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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명품’하면 고가의 사치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라남 도 해남군에선 명품의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할 것 같다. 지갑이 묵직하 지 않아도 걱정할 것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가벼운 마음만 있 다면 어디서도 갖지 못할 최고의 명품이 당신을 품어줄 것이다. 천년 역사가 스민 남도 명품길, ‘달마고도(達磨古道)’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버스로 꼬박 5시간.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전라남도 해남은 ‘땅끝’으로 비유되곤 한다. 농수산업에만 의존하는 산업 특성 과 지리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지형 반도 때문에 1965년 23 만 8천 명이던 인구는 2018년 현재 7만 3천 명으로 줄었다. 전라남도 중에서도 관광객 수가 가장 적다는 해남은 저 땅끝 먼 곳으로만 사람 들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땅끝’은 곧 ‘땅의 시작’이다. 전국 의 걷기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국토 순례의 시작점이자 태곳적 모습 으로 남은 숲과 아름다운 송호 해수욕장, 천년의 세월을 견딘 고찰과 각종 문화재까지 해남만이 가진 천혜의 자연과 유구한 역사는 값어 치를 매길 수 없는 명품 중의 명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명 품이 추가됐다고 한다. 달마산을 둘러싼 남도 명품길, ‘달마고도’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과 북평면에 걸쳐 있는 달마산(해발 498m)은 공 룡의 등줄기처럼 삐죽삐죽 솟은 암릉이 8km에 걸쳐 이어지고, 다도 해를 품은 해안 경관이 끝도 없이 푸르게 펼쳐져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달마산이란 이름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선종을 창시 한 달마대사가 머무를 만큼 산세가 멋지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 유려 한 산세의 자락에 천년고찰 미황사가 있다. 대웅전(보물 제947호), 응 진당(보물 제1183호), 괘불탱화(보물 제1342호)까지, 미황사는 일대 가 명승 제59호로 지정될 정도로 많은 유적을 갖고 있다. 달마산처럼 미황사에도 신비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에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에 닿았고, 검은 소 한 마리가 검은 돌을 가르고 나와 쓰러진 곳에 미황사를 세웠다는 것. 한때 미황사는 스님이 4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절이었다. 하지만 100여 년 전, 배를 타고 나간 스님들이 풍랑에 모두 익사하고, 한국전 쟁 때는 빨치산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주지스님이 총살당하면서 버 려진 절이 되고 말았다.
1989년, 금강 스님이 미황사와 인연을 맺은 후로 30년이란 세월 이 흐르는 동안 미황사에는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지게를 직접 이 고 다니며 돌담을 쌓고, 오랫동안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맨손으로 미 황사 다시 살리기에 나선 금강 스님. 2000년부터는 주지로서 18년째 미황사를 지키는 금강 스님에게 달마산은 언제든 마음을 나눌 수 있 는 오래된 친구였다.
“달마산은 사계절 어느 때나 봐도 아름다운 산이에요. 가을에는 낙엽이 푹신푹신하고 겨울에도 눈이 금방 녹아 걷기 좋지요. 지금도 매일 달마산을 찾아요. 젊었을 때는 산꼭대기 바위까지 다 돌았죠.”
남도 명품길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달마산 등 산객들의 낙상 사고였다. 달마산은 경사가 완만하지만 바위가 많아 등산객들이 다치는 일이 잦았고, 그럴 때면 응급헬기가 출동해 달마 산을 소음과 바람으로 뒤덮어버렸다. 바위를 오르기 위해 등산객들 이 임의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밧줄을 달거나 철계단을 설치하고는 방치하는 일도 되풀이됐다. 금강 스님은 등산객들의 안전과 천년 넘 게 이어져온 천혜의 자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 다. 사람들이 달마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옛길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2014년, 금강 스님은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옛길을 이용한 순례길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금강 스님이 남 도 명품길의 씨앗을 심었다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기에 물과 거름 을 더했다. ‘아예 남도 명품길을 조성해 전남을 치유와 사색의 장으 로 만들자’고 화답했던 것이다. 마음과 뜻이 같은데 더는 지체할 이유 가 없었다. 국민생활체육회에 등록한 걷기 관련 동호회만 3,109클럽, 255,228명에 달하고 내면의 안정을 추구하는 자기 성찰형 여가 활동 이 느는 관광 트렌드 또한 남도 명품길 조성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 고 있었다.
