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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강화사업의 목적은 말 그대로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주민들의 역량을 향상시켜 행복지수와 만족도를 높이는 것. 그것이 역량강화 사업이 존재하는 이유다. 역량강화사업은 전국 어디에서나 시행되고 있다. 목적이 같기에 그 내용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동에서는 조금 특별한 역량강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영동의 역량강화사업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농촌경제연구원은 2040년에 농촌의 고령화율이 38%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0년에는 10개 마을 중 하나는 20호 미만의 과소 마을이 된다고 한다. 202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농촌마을이 곧 소멸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위기가 실현되는 순간이 정말로 눈앞에 닥쳐온 것이다. 인구감소는 농촌마을이라면 으레 겪어야 하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영동 또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영동은 전형적인 농업군이다. 충청북도에서 가장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아 포도, 사과, 복숭아, 배, 감 등 생산되는 과일도 다양하다. 그 맛이 좋기로도 유명해 ‘과일나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가 유명하여, 국내 유일한 ‘포도·와인 산업특구’이기도 하다. 영동 와인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농업의 6차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영동군이지만, 인구 감소란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늘 있던 마을이 내일 당장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구 증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영동은 인구 증가만이 능사는 아니라 여겼다. 먼저 지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영동 땅에서 태어난 사람이 영동에서 삶을 마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고장이 되어야 영동군이 소멸하지 않고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영동은 ‘매력적인 지역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농촌의 모든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어느 한 분야만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농산어촌개발사업은 그동안 부족한 농촌의 사회기반시설 및 농업기반시설을 보강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시행되어 왔다. 대규모 시설사업은 자본을 투자하면 반드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다. 그렇기에 기반시설 조성에서만큼은 모든 농산어촌개발사업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기반시설이 갖춰졌다고 하여 농촌에 사는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여전히 하드웨어를 지역 발전의 척도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갖춰진 기반을 지역민들이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기반을 토대로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역 발전을 일구어낼 것, 관이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사업의 주체로서 활동할 것,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설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 영동의 지역역량강화 사업은 바로 이러한 고찰에서부터 시작됐다.
기반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농촌사회는 관 주도의 사업 추진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영동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소프트웨어 지원도 부족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아우르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도 없었다. 영동은 이러한 점들을 보강하고자 했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 발전의 주체로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영동의 이러한 의지는 사업명인 ‘고진 감래 ? 우리지역 우리손으로!’에서부터 느껴볼 수 있다.
‘고진감래 ? 우리지역 우리 손으로!’의 사업기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로, 작년 예산은 총 180백만원이었다. 사업은 세부적으로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 마중물 소액사업, 마을만들기 지원 사업, 중간지원조직운영, 마을만들기 멘토 운영, 사업지구 모니터 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업의 첫 시작은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이다. 대부분 마을이 누군가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바꿔 말하면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동의를 얻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그만큼 드물다는 것 이다. 열의를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 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예비 사업 지구 주민들이 보다 사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마을설명회에 군 관계자가 직접 찾아가 보충 설명을 하고, 전문가를 초대해 농산어촌개발사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두 사업을 시작하기 전 마을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전반적인 공감대와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요를 찾기 위해 행정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민들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정보 부족으로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이 먼저 나서서 마을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는 총 10개 마을이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 과정을 끝마쳤으며, 이 중 6개 마을이 다음 단계인 마중물 소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역 발전을 일구어낼 것, 관이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사업의 주체로서 활동할 것,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설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
‘마중물 소액사업’은 찾아가는 아카데미의 다음 단계로, 영동군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가 이론을 배우는 것이라면, 마중물 소액사업은 그 실전이라 할 수 있다. 농산어촌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주민들은 마중물 소액사업을 통해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군 주도의 하향식 사업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2017년에는 총 예산 3천만 원으로 6개 마을이 마중물 소액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내용은 마을마다 다르다. 화단 가꾸기, 꽃길 조성, 쓰레기 분리수거함 설치 등 환경을 개선하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노래교실, 도예교실 등 문화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마을도 있다. 각 사업 아이템은 주민들이 직접 정한다. 다 함께 모인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 때에 시큰둥했던 주민들도, 이 ‘마중물 소액사업’을 진행하며 점점 변해간다고 한다. 주민들은 함께 자신들의 마을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다. 비록 사업비는 적지만, 자신의 의견이 사업에 반영되는 것을 보며 주민들은 점점 사업에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한다. ‘마중물 소액사업은’ 주민들 이 직접 소규모 사업을 진행해봄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에 대한 역량을 기르며, 다음 사업의 갈등을 미리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19개 마을이 마중물 소액사업을 진행했으며, 그 중 8개 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에 선정됐다. 현재는 5개 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에 공모 신청 중이며, 내년에는 2개 마을이 신청할 예정이다.
