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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산업 경쟁력은 디지털 전환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동화 등 신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생산 공정, 경영 관리, 유통, 소비자 접점까지 모든 과정이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즉, 디지털 전환은 산업 경쟁력의 핵심 동력일 뿐만 아니라, 도태되지 않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정치, 행정 분야의 주요 관심사다. 하지만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일은 정치나 행정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조치나 인프라 건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서 나온다. 그 지역이 지닌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를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삶의 조건을 바꾸어 나가는 문화가 있어야 비로소 지역의 균형발전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재는 떠날 것이며, 산업과 경제 발전도 지속성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에 있는 대학은 그 지역의 사람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중요한 거점이자, 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할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도권 이외를 '지방'이라 불렀다. 요즘은 '지역' 또는 '로컬'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표현이야 어찌 되었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아우성이고, 지역에서는 빠르게 줄어드는 인구를 실감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학 진학과 함께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한다. 졸업 후에도 본인이 자란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지역에는 부모 세대만 남고, 청년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오랜 인식이 현실로 드러난 탓이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녀는 서울에서 살게 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21세기 일본 사회는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소멸, 경제 생태계의 침체, 그리고 사회적 결속의 약화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는 산업화 이후 지속되어온 성장 중심의 사회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며, 국가와 지역이 새로운 지속가능성의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내에서는 '순환형 사회(循環型社？, circular society)'의 실현을 위한 정책과 실험이 도시와 지역 공간에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소도시 페르가나에 살면서 처음으로 '지역'이란 단어를 실감했다. 이전의 나는 중심을 향해 달리는 삶을 살았고, 떠나온 곳은 그저 배경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중심에서 지역을 배운 이야기다. 페르가나는 반경 4km 안에 시장, 학교, 공원, 도서관, 마트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작고 조밀한 도시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걸어서 학교까지 가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길에서 학생들을 자주 마주쳤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직접 기른 과일을 비닐봉지에 담아 찾아오곤 했다. 그 안에서 벌레가 기어 나올 때면 오히려 유기농 같아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서울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삶이었다.

NABIS에서는 2024년 <균형발전 빅데이터 분석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던 현승훈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는 의사라는 전문성에 데이터 분석 능력을 더해, '대중교통'과 '주민 건강'이라는 두 영역의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했습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우리 사회의 숨겨진 문제를 드러내고, 모두를 위한 따뜻한 정책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는지, 현승훈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독일 속담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아래에서 마셔야 제맛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양조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맥주의 맛을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점은 독일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들던 유럽이나 막걸리를 빚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의 술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이야기다. 과거 여과나 살균 기술이 없었을 때는 술의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했다. 결국 술은 생산된 지역에서만 소비되거나 근접한 지역에서만 유통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양조장으로부터 가까울수록 신선한 술을 마실 수 있었기에 이런 속담이 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술은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지역술'이었다. 하지만 저장 기술과 제조 방법이 발전하면서 술은 점차 지역을 넘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부 술은 배를 타고 다른 나라와 교역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술은 말이나 짐수레에 실려 다른 도시로 판매가 되었다.

오전 10시, 평소대로라면 아직 책방 문을 열기 전이지만 시골 책방 앞마당은 벌써부터 북적북적하다.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책방 나들이를 왔기 때문이다. 전교생을 다 합해야 4~50명 내외인 작은 시골 학교. 학년별로 열 명, 스무 명씩 나누어 책방 나들이를 오면 작은 시골 책방 안이 가득 찬다. 책방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집과, 쌓인 책들 사이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놀랍고 신기해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학기가 거듭되며 주기적으로 책방을 방문하다 보면 어느새 오랜만에 만나는 고양이들 안부를 묻게 되고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서가 사이를 오가며 책을 고른다.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 정부의 관광 진흥 정책,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관광 마케팅으로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1,700만 명이 넘는 외래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지난 2024년은 1,600만 명 이상의 외래관광객이 방문하여 코로나19 이전 시점으로 거의 회복되고 있습니다. 국내 여행 수요 역시 증가하면서 강원도, 제주도와 같은 전통적인 관광지뿐만 아니라 울진, 태안, 담양 등 지방 소도시들도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제3의장소(Tiers-lieux)’라 부르는 곳이 수천 곳 있다. 주민들은 각자의 이유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의 제3의장소를 찾고 그곳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한다. 제3의장소는 그 이름이 가진 느낌처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사람들이 일과 생활의 ‘중간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함께 하는 공간이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제3의장소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존재하면서 생태 전환, 디지털화, 로컬 제조, 공공재 생산, 문화·예술, 지속가능한 식생활, 사회적 연결과 참여 등 해당 지역사회의 당면 이슈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며 실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회적 연결과 교류, 자유함(emancipation)의 토양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공동의 실험과 실천이 펼쳐지는 장소로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2019년 일이다. 일본 나가사키현 초청으로 ‘그린투어리즘’ 취재 및 자문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직접 체험해 보고 여행 프로그램의 가치가 있는지, 혹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의견을 더하는 컨설팅 목적의 출장이었다. 지속가능성과 관광을 결합해 특별히 새로 무언가를 더하거나 짓지 않고 지역 문화를 접목한 여행을 유도한다는 취지였음에도 그린투어리즘은 많이 생소했다. 현지인 집에서 민박하며 집주인과 함께 밥상을 차리고 고기를 잡으러 나가거나 밭에서 채소를 따와 같이 음식을 해 먹기도 하니, 기존에 알던 여행과는 접근 방식부터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첫날 묵은 아오시마섬의 마쓰오 씨 댁에서는 바닷사람인 마쓰오 씨가 잡아 온 생선으로 함께 회를 떠 저녁상을 차리고 다음 날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했다. 둘째 날에도 소토메 시쓰 취락의 은퇴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어르신들과 문어를 넣어 다코야키를 만들고 밭에서 딴 채소를 얹어 피자를 굽는 일정이 이어졌다.

저출산 현상과 고령화가 가팔라지면서 총인구 감소와 함께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인구과잉과 비수도권 인구과소로 대표되는 지역 불균형의 고착화 및 구조화는 지역경제 침체와 나아가 공동체 붕괴 우려로 이어져 지방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확대되고 있다. 인구감소 위기 대응과 지역균형발전 달성을 위해 정부는 인구정책에서 인구전략(이상림 외, 2022)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가가 지원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인구감소지역이 지정되었으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기반하여 지역 주도의 인구감소지역대응계획 수립,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이후 지자체)와 지자체 간 협력 강화, 그리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강조되었다(이원도 외, 2023). 여기서,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가 등장하였다.