2015년 8월, 전라남도는 남도 명품길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도내에 이미 96개소, 2,907.5km에 달하는 걷 는 길이 있었지만, 자연친화적인 시설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전설· 설화 등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다. 달마대사의 법 신이 상주하는 달마산의 수려한 경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미황 사의 역사와 고려 시대 암자터, 천제단, 너덜겅, 원시림, 습지 등 미황 사 둘레길은 단연코 남도가 낳은 명품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2016년 8월, 1차 시범사업으로 가칭 미황사 둘레길(18km)과 강 진군 바스락길(30km)이 선정되어 조성 준비에 들어갔다. 옛길 8km 에 새로운 길 10km를 더한 미황사 둘레길은 달마산의 7부 능선 한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이자 1300년 고찰 미황사의 옛 12개 암자를 잇 는 순례 코스다. 달마대사의 법신(法身)이 상주한다는 믿음과 함께 과거 선인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하는 역사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전 라남도는 1, 2 단계에 걸친 남도 명품길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해남 군은 미황사 둘레길 시공을 맡았다. 주민·관광객 등 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하며 개선방안을 찾은 것은 물론이다. 남도 명품길의 탄생을 이 끈 금강 스님 또한 옛길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강 스님은 미황사 둘레길 시공 방향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미황사 둘레길과 미황사 템플스테이를 연계해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계획도 마련해놓았다. 특별한 점은 지역 주민들 또한 남도 명 품길 조성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다. 시공 부지 인근의 시설물을 관 리하고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미황사 둘레길을 필두로 남도 명품길 사업이 시작됐다.
국민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얻고,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인문학적 관 광자원의 태동을 돕고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진협의체를 구성했 다. 전문가 그룹에는 (사)한국의길과문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생태 탐방로 자문위원, 트레킹 전문 매거진 기자가 참여했고, 실무추진은 전라남도 관광과 관광개발팀, 해남군 문화관광과 관광개발팀이 맡았 다. 2015년 8월부터는 국내에 잘 알려진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화순 만연산 치유의 숲뿐만 아니라 다양한 숲길, 생태탐방로를 방문 하며 미황사 둘레길 만의 고유한 테마를 찾고자 노력했다. 추진협의 체는 대부분의 길이 조망이나 등산 목적의 길이며 때론 인공 데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새로 운 대안이 필요했다.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달마고도의 시공 방법은 큰 관심사 였다.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나 데크, 철 구조물, 인조목 등 외부 가공 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미황사 둘레길은 시공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미황사 둘레길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금강 스님이 굳게 고수했던 원칙은 ‘걷기 편한 길’이었다.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고 오직 ‘사람이 자연에 깃들이는 길’을 만들기 위해 금강 스님이 선택한 방 법은 하나. 국내에서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맨손 공법’이었다.
일체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손으로 바위를 옮겨 길을 만든다니! 울퉁불퉁한 바위산에서 현실적으로 가 능한 방법이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2016년 11월, 국가지 정문화재(명승) 현상변경 허가를 내준 문화재청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가능하겠느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금강 스님의 대답은 하나였다.
“1300여 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미황사에 옛길 흔적이 남아있는 건 흙, 돌만으로 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더라도 오래 묵을 뿐 흉물이 되지 않는 길이죠. 길도 세월에 따라 묵은 맛이 있으려면 작은 장비도 들어가선 안 됩니다. 사람 손으로 해야 손맛 나는 길이 돼요.”
달마산의 옛길을 복원한다는 소식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다. 지역 주 민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달마고도의 시공 방법은 큰 관심사였 다.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나 데크, 철 구조물, 인조목 등 외부 가공 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미황사 둘레길은 시공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장비라고는 삽, 지게, 지렛대, 야석, 그리고 힘줄이 돋 아난 두 손뿐이었으니, 길이 완성되기 전부터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 도할 만했다.
2017년 2월,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때리는 계절에 천년 옛길을 되살 리는 공사가 시작됐다. 노면 경계돌쌓기, 돌 묻히기 계단, 돌횡 배수 대 등 산림청의 자연길 조성 공법을 손으로 시공한다는 건 전례가 없었다. 그러나 공사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순조롭게 시작됐 다. 길은 임도와 이용 가능한 등산로를 최대한 활용했다. 사람의 손으 로 만드는 길은 돌이 있으면 피해 가고, 나무가 있다면 돌아서 갔다. 기계를 사용했다면 방해물에 불과했을 돌과 나무가 맨손 공법 앞에 서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생명이었다. 특히 바위 지대에서 흙 지대 로 바위를 옮기는 과정이 가장 어렵고 고됐다. 사람이 걸을 수 있으려 면 흙 지대를 바위로 탄탄히 다져줘야 하기 때문이다. 곡괭이로 돌부 리를 캐고, 지게에 돌을 이고 산을 오르내리며 한 땀 한 땀 길을 내던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인부 들의 피로도가 극심해진 것이다.