2017년에는 총 예산 3천만 원으로 6개 마을이 마중물 소액사업을 진행했다. 각 사업 아이템은 주민들이 직접 정한다. 다 함께 모인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
시군역량강화사업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사업의 기본적인 틀이 정해져 있어 그 내용도 유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량강화는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영동은 필요성이 큰 만큼 중앙부처의 지원에만 기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찾아가는 마을아카데미, 마중물 소액사업 등 사업을 시작하기 전 거쳐야 하는 예비단계를 만들어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주민들이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한 뒤 사업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영동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마을만들기 지원 사업’과 ‘마을간사지원사업’이다. 취지는 마중물 소액사업과 같다. 마중물 소액 사업을 좀 더 체계화시킨 것이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인 셈이다.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은 세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앞서 살펴 본 마중물 소액사업이다. 마중물 소액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마을은 평가를 거쳐 2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2단계는 ‘희망마을사업’으로, 소득사업이 가능해진다. 3단계는 ‘으뜸마을사업’이다. 이 역시 2단계 사업 완료 마을 중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이때는 소득사업에 이어 토지 구입도 할 수 있다. 단계를 넘어갈수록 지원받는 예산도 늘어난다. 마을간사지원사업은 소득·체험사업을 진행하는 마을을 대상으로 한다. 사업이 마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별도로 사무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3단계로 이루어진 이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은 올해 그 체계가 갖춰졌다. 종전에는 마중물 소액사업만 마치고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중규모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올해부터는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최소 2단계까지 거친 마을에 한해서만 신청하도록 할 예정이다.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대한 조례’는 작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영동이 지역민의 역량 강화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례의 1조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 조례는 주민 스스로 마을 고유자원을 살려 가치를 증진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단계별로 구성된 마을만들기 지원사업과 이를 지원하는 조례까지 제정하며, 영동은 지역역량강화에 대한 큰 틀을 구축하게 됐다. 아무 경험이 없는 마을일지라도 단계별로 사업을 하나씩 수행해나가며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사업명 | 사업비 | 사업기간 | 사업내용 |
---|---|---|---|
마중물소액 (1단계) | 5,000천원 이내 | 3개월 이내 | 마을환경정비, 문화복지프로그램 등 마을주민 공동참여 사업에 한함 |
희망마을 (2단계) | 30,000천원 이내 | 4개월 이내 | 마을환경정비, 소득사업, 문화복지 프로그램, 소득사업 등 마을주민 공동참여 사업에 한함 |
으뜸마을 (3단계) | 100,000천원 이내 | 5개월 이내 | 토지구입, 마을환경정비, 소득사업, 문화복지프로그램 등 마을주민 공동참여 사업에 한함 |
마을간사 지원 | 1,200천원/ 월/1인 | 3년 | 농산어촌개발사업 완료지구 중 소득ㆍ체험지구에 사무장 지원 |
중간지원 조직지원 | 2,500천원/ 월/1인 | 매년 | 농산어촌개발사업 관련 중간지원조직에 연구원 인건비 지원 |
출처 : 영동군 건설교통과
단계별로 구성된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 이어서, 영동은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추진 주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보통 이 역할은 행정에서 수행한다. 그러나 행정 보직은 2년에서 3년, 짧게는 1년 마다 담당자가 바뀐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사업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담당자의 개인적 판단이나 군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 내용이 변동되기도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의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지역에 기반을 둔 역량강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이에 영동은 민간 차원에서 사업을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꾸리게 된다. 바로 ‘사단법인 충북남부마을만들기 지원센터’다.
