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3-5호 ]
스토리텔링과 지역발전
양진건
제주대학교 교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다.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소위 “한류(韓流)”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류의 원천이 바로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한류를 통해 세계인들은 독특한 꿈과 감성의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를 경험하고 열광한다. 미래 사회는 인간의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일찍부터 예견했다. 대한민국은 “한류”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들의 꿈과 감성을 자극하며 “드림 소사이어티”를 경험토록 하고 있다. 이에 세계인들 특히 MZ세대들이 열광한다.
사람들의 꿈과 감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최고의 수단이 스토리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스토리 산업”이다. “한류”는 성공적인 스토리 산업인 것이다. 이런 스토리 산업을 이끄는 힘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는 힘이 세다. 스토리텔링은 힘센 스토리를 더욱 힘세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스토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알고 그것의 산업적 의미와 가치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지역과 그 지역주민들의 고유한 특성을 부각하고 지역발전 도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주민들은 경험, 가치, 전통을 공유하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여행객들이나 투자자를 지역으로 유치하여 경제 성장과 개발을 촉진하는 매력적 요인이 된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과 홍보에 도움이 된다. 지역의 전통, 역사 및 민속 스토리는 지역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유지, 보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급속한 사회 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특히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은 지역발전 이니셔티브에 대한 커뮤니티 참여 및 참여를 촉진하고 경험과 관점을 공유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지역발전에 대한 공동의 목표와 헌신을 유도한다. 그래서 지역의 복원력을 구축하고 결속을 촉진하기 때문에 갈등이 큰 지역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스토리텔링은 지역 정체성을 고취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지역사회 참여와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촉진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발전을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애팔래치아 지역을 들 수 있다. 애팔래치아는 미국 동부의 산악 지역으로 독특한 문화유산과 자연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빈곤과 실업률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스토리텔링을 사용했다. 이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파트너십인 Appalachian Regional Commission(ARC)은 2014년 "Appalachian StoryBank"를 시작했다. StoryBank는 지역주민들의 스토리를 수집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고 관광과 투자 장려를 목표로 한다. 스토리텔링이 지역 정체성을 촉진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커뮤니티 참여 및 참여를 촉진하여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이다.
이밖에도 우리는 폭풍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아 수험생들에게 팔려나갔던 일본 아오모리 현의 합격사과와 한 후작의 신장결석을 깨끗이 낫게 했다는 프랑스 생수 에비앙. 전쟁터에서 한 중사의 목숨을 살렸다는 스토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포라이터 등의 예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그 사과를 기억하고, 그 물을 마시고, 그 라이터를 사는 이유는 그 상품의 기능보다는 그 상품에 입혀진 스토리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스토리들이 상품에 입혀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기업들도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지 보다, 상품에 어떤 스토리를 넣을지를 고민한다. 정보가 최고의 가치로 꼽히는 첨단 디지털 시대에, 정보와는 정반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스토리가 오히려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이다,
기왕에 필자의 경험도 소개해본다. 필자가 사는 제주도는 스토리 보물창고다. 18,000명 신들의 스토리, 해녀스토리, 4.3스토리 등등 무수하다. 당연히 조선시대에는 제주도가 일급의 유배지였기 때문에 유배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필자는 정부의 지원으로 “제주유배문화 스토리텔링 사업”을 하여 제주유배길 개발과 유배꽃차전시회, 유배밥상전시회, 유배음악회, 유배영화제, 유배오페라 등등 다양한 행사와 상품 개발을 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비롯하여 11개 상을 수상하였다. 지역발전을 위한 나름의 고민이었다.
최근에는 임금으로서 유일한 제주유배인 광해군에 대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큰 행사는 못했지만 광해군전시회, 광해밥상전시회 등을 했다. 특히 광해밥상전시회를 통해 식당, 및 업자들과 연대하여 상품개발 노력도 하였다. 이를테면 왕으로서 먹었던 마지막 음식인 마화병(麻花餠)을 “광해꽈배기”로 스토리텔링하여 현재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코로나19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제주도에서 죽은 광해군을 위해 “국장(國葬) 재현” 문화행사를 기획하여 제주도의 킬러컨텐츠는 물론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런 노력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스토리를 만들고 공유하는 현대적인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사용하여 온라인이나 다른 디지털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의 스토리텔러들은 멀티미디어 요소를 스토리에 통합함으로써 청중의 관심을 끌고 복잡한 아이디어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보다 몰입감 있고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만들고 있다.
YouToube나 TicTok, Instagram, 카카오톡 등의 각종 소셜미디어, ZEPETO, Bondee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팟캐스트, 블로그 등에서 보듯이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면모는 너무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화형 인공지능(AI)서비스인 “Chat GPT”가 공개되면서 엄청나게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차후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제 이것들은 서로 다른 미디어들과 조합하여 시각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력적이고 응집력 있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내러티브를 만들 것이며 그 효과 또한 강력해질 것이다.
앞으로 “Chat GPT”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는 언어 모델로서 스토리를 포함한 방대한 서면 텍스트를 딥러닝(deep learning)함으로써 아이디어 생성, 캐릭터 및 플롯 개발, 스토리 아크 생성, 글쓰기에 대한 피드백 제공과 같은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측면을 지원할 것이다. 나아가 만들고자 하는 스토리 유형과 관련된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는 데 도움을 주고 스토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제안은 물론 피드백이 필요한 스토리의 초고를 제공하면 그것을 읽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비평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서비스를 선용할 때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강화될 것이며 지역발전에도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것은 외면할 수 없는 대세이며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양진건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자 시인이다.
1992년 문학과사회 '대담한 정신'으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는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 <대담한 정신(문학과지성 시인선 165)>, <귀한 매혹>, <제주 유배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