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1909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노자의 말이다. 여기에서의 도(道)의 의 미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창에서는 아마도 ‘진심(眞心)’이라는 뜻 으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사회에 대한 진심’이야말로 거창의 ‘일반농산 어촌개발사업’의 성과를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변화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와 접경하고 있는 거창은 자연 환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잘 갖춰진 인프라와 생활여건 덕분에 거창은 최근 몇 년 새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귀농지역으로 떠올랐다. 작년 한해(2014년) 거창의 귀농·귀촌 유입인구는 740여명 정도로, 대부분의 시군에서 겪고 있는 고질적인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생각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거창은 ‘도시민농촌유치지원사업’(2014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전국에서 가장 좋은 귀농지 베스트5’에 선정되는 등 성공적인 귀농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하지 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도시로 떠났던 원주민들의 자녀가 귀향하 고 이주민의 귀농이 증가하면서 거창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었다. 또한 전체 면적 804㎢의 작은 시군임에도 권역별 개성이 제각각이어서 거창이라는 하나의 지역 정체 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했다.
‘일반농산어촌개발’이 처음 닻을 내린 것은 거창에 귀농열풍이 한창이던 2011년도의 일이다. 그리고 이때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총괄계획가’를 임명하고 창조정책과를 신설하였다. 거창군의 ‘총괄계획가’는 시행기간이 끝난 오늘날까지도 군내 곳곳에 서 이루어지는 내역사업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4년 간의 진행과정에서 ‘총괄계획가와 창조산업가’가 거창군의 전체 사업에 얼마나 긴밀 하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말해준다.
‘총괄계획가’는 사업 초기인 2011년도부터 전문가(부산대학교 이유직 교수)를 유입하 여 총괄계획가로 임명했다. 내역사업의 디테일에는 자신이 있더라도, 총괄적으로 사 업을 구상하고 통제해 나가는 데는 전문가 자문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거창의 ‘총괄계획가’가 다른 시군에 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르는 것, 부족한 것을 담아두지 않고 바로 질문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초반에 구축한 덕분이었다. 그 결과, 전문가의 의견과 회의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며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해 나갈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업초기 거창의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 수준은 미미했으며 개별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공동 체를 실현하는 일 또한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조차도 추진위 원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내용을 바꾸려고 하거나 개인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기 일쑤였다. 사업부지 확보도 문제였다. 귀농귀촌으로 인한 땅값 상승의 기대감 때문에 팔 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땅을 팔았을 경우, 이웃의 땅 값이 오를 수 있다 는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거창군은 장기적인 사업운영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식을 변 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임을 직감했다. 이렇게 해서 농업기술센터 내에 마을 정책을 집 중적으로 담당하는 ‘마을만들기과’가 생겨났다. 거창군은 ‘총괄계획가’의 상시 자문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마을만들기과’를 운용해 나갔다. 이와함께 사업의 방향제시 및 주민과의 중재기능을 강화하여 계획단계에서부터 시행단계까지 지역주민, NGO, 경남발전연구원, 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거창군 창조발전협의회>를 구축했 다. 또한 사업 추진과정에 있어 이들의 심의를 거치도록 조례를 제정·운영하여 다양 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이렇게 진행과정의 프로세스가 구축되고 나자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권한과 책임감도 강화되었다.
공무원들의 열정은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사실 오늘날 거창이 단단한 사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공무원들의 특별한 수고 덕분이다. 외부용역을 써서 해 결할 수 있는 수요조사를 공무원들이 직접 집행하기로 한것이다. 업무량으로 보나 수고로 보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오늘 두 배의 힘을 들여 내일 넷, 다섯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업 관련 공무원들은 12개 읍면으로 나가 직접 현장을 돌고 수요를 조사했다. 고된 과정이었지만 직접 만 남을 통해 주민들의 속내를 듣게 되면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외부 용역을 쓰지 않은 탓에 예산도 1억 원 가량 절약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수립된 5개년 계획은, 5년이란 시간의 제약을 넘어 거창의 미래 를 바꿀 터닝 포인트로 작용하게 되었다.