시공 장소가 산악지형이다 보니 인부들은 달마산 아래 여관을 통째로 빌려 숙식을 해결했다. 40여 명의 인부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2시간 험악한 산을 오르며 현장에 도착해야 했다. 도시락으 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4~5시경에 다시 산을 내려오는 과정이 9개 월간 반복됐다. 한여름에는 무더위와 장마 속에서 모기, 진드기, 탈수 증세와 싸우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인부들이 점점 지치면서 현장 공 정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울 정도가 되자, 공사 시공을 맡은 해남군에 서 대안을 내놨다. 현장 투입인력을 2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하고 해 남군 보건소의 협조를 받아 해충 예방제, 보건 상시 약품 등 비상약품 을 지급하기도 했다.
기계를 사용하면 한 달 만에 준공할 수 있는 길을 사람의 힘만 빌려 9개월 동안 만들었다. 누구 하나 불만의 소리가 나올 법도 하건 만, 힘이 들수록 인부들은 자신의 작업에 오히려 자부심을 가졌다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일까? 해남군 관광개발팀의 천병오 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힘이 들었지만 인부들이 자기가 만든 길을 보고 스스로 만족하 는 모습이 보였어요. 작업하는 시간에 짬을 내 인부들이 직접 돌 장승을 세우거나 돌탑을 쌓았고, 돌에 그림을 그려 넣은 분도 계 셨어요. 현장 감독은 공사를 관리하러 오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부들을 응원하고 격려하셨죠. 인부들 스스로 길을 만드는 사람 이란 신념을 갖고 임하셨어요.”
금강 스님 역시 17km가 넘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매일 공사현장 을 오갔다. 매일 인부들을 격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황사에서 부친 부침개를 간식으로 가져다주고, 자비로 식당을 빌려 인부들 모두에 게 삼겹살을 사기도 했다. 달마산 아래 북평면과 송지면의 주민들은 직접 공사현장을 찾아 옛길의 흔적과 역사를 알려주고 노선을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시공 인부들이 노고에 주민들이 오히려 ‘미니포크 레인을 사용하라’라고 권할 정도였단다. 하지만 작은 장비라 해도 조 금씩 사용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법. 인부들이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계속 작업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모여 1구간(미황사~큰바람재, 2.71km)가 완 성되자 옛길을 자박자박 걷고 싶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모이기 시작 했다.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와 인근 학교에서 생태체험에 나선 학생들까지, 옛길이 부르는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9개 월간 연인원 1만여 명의 인부가 참여했으며 사업비 14억 원 중 90% 가 인건비로 쓰였을 만큼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옛길. 기계 없이 손과 발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던 공사 환경 속에서도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금강 스님은 오랫 동안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켰던 옛길에게 ‘달마고도’란 이름을 지어주 었다. 2017년 10월 준공한 달마고도는 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 의 구도였다.
제1구간 | 미황사 ~ 큰 바람재 태고의 땅을 찾아 큰 바람재를 넘는 길 미황사, 산지습지, 너덜, 암자터, 편백나무숲, 수정굴 등 | 2.71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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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구간 | 큰바람재 ~ 노지랑골 사거리 문바우골 너머 큰금샘 찾아가는 길 천제단 암자터, 떡갈나무고목, 너덜암자터, 미타혈, 큰금샘, 작은금샘 등 | 4.37km |
제3구간 | 노지랑골 사거리 ~ 몰고리재 이진의 말을 몰아 십삼 모퉁이 넘어 마봉 가던 길 하숙골 옛길, 노간주나무 고목, 편백나무 숲 등 | 5.63km |
제4구간 | 몰고리재 ~ 미황사 천년의 숲을 따라 미황사 가는 길 몰고리재, 도솔암, 용담굴, 편백나무숲, 미황사 부도전 등 | 5.03km |
출처: 해남군청 홈페이지
달마고도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이란 정체성을 안고 2017년 11월 문을 열었다. 개통 이전부터 이미 탐방객이 찾아왔던 달마고도가 정식으로 개통하자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달마고도는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종주하는데 6~7시간 가량 걸리며 바위에 걸터앉아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길임에 도 탐방객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2017년 11월 18일 열린 달마고도 완공 기념 걷기 행사에는 전국 팸투어단, 마을 주민, 학생 체험단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달마고도 개통을 축하했다. 사업 이전 평소 이용객이 주말 200~30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달마고도 개통 이후에는 주말 평균 1,500명이 찾을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전라남도는 3,000만원을 들여 남도 명품길 ‘해남 달마고도’ 홍보 영상을 제작,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6개월간 불교방송(BBS)을 통해 내보냈다. 