이 발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 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마찬가지겠 지만 사업 중간에 무슨 일이 발생할 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위험 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함께 가는 것이 결국엔 중요한데, 그런 과정 은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아요.”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되어야 할 청소년기. 그러나 한국의 청 소년들은 입시전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허덕인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낡은 입시중심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적성조차 찾지 못한 채 세상에 나온다.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이들의 고민을 달래주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한다.

      사업초기인 2014년, 광주시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3%의 아이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 응답했다. ‘청소년직업 체험센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99% 의 학생들이 필요하다거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센터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설계 단계 에서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해 온 광주시의 노력 은 건물 곳곳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공간을 걷다보면 자연히 그간의 과정에 고개를 끄덕 이게 된다.

      일례로, 5층과 6층을 복층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랄랄라 홀’ 은, 미래의 배우뿐만이 아니라 무대연출가, 음향전문가, 설치전문 가 까지도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의 키에 알맞게 조정 되어 있는 각종 장비들은 무엇보다 안전성을 기조로 설계되어 있 다. 자신들의 눈높이로 맞춰진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무대에 사용 될 전구까지 손수 갈아 끼울 수 있게 되었다. 무대조절장치를 직접 조종하거나 조도를 설정하거나 무대미술을 설치하고 커튼을 내리 며 온 몸으로 무대를 경험한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싶은 아이 들이 있으면 무대를 연출하고 싶은 아이도 있을 것이고, 무대 미술 에 관심 있는 아이가 있으면 대본을 쓰고 싶은 아이도 있을 것이다.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대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 실임을 배우게 된다.

      ‘랄랄라 홀’은, 미래의 배우뿐만이 아니라 무대연출가, 음향전문가, 설치전문가 까지도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이다

      모두의 부엌

      1층에 위치한 ‘모두의 부엌’ 역시 요리사가 꿈인 친구들의 의견 을 최대한 반영했다. 아이들은 직접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하며, 요 리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는 걸 배운 다. 재료의 냄새를 맡고, 안전을 중시하 며,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대접하기도 한다. 때문에 부엌 옆에는 식당을 표 방한 식사공간까 지 마련되어 있다. 지하에 위치한 ‘생활목공방’은 위험도에 따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주로 고등학생이나 20대 초반의 사 회 초년생을 위한 실습공간인 이곳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되 었다. 직접 짠 목재 테이블 한쪽에 누군가 남겨 놓은, ‘출석률 100%, 내 손길이 깃들어 있다.’ 라는 메모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러 한 세심한 시설과 환경은 바로 수요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좋은 공간 자체가 좋은 교육!

      이곳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라면 운동장을 뛰면서 수학을 배우 고,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하며 음악을 배우는 핀란드의 선진국형 공 교육 시스템도 머나먼 이웃나라 만의 일은 아니다. 실제로 청소년 삶디자인센터(별칭 ‘삶디’)는 공공건물을 통해 훌륭한 공간 경험을 유도하는 북유럽의 사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좋은 공간에 대한 경험이 좋은 교육이라는 철학은 ‘삶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는 것 같고, 제가 몸으로 표현하는 것 자 체에서 제 생각이 다 드러나는 걸 느껴요. 이렇게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신용중학교의 1학년 아이의 말 이다. 광주시의 많은 학교들이 이곳 ‘삶디’를 통해 새로운 교육의 가 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운리중학교의 한 인솔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 한 프로그램에 20명, 30명씩 들어가요.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경험을 쌓을 수가 없죠. 이곳에서 는 학생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집중할 수 있어요. 아, 나 여기 와서 많은 걸 했구나, 하면서 아이들도 만족해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저희 선생님들도 뿌듯 하죠.”

      교과 외 활동이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광주시는 교육청과 연계하여 ‘삶디’에서의 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 재될 수 있도록 추진했다. ‘삶디’에서의 활동 대부분이 진로 찾기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부활동이라는 이유로 성과를 반영할 수 없었던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설계·시공 단계(15~'16) 민관협력 체계

      운영 단계(15~'16) 민관협력 체계


      어른의 과거와 청년의 미래를 잇는 곳

      광주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무엇보다 친구 같은 존 재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청소년삶디자 인센터에 자발적으로 ‘삶디’라는 애칭을 선물했다. 애칭, 혹은 별명 으로 불리는 것은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에겐 익숙 한 일이다. 서열도 없고 위계도 없는 평등하고 편안한 존중. ‘삶디’ 는 이를 위해 사회에서 정해준 이름이 아닌, 각자가 선택한 별명이 나 애칭으로 서로를 호명한다.

      충장로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는 ‘삶디’는 이제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각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며 지속 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초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시민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은 무엇보다 이용자들 스스로가 주인의식 을 갖게 했다.

      이처럼 ‘삶디’는 누구나 필요로 할 때 찾을 수 있는 친근한 공 간이지만, 존재만으로도 광주학생운동의 역사를 잇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회관 시절부터 1층 로비를 지키고 있는 피아 노는 여전히 연주자를 기다리고 있고, 한 때는 비둘기 집으로 변해 버렸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영화관 은 텃밭으로 변신 해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기쁨이 되고있다. 주말엔 건물 입구 에서 광주 시내의 젊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어른들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아이들을 돕는다. 예전이나 지금이 나 사람이 채울 때 가장 빛나는 곳임엔 틀림없다.

      독립출판-열린책방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

      2016년 개관 이후 반년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 ‘삶디’에는 대략 14,860명의 청소년과 시민이 다녀갔다. 이제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주는 장소가 되었다. 오랫동안 미국에 살다가 최근 고향으로 돌아온 ‘그레이스’는 거의 매일 같이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70년대에 학생회관 도서관에서 공부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곤 했던 그녀는 이제 새로운 주인들과 함 께 이 장소를 추억하고, 되살리고자 한다.

      한 때는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했고, 어린이집에서 일하기도 했다는 한 청년 작가는 미술에 대한 잃어버린 꿈을 ‘삶디’에서 다시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미술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먹고사 는 일이 녹록치 않아서 오랫동안 직업으로 할 수 없었죠. 그림은 돈 벌이가 안돼서 꽃집에서 근무하면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어서 파 는 걸 배웠어요. 그 기술을 이렇게 유익하게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여러 가지 직업을 알 수 있기를 바라고, 저만의 다양한 색깔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만약 이런 공간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11월 3일은 ‘삶디’의 생일이자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학생의 날’이다. 1929년의 광주학생항일운동이 1967년의 전국민모 금운동으로, 또 2016년의 청소년삶디자인센터로 이어진 역사를 돌 아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공간을 물려 줘야할 이유는 차고 도 넘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청소년삶디자인센터 일 층에 자리 잡은 크리킨디 카페. 한 쪽에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글귀 가 적힌 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 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그리고 여우의 말은 계속 된다. “각자의 얼 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에서 순간순간에도 수 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하는 곳. 확실히 청소년삶디자인센 터는 이미 누군가에겐 그런 곳이 되어주고 있다.

      카페 크리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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