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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홍성은 ‘원조’가 많은 곳이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는 ‘원조 대안학교’라 불리고, 문당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농촌 발전 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홍성은 전국 최초로 친환경 오리 농법 을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지역보다 한발 빠르게 ‘원조’ 를 선점한 것이 있다. 바로 민관 협력 거버넌스인 ‘홍성통’이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되어가는 것은 농촌지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홍성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점점 쇠퇴해가는 농촌 지역을 활성화시킬 전 략이 필요했다.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홍성군은 그중에서도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 사업에 집중했다. 2012년부터 역량 교육과 선행 사업 경험이 있는 마을을 대상으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을 위해 포괄보조 추진기획 단을 꾸렸다.
포괄보조 추진기획단은 부군수를 단장으로 하며,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농어촌자 원복합산업화지원, 농어업기반정비사업의 총 3개 팀과 12명의 실무추진단이 있다.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총괄계획가를 도입해 모니터링 및 피드백도 실시토록 했다. 세 부사업계획은 외부 전문가 심사(70%)와 주민 투표(30%)로 확정짓도록 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홍성의 지역 상황을 반영한, 더 욱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홍성군의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이 아이디어를 내 게 된다.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은 김석환 홍성군수의 민선5기 공약 사항이었다. 군에 민간 전 문가를 영입해 홍성의 농업·농촌 발전 및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과 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출범했다. 출범 이후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은 학교급식지원센터 모델 마련, 유기농업특구지정, 마을 만들기 등의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 활성화를 지원해왔다. 또한 포괄보조 추진기획단의 자문 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농촌지역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홍성통’의 시작이었다.
보통 역량 강화 사업은 농민 개인의 능력을 양성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 나 농민이 ‘함께 일하는 방법’과 ‘외부의 지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 또한 중요 한 과제다. 이 방법들을 알아야만 농민을 비롯한 새로운 공동체들이 향후 농촌정책 추진주체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단체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친환경 오리 농법을 최초로 도입하고,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모델을 제시하 는 등 ‘원조’가 많았기 때문일까. 이미 수많은 민간단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민간단체들은 일반농산어촌이란 포괄보조 사업 안에 크고 작은 형태로 관여하고 있 었다. 권역과 사회적 기업이 함께 권역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마을만들기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군이 민간단체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홍성군은 이 점에 주목했다. 이미 자생되어 있는 부분을 포괄보조 사업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여, 지역 내 단체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각종 사업으로 형성 된 조직들, 여러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들, 문당·내현권역과 같은 선도적인 권 역, 농촌체험관광협의회,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희망마을협의회, 권역사무장 모임 등 다양한 단체가 소통하고 함께 문제에 대응하는 민관시스템인 ‘홍성통’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은 홍성통 내부를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 을 맡았다. 홍성군은 홍성통을 통해 이미 조직된 주체가 사업의 내·외부 발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함으로써,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량이 강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홍성통이란 거버넌스 체계로 모이게 하여,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유도한 것이다.
홍성군은 홍성통을 통해 이미 조직된 주체가 사업의 내·외부 발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량이 강화되도록 유도했다.
