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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선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과 사회에 고통과 불행을 더하게 된다.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선한 가치를 추구해가는 것이 윤리와 도덕의 권고이면서 의무이기도 하다.’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의 한 글귀이다. 지난 세기를 버텨낸 노철학자의 글은 어느 나이대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선한 마음’으로 개인의 행복을 실현하다보면 어느새 공동체의 행복에 닿을 수 있다는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은 지역 발전에 어떠한 철학적 비전을 제시할까.
강원도 양구는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지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분단 이래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 되어 오랫동안 개발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양구군에도 최근 들어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났다. 김형석, 故안병욱, 이해인 세 명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인문학 마을이 구성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위인이나 근대 작가를 테마로 박물관 등의 콘텐츠를 기획 한 경우는 많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철학자, 시인을 테마로 한 경우는 양구군의 인문학마을이 처음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기도 하고 돈이 사람보다 위에 있는 세상이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용히 인간의 가치를 탐색하고 시대와 미래를 사색해온 이들 동시대 인문학자들이 없었다면, 희망을 찾기에 더 어두운 세상이 되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우리의 인생에 철학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오래 보고 넓게 보고 무엇보다 사람을 보고 진행하는 양구의 인문학마을 사업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故안병욱 교수(1920~2013)와 김형석 교수(1920~)는 20세기 한국 철학을 이끌어온 두 거장이자 오랜 지기(知己)이다. 김형석 교수는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안병욱 교수와 김태길 교수와의 인연에 대해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자랐지만 그다음에는 지금까지 두 친구보다 더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준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안병욱 교수와 김형석 교수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고향이 이북 이라는 사실이다. 두 철학자의 고향이 휴전선 너머라는 사실은 양구가 두 사람의 제 2의 고향이 된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지나는 동안에 우리 둘은 90고개를 넘겼다. 점점 고향은 멀어지고 갈 곳은 없어지고 있을 때였다. 강원도 양구의 뜻있는 분들이 안 선생과 나에게 제2의 고향을 장만해주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양구는 휴전선 밑이니까 북한과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그리고 우리 국토 정중앙에 해당하는 곳이다. 나와 안 선생은 감사히 받아 들이기로 했다. -김형석, 「백년을 살아보니」中
분단 상황으로 인해 양구군은 오랜 시간 지역발전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이러한 지역에 어떻게 하면 마을자원을 발굴하여 주민들에게 활력을 주고 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인문학 마을이다. 양구군 동구리 출신의 시인 이해인 수녀(1945~)를 기리는 시문학관을 건립하던 중에 철학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면서 이북이 고향인 김형석 교수와 안병욱 교수를 초청하게 되었고, 그렇게 오늘날의 양구인문학박물관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한국의 인문학 발전에 삶을 이바지한 두 철학자에게도 마침내 돌아갈 땅이 생긴 것이다.
2013년 10월 7일 새벽에 세상을 떠난 안병욱 교수의 영결예배는 10월 10일 양구에서 치러졌다. ‘철학자의 집’에서 멀지 않은 용머리공원 기념관 옆에는 선생의 영원한 안식처가 마련되었다. 반면 올해 100세의 김형석 교수는 다양한 인문학 강사들과 함께 양구에서의 인문학 강연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대학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던 예전을 생각해보면, 강원도 작은 마을에서 이처럼 인문대학을 운영 한다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100세 노교수의 현안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회차 | 날짜 | 주제 | 강사 | 소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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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16 | 개강식 | 양구인문학박물관 3층 | |
인문학 이란 ? | 김형석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
2 | 4.13 | 행복한 가정문화를 위하여 | 이수경 | 가정문제연구소장 |
3 | 4.27 | 사진작가로서의 인생 | 김종호 | 전 대구사진비엔날레초대 조직위원장 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 |
4 | 5.11 | 생활속의 인상 경영 | 송은영 | 이미지메이킹 센터 원장 |
5 | 5.25 | 예술가의 천재와 광기 | 김동규 |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
6 | 6.08 | 생활속의 음악 | 지형주 |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
7 | 7.13 | 왜 나는 조각가가 되었는가? | 심영철 | 수원대학교 교수 설치조각가 |
8 | 9.21 | 선사인들의 일상생활 | 김상태 | 국립춘천박물관장 |
9 | 10.05 | 생활과 영상 | 김동규 |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장 |
10 | 11.09 | 우울증과 정신건강 | 강유평 | 서인정신건강과 과장 |
11 | 11.23 | 철학이라는 학문이란 ? | 김형석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종강식 | 양구인문학박물관 3층 |
출처 : 양구인문학박물관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자체 소득원을 확보하려는 취지의 사업이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모든 주민들이 사업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주민들에게 인문학이나 철학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곧바로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도 아니거니와, 도로가 개발되는 등 당장의 편의를 보장하는 사업도 아니었기에 무조건적인 환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사업 초기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주민들에게 사업의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특별히 반대의 분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고령화된 마을이었던 만큼 무관심이 컸다. 사업 특성상 행정부와 마을 주민 그리고 외부 관련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최민규 관장은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섣불리 마을 설명회를 진행하거나 자료 선정에 신중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을 사람들의 의견은 항상 찬성과 반대 그리고 중립으로 그 입장이 갈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되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사업 담당자로서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마을 사람들끼리의 화합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 고령화로 접어들며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동수리 마을이었다. 지속적인 마을 설명회와 마을 교육 그리고 관련 이벤트 및 행사를 통해 주민들도 하나 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업에 부정적이던 한 80대 주민은 이제 인문대학의 모든 강의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자 무심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마을에도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동수리와 같은 작은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사업의 모토가 인문학인 만큼, 철학 강연은 사업 초기인 2015년도부터 꾸준히 중심 역할을 해왔다. 더욱이 국내 최고의 석학으로 통하는 김형석 교수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양구의 인문학 마을 사업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일반 대중들을 위한 강연에 참여해 주었다.