충북남부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센터장과 부센터장, 연구원 두 명, 총 네 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요 업무로는 마을만들기 관련 조사 연구, 시책 개발, 지역 자생조직 육성과 현장포럼도 진행하고 있다. 영동뿐만 아니라 인근의 보은, 옥천의 일부 현장포럼도 충북 남부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찾아가는 마을 아카데미, 마중물 소액사업, 사업관계자 워크숍, 사업 완료지구 경영 컨설팅, 사업지구 모니터링 등 영동의 일반농산어촌개발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의 연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지역에 기반을 둔 역량강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이에 영동은 민간 차원에서 사업을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중간지 원조직을 꾸리게 된다. 바로 ‘사단법인 충북남부마을만들기지원센터’다
2014년 설립된 센터는 설립 당시 규모가 매우 작았다. 직원도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유원대학교 도시지적행정학과 백기영 교수는 이때부터 무보수로 센터장직을 맡았다. 유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출발했기에 여러 제약도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는 2017년 2월에 사단법인으로 독립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운영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모처럼 뽑은 직원이 무보수로 일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시군역량강화 사업비로는 중간지원조직 근로자에게 인건비를 지불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동은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가고자 했다. 역량강화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행정과 주민을 매개하는 중간지원조직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동은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조례에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인건비에 관한 내용을 포함 시킨 것이다. 이 조례 덕분에 영동은 1년에 3천만 원의 예산을 받아 연구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중간지원조직’ 이란 행정과 민간을 매개하면서 마을만들기와 마을만들기 관련 영역의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을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행정과 민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는 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영동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마을만들기 뿐만이 아 니라 여러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2018년 5월에는 영동과 충북남부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협약’ 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진행될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중간지원 조직이 도시재생활성화센터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규 사업으로 준비 중인 농촌신활력 플러스 사업에서도 중간지원 조직이 활약할 예정이다. 또한 농산어촌개발, 도시재생,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 대한 체계적인 역량강화 교육을 중간지원조직이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역량강화 뿐만 아니라 컨설팅,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간지원조직 이 지역발전을 이끄는 한 축이 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영동이 가진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이외에도 영동은 사업준비지구별로 마을 전담 전문가를 배치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마을만들기 멘토’를 운영 중이다. 마을에 전문가를 배치하여 새로운 사업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기 위해서다. 2017년에는 5개 마을에 5명의 전문가가 멘토로 활약했다. 멘토들은 마을 발전 구상, 예비 계획 수립 등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년 6회 정도 마을을 찾아 전문지식을 주민들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찾아 자문을 하는 만큼, 사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상마을 | 멘토 | 멘토의견 및 반영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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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면 법화리 | 유원대학교 백기영(농촌개발) 유원대학교 이경락(건축) | -요령잡이 기록화 사업 반영 -귀농인의 집 구성 도면 반영 |
황간면 마산리 | 충북연구원 원광희 (지역개발) | -인적자원 발굴 동아리 운영 -주변 공장과 자매결연 추진 |
황간면 우매리 | 공주대학교 정남수 (지역개발) | -담당정비를 주민들이 직접 추진하는 역량강화사업으로 추진 |
황간면 회포리 | 권역위원장 박효서 (마을만들기) | -자연정화시설 설치 추진 -대청호운동본부와의 사업 연계 |
학산면 서곡리 | 유원대학교 백기영 (농촌개발) | -전통문화복원(너리기 펀지기) 추진 |
출처 : 영동군 건설교통과
사업에 관한 모니터링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에 매진하며 쉼 없이 달려온 영동이지만, 정작 사업을 되돌아볼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서 잘못된 점을 개선하자는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2015년부터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사업시행지구, 완료지구, 미사업지구로 나누어 상황별, 추진주체별로 설문 내용을 달리하여 실시하고 있다. 2017년에는 23개 지구 638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포괄보조사업추진단 회의 때 각 주체별로 내용을 공유한다. 결과는 사업기획·시행·점검 부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잘된 점은 확대하고, 잘못된 점은 기획 단계에 반영에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역량강화사업은 하드웨어사업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이 변하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영동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며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학산면 서곡리다. 2017년, 서곡리는 마중물 소액사업을 앞두고 있었다. 