내역사업명 | ’14년 사업비 (국비, 백만원) | 사업비 비중(%) | ’14년 집행률(%) | ’14년 진척률(%) |
---|---|---|---|---|
권역단위종합정비(한솔기권역농촌마을) | 781 | 9.29 | 100 | 100 |
권역단위종합정비(천수만권역) | 1,356 | 16.12 | 100 | 100 |
권역단위종합정비(용봉산권역) | 881 | 10.48 | 100 | 100 |
권역단위종합정비(오누이권역) | 662 | 7.87 | 100 | 100 |
권역단위종합정비(신수훤한권역) | 201 | 2.39 | 100 | 100 |
읍.면소재지종합정비(갈산면) | 461 | 5.48 | 100 | 100 |
기초생활인프라(지역창의/소득/진죽) | 140 | 1.66 | 100 | 100 |
기초생활인프라(지역창의/경관/어사) | 108 | 1.28 | 25 | 40 |
기초생활인프라(지역창의/문화/신리) | 70 | 0.83 | 0 | 0 |
기초생활인프라(지역창의/기타/수룡동) | 144 | 1.71 | 144 | 100 |
기초생활인프라(기타지역위/창조/ 타임오딧세이) | 704 | 8.37 | 70 | 90 |
기초생활인프라(녹색농촌체험마을/봉암) | 193 | 2.29 | 0 | 20 |
기초생활인프라(기계화경작로) | 700 | 8.32 | 100 | 100 |
기초생활인프라(지표수보강개발/와룡) | 98 | 1.17 | 100 | 100 |
기초생활인프라(생활환경정비) | 1,877 | 22.32 | 100 | 100 |
지역역량강화(시.군/홍성군) | 35 | 0.42 | 100 | 100 |
합 계 | 8,411 | 100% | - | - |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관내 여러 부서들, 민간단체들, 마을권역들, 사회적 기 업들… 홍성군은 여러 주체들을 하나로 묶어 홍성통을 만들었다. 그러나 홍성통이 출범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홍성통’을 어떻게 ‘통’하게 만드느냐가 중 요했다.
이를 위해 홍성통은 매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군청에 모여 하는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다. 홍성통 회의는 매달 그 장소가 바뀐다. 참여 단체들에 대해 서로 알고 관심도 를 높이기 위해 마을회관, 권역센터, 미술관, 해상낚시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 소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는 장소를 제공한 단체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단체별 정보 공유, 함께 논의할 사항 등으로 진행된다. 참여하는 단체가 다채로우니 아이디어 또한 쏟아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홍성통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현장을 찾아가 사업을 직접 눈으로 본 뒤, 좋은 아이템을 자신들의 사업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일례로 2014년 1월 회의 는 홍북면 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 열려, 작가 이응노가 홍천마을 주민들을 주제로 한 마을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때 회의에 참여한 단체들 중 2개 마을이 여기서 아이 디어를 얻어 마을갤러리를 추진하고 있다. 추진하려는 사업을 이미 경험한 단체가 있 어, 그들의 조언을 받아 세부사항을 수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들끼리 진행할 때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니 그 지역에 대한 홍보는 물론, 시설물 활용의 1석2조 효과도 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 공유뿐만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았다. 같은 사업에 지원하려 했던 서로 다른 단체들이 홍성통 안에서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민간 단체 사이의 갈등뿐만 아니라, 군과 주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에서도 홍성통이 활약했다. 주민들 중에는 행정을 잘 믿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사업에 자부담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면 의심부터 품는다. 담당 공무원이 찾아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의심은 쉽게 풀어지질 않는다. 이때 홍성통이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전문가의 눈으로 설명했다. 그러자 반대하던 주민들도 비교적 쉽게 수긍하기 시작했다. 홍성통에 참여하는 주체들 또한 홍성의 주민들이니, 주민이 주민을 설득하는 셈이었다.
사업 기획에도 홍성통이 참여한다. 마을이나 권역끼리 같은 사업을 지원하여 경쟁 구 도가 될 경우, 관과 홍성통에 참여하는 주체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을 구성한다. 대 상지 선정은 물론, 사업의 우선순위 결정을 할 시에 민간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 다. 홍성군은 지금이야말로 민간 협력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관 주도형의 마을만들기사업은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돌파구로 홍성통 을 만들었다. 홍성통이 사업의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수정·변경해야 할 사항도 숱하게 생겨났다. 그러나 홍성군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관과 민간이 따로 가면 그 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조금 더딜지라도, 홍성군은 관과 민간이 함께 가는, 지속성을 더욱 담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홍성통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사업의 효율성을 증진시킨 사례를 만나보자. 신촌마 을, 수란마을, 반교마을을 묶은 ‘신수훤한권역’은 마을 사이에 도로가 관통해 소통의 단절이 있었던 곳이다. 가뜩이나 친분이 없던 차에, 권역단위사업을 진행하며 마을들 은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심할 때는 주먹싸움까지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마을에 권 역센터를 세우고 싶어 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갈등 끝에 권역센터는 수란마을에 세 워지게 되고, 반교마을은 마을회관 정비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마을 사업을 포 기할 수는 없었다. 