이용객들의 입소문과 전라남도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까지 더해지니 달마고도의 인지도는 빠르게 상승했다. 달마고도 제1코스 입구에 계수기를 설치해 이용객 수를 집계한 결과, 2018년 4월 4일부터 6월 17 일까지 75일간 달마고도를 찾은 사람들은 34,289명이었다. 나아가 달마고도는 땅끝 해남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냈다. 2015년 314,214명, 2016년에는 321,252명이었던 땅끝 관광객 수가 달마고도가 개통한 2017년에는 349,813명으로 늘었다. 땅끝 마을과 미황사, 송호 해수욕장까지 달마고도 인근의 명소에도 사람이 몰리니 덩달아 지역주민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달마고도의 기점인 미황사 입구, 도솔암 약수터에는 소규모 직거래 장터가 생겨, 인근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마늘, 양파, 나물 등 다양한 농산물들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치유와 사색, 깨달음이 있는 구도의 길은 전국의 언론에서 앞다투어 취재를 올 정도로 화제몰이 중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달마고도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하기도 할 정도다. 그러한 비유가 무색하지 않다. 달마고도는 전라남도의 ‘이달 의 추천 관광지’(2018. 3.)로 뽑혔고, 한국관광공사의 ‘2018 봄 우리나라 걷기 여행 축제’에 선정돼 국비 2,000만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확보한 국비를 사용해 해남군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 공사, 미황사가 후원하는 ‘제1회 달마고도 걷기축제’가 2018년 4월 28일, 미황사와 달마고도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참석인원만 1,500여 명. 1~3구간을 걷는 메인 코스(4~5시간 소요)와 1구간에서 천제단 암자터를 왕복(2시간 소요)하는 서브 코스로 나뉘어 탐방객이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하도록 배려했다. 사전행사와 숲속 음악회, 다양한 체험 행사까지 달마고도 걷기축제는 휴식과 마음의 평화를 고대했던 사람들의 안식처가 돼주었다. 또한 국토 및 도시공간에서 이루어진 창의적 경관디자인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파이낸셜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2018 대한민국 국토대전’ 학회장상, 전라남도 도민평가단이 선정한 ‘2018년 상반기 도민평가단 선정 우수사업’ 2위에 오르는 등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달마고도를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달마고도는 관광객 수 증가뿐만 아니라 고용효과까지 창출했다. 해남군은 2018년 1월, 달마고도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달마고도를 소개하고, 함께 산을 오르는 등 걷기 여행을 지원할 달마고도 트레킹 가이드를 모집했다. 지원 자격은 해남군에 주소지를 둔 만 60세 미만 지역 주민.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트레킹 가이드는 총 12 명이다. 달마산의 생태와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로 기본적인 인문교육과 함께 해남소방서의 도움을 받아 심폐소생술, 안전교육까지 거쳤다. 달마고도는 혼자 걷는 것도 좋고,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다.
전라남도 관광과의 조영식 관광개발팀장은 땅끝 해남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끈 달마고도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나라의 탐방로는 인공구조물이 많고 지역 주민들의 작은 산책길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달마고도는 오직 이 길을 걷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외부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달마고도와 미황사가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서 전라남도의 많은 관광지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달마고도가 유명세를 치르다 보니 이용객 편의를 위해 개선할 점도 늘고 있다. 18km의 장거리 코스 완주에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만큼, 중간 지선을 추가해 코스 다양화가 이뤄질 계획이다. 또한 자연소재를 활용한 종합안내소와 탐방객 쉼터를 설치하고 현재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화장실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또한 기계와 같은 인조 자재 없이 맨손으로 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라남도는 1단계 남도 명품길 ‘달마고도’의 성공에 힘입어 2019년, 담양, 화순, 완도를 대상으로 2단계 명품길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금강 스님은 달마고도 개통 후 자신을 찾아온 한 노인을 잊지 못한다. 일흔이 넘은 노인은 ‘달마고도를 일곱 번이나 돌았다’라며 금강 스님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경사가 낮고 계단이 없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 달마고도. 바쁜 삶에 찌들어버린 현대인에게 명품이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물건이 아닌 고즈넉한 돌길과 흙바닥임을 달마고도는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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