공무원들은 외부용역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수요조사를 직접 집행하기로 했다. 업무량으로 보나 수고로 보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오늘 두 배의 힘을 들여 내일 넷, 다섯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체적인 운영체계가 확립되고 나자, 거창군은 각각의 권역사업의 디테일에 주목하 기 시작했다. 그러나 29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일 정한 성과를 올릴 수는 없었다. 잘되는 지역도 있었고, 아닌 지역도 있었다. 하지만 거 창군에게는 모두 깨물면 아픈 열개의 손가락이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가 아 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떻게 점쳐질 수 있을 까. 힌트는 거창군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였다. 각각의 권역사업은 그 지역의 특성 을 잘 반영해야 하지만, 동시에 거창군 전체의 사업 방향성과도 함께 해야만 한다. 그 래야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이 효용성을 가질 수 있고, 지역과 권역이 함께 시너지 를 낼 수 있었다. 거창군은 ‘연계’에 주목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연결고리를 맺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녹아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관계’를 형성하 는 것이다. 그래야 마을과 마을이, 권역과 권역이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체라는 사실 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 사업 총괄을 담당하던 ‘창조정책과’는 사업진행과정 중 ‘창조산업과’로 이름 을 바꾸었다. 사업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춰진 상황에서 이제는 전체적인 비전에 맞는 적절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진 까닭에서였다. 때문에 ‘창조산업과’는 사업총괄과 동시에 신규 사업 및 예비계획 수립을 담당했다. 신규 사업을 선정하는데 있어 ‘창조산업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지역 내 사업들 간의 연계가능성이 었다. 이러한 연계는 도시개발사업, 지역개발사업 등의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지역 내산업자원과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확장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지역문화자원을 다양하게 발굴하여 주민들의 지역의식을 함양하고 문화 및 복지 기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사업대상지 | 사업내용 |
---|---|
곰내미권역 | 인성학교 지정, 동호체험마을 연계 |
수승대권역 | 개발촉진지구사업으로 시행하는 수승대~월성간 트레킹길 조성사업과 권역내 사신길 연계 |
삼봉산권역 | 거창사과테마파크와 연계한 패키지코스개발 |
가조거점면 | 우륵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
신원면소재지 | 거창사건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
주상면소재지 | 희랑대사와 연계한 스토리텔링 |
한편, 공무원들이 발품을 팔아 만든 5개년 계획은 뒤늦게 빛을 보고 있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들의 자체적 변화덕분에 계획에 맞추어 정부공모사업을 추진 하는 일이 훨씬 용이해진 것이다. 거창군은 2013년 사과딸기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월천권역(딸기)과 삼봉산권역(사과)등의 권역 사업을 활성화하였다. 또한 가조면거 점사업의 사업지구 내 동시 시행되고 있는 2개 사업을 연계하여 주차장 공동 활용, 경관, 조경설계 공통적용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가조면거점사업의 경우, 추진과정 중 주민들이 스스로 연계의 필요성을 느껴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관계부서에 협의 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주민들의 노력은 그들의 변화를 증명했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던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창군은 ‘연계’에 주목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연결고리를 맺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녹아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비로소 마을 하나하나, 권역별 하나하나 서로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조면거점사업에서 보여준 주민 상향식(Bottom-up) 추진체계는 이제 거창군의 개 별 사업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사업 초기 진행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보여준 노력이 주민들의 믿음을 샀고, 이렇게 형성된 신뢰관계가 또다시 주민 스스로를 움 직이게 한 것이다. 거창군은 지역 주민들의 자립적인 사업능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 라는 단순명료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권역단위 사업의 경우, 리더의 역량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거창군은 <리더아카데미>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리더아카데미>는 말 그대로 지 역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거창군에서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8여명의 리더를 양성하여 권역단위 사업의 성공적 운영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들 리더들은 사업 중 곤란에 처했을 때 ‘마을 닥터’를 방문한 다. ‘마을 닥터’는 마을에 대한 자문역할을 수행하여 마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주민 들이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처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또한 거창 을 이끌어갈 예비마을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거창 비전의 디테일을 채워나갈 예비 마을을 설계하는 곳은 ‘마을만들기과’ 이다. 과거에는 주민의 역량강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지역주민 의 갈등이나 인프라 구축, 사후 관리 등의 문제가 많았지만 ‘마을만들기과’가 신설되고 난 뒤 이러한 문제점들은 과거의 시행착오가 되었다. 사업을 진행하기 전부터 충 분한 준비단계를 거칠 수 있게 됐고 주민들의 역량과 의식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 업 무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됐다.
역량강화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해당된다. 직원들은 포괄보조 사업 일반농어촌사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경상대학교 농촌 지역개발전문가 과정(5개월)을 수료했다. 또한 현장 활동가로서의 조력자 역할도 꾸 준히 수행해 이론과 경험 축적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거창군은 대부분의 사업을 자체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 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사업에 필요한 일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여 사업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거창군은 지역의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다보면 더 큰 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고, 지역주민의 완전한 자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는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업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실행해 나가는 미덕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2011년 ‘창조정책과’를 만들고 사업을 진행해온 이래 거창군의 사업 목표는 세 가지였 다. 첫째는 주민들이 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둘째 는 전체적인 로드맵을 따라 각 지구별 경관을 형성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대체에 너지의 활용으로 에너지 자립도시를 추진하는 것이다.
대부분 시군의 경우 경관계획과 공공디자인 가이드 없이 사업 지구별로 경관형성을 수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거창군에서는 전체적인 경관 가이드를 조례로 지정하 여 각각의 사업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거창에 사는 주민과 마 을은 제각각이더라도 ‘거창은 하나’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거창의 사업은 ‘완성’보다는 ‘계속’에 방점이 있다. 사업 담당자인 창조산업과 유태정 계장은 이렇게 말한다.
“거창군의 사업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사업기간이 4~5년, 정신없이 진행하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에요. 우리는 주민 모두가 활발하 게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완공된 시설물을 끊임없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지요. 여기에서 주민 소득이 창출되고, 문화가 형성되고, 주민들 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테니까요.”
거창군은 건립된 시설물을 연계, 활용하여 주민들의 소득 창출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민들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는 많이 달라져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군에 자문을 구하며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을 찾는 발길 도 꾸준히 늘어 연간 방문객과 캠핑장 야영객이 1만 명을 넘어섰고, 귀농귀촌인도 계 속 늘고 있다.
10년 후의 거창은 어떤 곳일까 생각하면 자연스레 그림이 그려진다. 권역 곳곳이 조 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정비되어 있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생활해나가는 자연 친 화적인 고장. 긍정적이고 배움에 열심인 주민들이 화합하여 살아가는 곳. 그래서 타 지 사람들에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고장이 아닐까. 그때에도 아 마 거창은 계속해서 사업을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우리의 사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을 하며 미래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 고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
|
---|
지자체장 소개 닫기
사업담당자 닫기
관련기사 닫기
지자체 홍보자료 닫기
관련사진 보기 닫기
로그인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