반교마을은 홍성통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며 ‘얼렁뚝딱’이란 단체 를 만나게 된다. 홍성통은 크게 홍보통, 교육통, 재능통으로 나뉘는데, 이 얼렁뚝딱 은 재능통에 속한 단체였다. ‘얼렁뚝딱’은 홍동지역에 귀농한 8명이 모여 설립한 집짓 기 협동조합으로, 생태미술가, 문학강사, 자전거 수리공, 대안학교 선생님, 목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농사를 주업으로 하면서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얼렁뚝딱의 생태미술가와 함께 반교마을의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미술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이 ‘반교 할매화가들’ 활동으로 인해 마을 어르신들의 행 복도는 크게 치솟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는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어려운 가정환경 으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할머니도 있었다. 이 ‘반교 할매화가들’ 활동 덕택에 반교 마 을은 행정자치부의 희망마을조성 및 지역공동체활성화 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년간 2천만 원의 사업비로 할매화가교실, 할배목공교실 등을 순조 롭게 운영하고 있다. 권역센터 유치 갈등으로 인한 설움은 씻긴 듯 사라지고, 홍성통 에서 얻게 된 모티브로 인해 반교마을만의 마을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도 있다. 장곡면 도산리에 있는 ‘행복농장’은 정신지체장애인과 정신적 트 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농사를 지으며 치유·재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 이다. 행복농장은 2015년 하반기에 지적장애인을 정식으로 고용하여 함께 농사를 지 을 계획을 세웠다. 지적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품목을 찾던 중, 홍성통에 참여하는 단체의 건의로 허브와 꽃모종을 주 작목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이때 또다시 홍성통이 나섰다. 홍성통은 행복농장에서 생산한 꽃모종이 꾸준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마을가꾸기(경관조성) 사업과 연계할 계획을 짜고 있다. 행정에 서도 홍성군 관내의 꽃길 조성 및 화단 가꾸기 등에 꽃모종을 납품할 수 있도록 추진 하고 있다. ‘홍성통’이 마을만들기 사업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 약할 가능성을 보여준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는 홍성통이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이렇듯 홍성통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참여 주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5개부 서 민간 83개소였던 참여 주체가, 2014년에는 10개부서 민간 113개소로 급증한 것이 다. 군민기자, 도민리포터, 지역신문기자, 군정홍보담당자 등이 홍성통에 참여하게 되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100여 건이 넘는 홍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홍성통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통’들이 생겨났다. 다른 통들 또한 홍성통처럼 민관이 협력하는 체제 속에서 함께 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성과 를 올리고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면 원조치고 홍성통의 활약이 조금 미미해보이 기도 한다. 그러나 홍성군은 서두르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원조’로서 제시해야 할 새로운 방향으로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 향후 홍성통은 진행 중인 사업뿐만이 아 니라, 이미 종료된 사업 또한 들여다볼 예정이다. 사업이 종료되고 침체된 부분을 뒷 받침해주기 위해서다. 또한 농촌 체험, 농산물 생산, 농산물 가공 등의 분야별로 마 을을 묶어 문화, 경제,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홍성통 이 마을만들기사업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의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 하고 논의할 수 있는, 더 큰 범위로 확대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있는 조직들이 참여하는 홍성통이기에 가능한 밑그림이다.
마을만들기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내부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초고 령화 사회에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동력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부 동력 이 없는 마을은 관에서 지원을 계속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성은 ‘홍성통’으로 내 부 동력을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하고 있다. 내부 동력이 생겨나기 위한 요소로 ‘소통’ 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통과 협력이 잘 되려면 집단 지성이 있어야 한 다. 지성인을 모아놓은 것만이 집단 지성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야 더욱 폭넓은 논의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홍성군은 이를 ‘홍성통’이란 협 력체계를 만들어 실현 가능하게 만들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지식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큰 틀을 짜놓은 것이다. 이 틀 아래 ‘원조’ 홍성통이 앞으로 또 어떤 활 약을 보여줄까. 홍성통으로 홍성은 어느 미래로 통하게 될지, 그 앞날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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