인문학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 참여 프로그램의 방향 중 하나는 박물관, 철학의 집과 같은 시설물을 전시용이 아닌 주민 참여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2015년부터 시작된 문화 사업들은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상당 부분 바꿔 놓았다. 인문학이나 철학에 바로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주민들을 위해 예술을 취미로 즐길 수 있도록 한 대안이 통한 것이다.
지금은 인문학박물관의 각종 행사에서 연주를 맡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드럼동호회 ‘양구 드럼치는 사람들’은 회원 수를 꾸준히 늘려가며 변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철학의 집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연습실에는 농사일을 끝낸 동호회 회원들이 언제라도 드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영상미디어와 사진 교육은 주민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을 즐기는 미디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마을 모습을 근사하게 촬영해서 편집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마을 스스로가 사진과 영상물을 통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해인 수녀를 닮아가고자 시를 짓는 주민들의 모임도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를 겪는 동안 주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40가구 약 160명 남짓의 주민들은 대체로 고령이다. 어르신들의 인터뷰와 일상적인 마을 풍경을 마을의 장년층들이 예쁘게 편집해 만든 약 20분 남짓의 동영상. “어떠셨어요, 오늘?” 하고 묻자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한다. “생전 처음인데, 뭘.” 인문대학과 드럼동호회, 미디어 교육과 같이 하나하나의 프로그램들이 지난 4년간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을의 새로운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무채색에 가깝던 마을 사람들의 일상도 덕분에 화사하게 삶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주민기초교육 ‘동수리나르샤’는 마을에 자신감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다른 마을들을 방문하면서 동수리만의 특징과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의 존재를 깨달아 갔다. 젊은 주민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셔오기도 했고 교육 후에는 자발적으로 뒤풀이를 열어 교육 내용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가장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마을 사람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고 이를 구체화하게 된 것이다. 사업에 대한 다양한 아이템, 프로그램, 상품 개발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이는 인문학 마을을 주민 스스로가 이끌고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연도 | 추진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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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 기본계획 연구용역 및 주민소양 교육 진행 - 2015년 기본계획 연구용역 : 2015. 5월~8월 - 주민설명회 및 간담회 : 2015. 5월~12월 총 5회 - 주민설문조사 : 2015. 5월 - 기본계획 용역 연구 보고 : 2015. 7월, 10월 - 인문학 익는 마을 기념 콘서트 개최 : 2015. 9월 - 주민역량 교육 양구인문대학 개설 : 2015. 9월 - 인문학이 익는 마을 사업 연구보고서 발간 : 2015. 11월 - 인문학이 익는 마을 사업 신문 광고 게재 : 2015. 12월 - 주민역량 강화 교육 선진지 견학 : 2015. 12월 |
2016년 | 주민소양 교육 진행 및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 주민역량 강화 기초교육 : ’16. 2월 - 인문학 마을 사업 부지 매입 : ’16. 4월 - 공동사업조직 설립 및 운영 컨설팅 용역 : ’16. 4월 - 인문학 익는 마을 기념 콘서트 개최 : 2016. 7월 - 인문학 영상 미디어 교육 : 2016. 8월 - 주민역량강화 기초 및 리더 교육 : ’16. 10월 -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 부지 매입 :‘16.12월 - 동수리 인문학 영상미디어 교육 발표회: ‘16.10월 - 인문대학,인문학강연,드럼강좌,영상미디어교육등 :‘16.3~12월 |
2017년 |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및 시설물 착공 - 공동사업조직 설립 및 운영 컨설팅 용역 : ’17. 1월 - 동수리 인문학 영상미디어 사진 교육 : ’17. 4 ~ 06월 -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 주민역량 강화 교육 : ’17. 3 ~ 12월 - 주민역량 강화 교육 선진지 견학 : 2017. 06월 - 동수리 인문학 영상미디어 사진 교육 결과 발표회: ’17.08월 - 제2인문학관 및 인문커뮤니티센터 기본 및 실시설계 : 17. 3월 ~ ’17. 6월 - 제2인문학관 전시설계 용역 추진 : ’17. 10 ~ 12월 - 인문학 마을 사업 부지 급수 관로 확장 공사 : ’17. 9 ~ 10월 - 제2인문학관 시설 공사(토목,건축등) 착공 : ’17. 7 ~ ‘18. 10월 - 인문커뮤니티센터 및 어린이 도서관 착공 : ’17. 9 ~ ‘18. 10월 |