사업 아이템으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던 중, 한 마을 주민이 “너리기 펀지기를 다시 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너리기 펀지기’ 란 강강수월래류의 전통놀이로, 20년 전만 해도 충청북도 대회에도 나갈 만큼 활성화되어 있던 서곡리의 전통문화다. 예전에는 인근 마을 주민까지 모여 규모 있게 진행하던 행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떠나고 마을도 작아지며 너리기 펀지기도 잊혀져갔다. 그 너리기 펀지기를 마을 주민이 기억해내고 사업의 아이템으로 추천한 것이다. 영동은 마을 주민의 의견에 따라 너리기 펀지기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인근의 학산초등학교와 협력하여 어린 학생들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손을 맞잡고 연습도 했다. 정적이 감돌던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마중물 소액사업을 통해 마을의 전통 문화는 물론, 마을 공동체도 함께 부활한 것이다. 이 너리기 펀지기 복원사업은 교육청의 행복교육지구사업에도 선정됐다. 마중물 소액사업으로 복원된 마을의 전통 문화가 또 다른 사업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리버마켓’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행복마을콘테스트에 참여하기로 했던 마을이 갑작스레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동은 이 사업비를 어디에 쓸지 고민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한 것이 ‘리버마켓 활성화 컨설팅’이었다. 처음에는 우려스러웠다. 리버마켓을 진행할 만한 지역 인재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반응은 뜨거웠다. 도자기, 공예, 의류, 소품,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컨설팅을 받았다. 40명의 셀러들은 이 컨설팅을 계기로 자발적으로 ‘소소한 마켓’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현재 소소한 마켓은 영동이 주최하는 행사 대부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2018년 충청북도가 공모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동의 지역역량강화사업을 이끌어온 건설교통과 장시혁 주무관은 ‘소소한 마켓’을 보며 지역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컨설팅에 참여한 셀러들이 소소한 마켓이란 단체를 조직하고, 지역에 프리마켓이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어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지역에 잠재적인 자생조직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조직이 모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행정이 할 일인 거죠.”
장시혁 주무관은 본인을 흔히 있는 평범한 공무원이라 칭했다. 발군의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태어나고 자란 곳이 영동의 시골마을이라고 한다. 그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마을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사람들의 왕래도 잦았다. 그러나 갈수록 사람이 떠나갔다. 결국 그의 고향은 명절 때에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유령마을이 되어버렸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장시혁 주무관은 그저 안타까웠다. 그리고 일반농산어촌사업을 맡으며 ‘이 사업을 성공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미력하게나마 돕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일반농산어촌사업이야말로 농촌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다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장시혁 주무관은 17년의 공직생활 중 지난 3년 6개월을 가장 보람 있게 보낸 시간으로 꼽았다. 그만큼 사업 속에, 사람들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농촌의 애환을 보고 들으며 그들의 고민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주민들이 몰라서,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마을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결하지 못한 갈등도, 풀어주지 못한 한도 있다. 장시혁 주무관은 그래서 더 이번 사업에 열심이었다 고 한다. 주민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체 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시군역량강화사업의 목적은 말 그대로 사업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행정, 주민, 사업관계자의 추진 능력을 높이는 데에 있다. 이는 모두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이 원하는 사업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의와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한두번의 교육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주 만나고 함께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공감대가 생겨난다. 영동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앙부처의 지원에만 의지하지 않고 영동만의 해결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년에 제정된 영동의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마을만들기’란 주민 스스로가 자기 마을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모든 활동으로써 소득, 체험, 경관, 교육, 문화, 환경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변화는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각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영동의 지역역량강화사업은 주민들의 ‘각성’을 이끌어낼 것이다. 영동의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일구어나갈 것이다. 그들이 직접 그리는 미래는 어떤 광경일까. 벌써부터 그 풍경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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