2018년 |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 및 시설물 준공 - 동수리 인문학 영상미디어 사진 교육 : ’18. 4 ~ 06월 - 인문학 마을 캠핑장 조성 공사 착공 : ’18. 7 ~ 9월 - 동수리 미디어 교육 사진 전시회 : ’18. 8월 - 인문학 마을(매점,농산물,카페,캠핑장)리모델링 공사 완공: ’18.9월~12월 - 주민역량 강화 교육 선진지 견학 : ‘18. 11월 - 인문도서열람실,커뮤니티센터,철학의집 등 시설공사 완공(‘18.11월) -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 교육프로그램 및 행사운영 : ’18. 3 ~ 12월 |
출처 : 양구인문학박물관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동수리 이장 안승주 씨다. 그 모습이 찍혀있지 않은 사진을 찾기가 힘들만큼 안 이장은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렸고, 동수리를 더 좋은 마을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 이장의 최근 고민은 지금까지 함께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는 작은 마을인 만큼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함께 고민해가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동수리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겠지요.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맞춰가면서 중심을 잡아갈 필요가 있을 거예요.”
현실적인 문제들과 모든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놓은 변화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가 방향을 찾아나갈 것임도 분명하다. 함께 고민해 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함께 할 시간도 가능한 것이다.
인문학 마을은 혼자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황량했던 주변 환경은 이제 파로호 인공습지를 통해 운치 있는 호수 경관으로 변했다. 인근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 선사박물관, 근현대사박물관, 국토정중앙천문대, 강원외국어고등학교 등 다양한 인문학적 자원은 인문학 마을의 기반이 되었다. 양구군은 앞으로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인문학박물관을 더욱 보편적인 관광 및 교육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전망이다.
출처 : 양구인문학박물관
인문학박물관은 현재 故안병욱, 김형석 교수를 기리는 철학관과 이해인 수녀의 고향답게 근현대 시인 10명을 기념하는 문학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주민 교육과 향후 인문학자 및 소설가, 시인, 웹툰 작가 등을 초청해 창작 환경을 제공하게 될 인문 복합 문화 센터도 구비할 예정이다. 특히 어린이인문 도서 열람실은 지역 주민은 물론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쉼터이자 놀이 및 교육의 장이되어 주고 있다. 숨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물, 뛰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드럽게 처리를 한 책장과 빼곡히 채워진 아동도서가 눈에 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북쪽에 마련되어 있는 캠핑장과 활동놀이터는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인문학 마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관광 수익에 거는 기대가 있긴 하지만 인문학박물관은 무엇보다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카페와 펜션은 주민들의 소득 창출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적은 수이긴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관광객 수도 꾸준히 늘었다. 원하는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현재 주민들에게 중요한 사실은 문화생활부터 소득창출까지 주민 스스로가 참여 할 수 있고 배워나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인문학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정보와 기술이 중시되는 마을 현장 교육 세상이긴 하지만 인문학은 우리에게 다른 어떤 콘텐츠도 줄 수 없는 경험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가 품고 있는 겸손함 그리고 겸허함이다. 이와 같은 가치는 故안병욱 교수와 김형석 교수가 직접 기증한 다양한 도서와 다양한 소품들이 채워져 있는 철학의 집 1층과 2층에서도 만날 수 있다. 생전 서예를 즐기던 안병욱 교수가 살아생전에 기증한 다양한 작품들과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꿰뚫는 각각의 사연을 담은 소품들을 돌아보고 있자면 다사다난했던 지난 세기가 참으로 간결하게 느껴진다. 주옥같은 문장들은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은퇴한 고령의 두 철학자들에게 양구는 갈 수 없는 고향땅의 냄새를 가장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는 지역이었다. 두 철학자가 ‘철학의 집’에 기증한 것은 비단 자료뿐만이 아니다. 김형석 교수는 글을 쓸 때, 다만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두 철학자가 평생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철학의 집’에는 두 철학자의 학문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선한 의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양구 인문학박물관에서 조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인문학의 정신일 것이다. 한 세기 후 더 많은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철학의 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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